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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예능 및 기타

『벌거벗은 세계사』 리뷰 : 늙지도 죽지도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 영생의 역사 (2024. 12. 12. 작성)

by 0I사금 2024.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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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랜만에 『벌거벗은 세계사』의 본방을 사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에 방영한 『벌거벗은 세계사』 181화의 내용은 다름 아닌, 인간이 영생을 꿈꾸며 해온 일이라는 주제로 독특하다는 생각에 흥미를 끌었는데, 다만 사정이 있어 앞의 십여분 가량은 놓치고 본방 이후 리뷰는 시간이 너무 늦어 작성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놓친 부분도 보고 다른 내용도 더 자세하게 기억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로 재방송을 보자는 생각에 편성표를 살펴봤습니다. 다행히 오늘 적절한 시간대에 재방송이 있어서 181화 '늙지도 죽지도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 영생의 역사' 편을 다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본방을 봤을 때 종종 공포영화보다 더 오싹하다 싶은 부분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로 공포영화로 추정되는 장면들이 예시로 인용되기도 했고) 재방송으로 다시 봤을 때는 그나마 충격이 완화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어요.

이번 181화 강연을 맡으신 교수님의 정보입니다. 그리고 게스트와 관련된 정보는 아래 뉴스 기사를 통해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ews.nate.com/view/20241210n28081

 

영생 가능할까…카이스트 출신 윤소희 떴다 (벌거벗은 세계사) : 네이트 연예

한눈에 보는 오늘 : 방송/가요 - 뉴스 : [동아닷컴] 10일 방송되는 tvN ‘벌거벗은 세계사’(연출 김형오, 이윤호, 서용석) 181회에서는 인류의 오랜 욕망인 영생에 대해 알아본다. 제작진에 따르면

news.nate.com

 
이번에 다루게 된 '영생'이라는 주제는 어느 나라나 민족 하나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굉장히 광범위한 지역을 기반으로 강연이 진행됩니다. 일단 가장 먼저 비행기 여행 컨셉으로 떠난 곳은 고대 문명으로 유명한 이집트로써 이집트에서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영생을 추구했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데 의외로 이집트에서 추구한 영생의 방법은 후에 설명되는 방법들에 비하면 참으로 건전하지 않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에겐 영생이란 사후세계에서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죽은 뒤 미라를 만들어 시신을 보존하는 장례 방식은 사후 세계에서 온전히 살 수 있는 의식의 일환이었던 셈입니다. 거기다 사후세계에서 이루는 영생의 삶 또한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사는 것으로 오히려 현세에서 불가능한 영생을 추구했던 후대인에 비하면 더 현실적이면서 의식구조가 건강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비슷하게 고대 기독교인들 또한 현실에서 영생이라기보단 죽은 이후 천국에서 영생을 누린다는 믿음으로 영생을 추구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이후 설명되는 고대 중국의 진시황의 사례와 비교하면 차라리 이 방식이 더 현실적이고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진시황의 불로불사를 추구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만 불로초를 구해오겠다는 방사 서불에게 속아 넘어간 일화는 현대의 사기꾼 일화랑 별 차이가 없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불사를 추구 한답시고 수은을 섭취했다는 등 황당한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수은을 섭취하고도 49세까지 살았다면 그래도 오래 산 것은 아니냐는 뻘한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권력자나 어마어마한 부자들일 경우 영생 혹은 장수를 추구하는 경향이 더 강하고, 현대에도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들의 대다수가 엄청난 재벌들이라는 사례가 먼저 언급된 걸 보면 사람들의 세태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는다 싶었어요.
 
때때로 『벌거벗은 세계사』에서 다루는 역사 정보를 살펴 보면 공포영화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싶을 정도로 황당하고 기괴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고대를 지나 중세 역사로 들어서면 특히 그런 경향이 자주 등장합니다. 보다 보면 괜히 중세가 암흑시대라는 별칭으로 불린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한달까요? 중세 연금술의 발달로 금을 완전무결한 물질로 보고 그것을 식용으로 만든 뒤 섭취했다는 이야기는 저 시대에도 식용 금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좀 놀라운 것과 별개로 부작용은 크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수준이었는데요. 금만이 아니라 사람의 생피가 건강에 좋고 장수와 회춘에 좋다고 믿게 되었다는 시대가 되면서 공포소설이나 공포영화보다 더 경악할 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건강 상의 부작용은 걱정될 망정,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닌 금 섭취는 차라리 귀엽다고 봐도 될 수준의 사례가 이어지거든요.

