이 다큐멘터리는 넷플릭스에서 갑작스럽게 들어온 알림 덕택에 보게 된 것이었습니다. 다름 아니라 알림이 하나 들어와서 확인을 했더니 위의 다큐를 홍보하는 알림이더라고요. 보통 넷플릭스 하면 드라마를 보기 위해 들어가기 때문에 다큐는 상대적으로 덜 보는 편이긴 한데 - 아예 안 보는 건 아니고 가끔 흥미가 생길 때는 찾아보기도 하는 편 - 다큐의 제목을 보아도 범죄 사건 관련 다큐라는 건 충분히 짐작 가능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에 손도끼랑 히치하이커란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미국 내륙을 여행하면서 손도끼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를 파헤친 다큐인가 지레 짐작하기도 했고요.
넷플릭스 소개 글에는 "인터넷 스타에서 범죄자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떠돌이 노숙자의 예상치 못한 인기몰이와 가파른 추락. 그 과정을 기록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라고 나와 있는데 원래 미국 쪽이 범죄자를 밈화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서 신기할 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별생각 없이 재생을 눌렀을 때에도 '카이'라는 이름의 노숙자 히치하이커가 어떻게 인터넷으로 유명해졌고, 유명 예능 제작자들이 그를 자기들 쇼에 섭외하려고 했는지 설명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긴 했는데 왠지 미국 정서는 우리나라랑 다른가 싶기도 했어요.
카이라는 인물이 유명해진 계기는 마약을 한 인종차별주의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걸로 모자라 여자를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을 때 뒤에서 손도끼로 그를 내리쳐 사람을 구한 뒤 인터뷰를 하는 영상이 소위 '밈'이 되었다는 것. 그것으로 유명한 쇼 프로와 콘서트 제작자들에게 초빙되어 3개월간 유명세를 얻었다고 요약할 수 있는데요. 처음엔 카이라는 문제의 범죄자가 나오는 영상이 너무 깨끗하여 혹시 저 부분은 재연 장면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살인을 저지르고 체포되었을 때의 영상을 보면 생김새는 큰 차이가 없어 그냥 화질 좋은 쇼의 영상들이 많이 남아있어 인용할 수 있던 것으로 추정되더라고요.
어차피 미국의 사건 사고를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카이라는 인물이 너무 생소한 나머지 실제로 있는 사건은 맞는 건가 의심을 했었는데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다음과 같은 기사가 뜨는 걸 보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인터넷 스타는 확실했던 모양.
https://kofice.or.kr/c30correspondent/c30_correspondent_02_view.asp?seq=2693
이 다큐멘터리는 인터넷 스타였던 카이(본명 케일럽 로렌스 맥길버리)가 분명 성격상 문제가 되는 부분 - 분노 조절 장애라던가 자기 멋대로 구는 행동,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 등을 외면한 채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영웅적인 면을 투사했음을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보면 당시 미국인들은 카이가 배트맨 같은 자경단이라도 되는 것처럼 추앙한 것 같은데 실제로 그와 엮인 쇼 제작자들 중에는 그가 성격적인 면으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인식한 이들이 많았지만, 당장 쇼에서 요구되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심지어 그가 유명해진 사건에서 인질범에게 대마초를 비롯한 마약을 건넸다는 사실은 무시되었고,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사람을 제압한 점등을 인식한 이들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주시한 이들은 얼마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더라고요. 작중에서 보여주는 카이의 행보를 보면 허언증 기질도 심했던 것으로 추정되었고요. 그가 과거에 부모로부터 아동학대를 받은 건지는 이 부분은 확실하지 않지만 관종 기질이 다분한 인물은 맞으며 결국 카이는 인터넷 스타가 된 지 3개월 만에 뉴저지 주에서 70대 노인을 살해하고 경찰의 추적 끝에 구속되게 됩니다.
카이는 노인이 자신을 강간하려 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라고 주장했지만, 인터넷에서 강간범을 죽여서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메시지를 전에 남긴 것이나 살인 현장에 그의 주장과는 달리 일방적인 폭행이 이루어진 증거가 많이 남았음을 들어 경찰은 그의 주장이 무리라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이 다큐는 카이라는 인물의 범죄자 측면을 다루고 있기는 합니다만, 시청률에 목메어 위험인물을 미디어에 출연시키는 쇼 프로그램의 경솔함, 미국 사회 속 '밈'의 이중적인 측면, 관종 범죄자까지 미화하는 현대 인터넷 문화의 어두운 면을 같이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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