엘리자베스 바토리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중세 시절 사람들이 장수외 회춘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바로 산 사람의 피를 섭취하는 것으로, 보면 서양에 뱀파이어 설화가 왜 그렇게 많고 매체에서 뱀파이어 소재가 수시로 등장하는지 이해가 가는 수준. 설명 중 가장 어이가 없던 케이스는 마녀사냥으로 사람들을 여럿 학살한 교황이 자기가 오래 살려고 소년 세명을 죽여 피를 섭취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인간이 자기가 살겠다고 악마 같은 짓을 벌였다는 데서 인간의 바닥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후 등장하는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을 살해한 뒤 피로 목욕을 했다는 엘리자베스 바토리 백작부인의 유명한 살인 일대기는 공포영화의 장면들을 인용하고, 고문기구까지 설명하는 덕에 더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바토리 백작부인 관련 설 중에는 그 살인이 과장된 게 아니냐는 가설도 본 적이 있긴 합니다만...
 
종종 『벌거벗은 세계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중세보다 더 오래 전인 고대인들의 의식구조가 중세시대 사람들보다 더 합리적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었는데 현실에서 불가능한 영생을 추구하는 방식을 비교해 보더라도 사후세계에나 가능할 거라고 믿은 고대인들이 더 낫다 싶었거든요. 중세를 넘어서 근대로 넘어가서도 젊음을 되찾기 위해 사람들이 시도한 방식은 현대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황당하다 싶은 케이스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의학의 발달로 내분비계의 기능을 발견하고 그에 주목한 것은 좋았지만, 회춘을 한답시고 동물의 정소에서 추출한 물질로 주사를 만들어 맞는다거나 원숭이의 고환을 사람에게 의식하여 붙인다거나 하는 발상 또한 기괴한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회춘 수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플라시보 효과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하기는 했지만 결국 이 수술 방식은 효능이 없다는 게 드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고환 이식이나 회춘 주사와 같은 회춘 요법이 사라지고 이후 등장한 것은 장기 이식과 장기 복제라는 방법입니다. 현대 의학은 분명 사람의 수명을 늘리고 수 많은 사람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내긴 했지만 그 뒤에 어두운 일면이 존재하는데 장기 이식 가능성 여부를 위해 수많은 동물 실험이 뒤따랐다는 점입니다. 회춘 요법이 유행할 때는 살아있는 원숭이의 고환을 떼어냈다면 현대 의학에서 장기 이식의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소련에서 벌어진 개들의 신체를 이어 붙이는 실험은 대상이 동물이라고 해도 비윤리적이라는 비난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실험했다는 머리 이식을 위해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은 문외한의 시선으로 봐도 잔인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런 비판과 비난은 현대의 기준만이 아니라 당시에도 존재했다는 사실. 인간과 비슷하거나 가깝다는 이유로 다양한 동물들이 희생된다는 점이 부각되더라고요.
 
원숭이는 동물 중에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는 데서, 개는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라서, 장기 복제를 위해 희생되는 돼지는 식용이라는 이유로 합리화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나마 후반부에 설명되는 노화를 담당하는 세포인 텔로미어의 발견과 텔로미어 손실을 막기 위한 방법은 이번 강연에서 설명된 방식 중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실천할 수 있다는 데서 가장 온건하고 무난했습니다. 그게 다른 게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균형잡힙 식사를 하고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건데 가장 쉬워보이는 방식이 어쩌면 가장 어려울지도 모르겠고요. 와중에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랍스터가 영생을 사는 물질을 가진 생물이라는 이야기는 좀 놀라웠다고 할까요? 영원히 살 수 있는 생물임에도 하필 천적이 인간이라 사망하고 만다는 게 좀 아이러니라고 할까, 탈피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합니다만...
 
외에도 현대적인 방식으로 영생에 다가가는 내용 중에 기계나 인공 장기를 이용해 사람의 신체를 대체하는 내용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장기 복제라는 방식보다 기계의 발달로 인간의 아픈 부분을 대체하는 방식이 더 빨리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여기선 더 파고들지 않지만 만약 먼 미래에 이것이 가능하게 된다면 사람의 기준은 무엇으로 봐야 되는지 윤리 문제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온몸을 기계로 대체하게 되면 로봇과 사람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문제 같은 게요. 하지만 영생을 추구하는 방식 중에 좀 기발하다고 생각된 것이 사람의 신체를 기계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을 디지털 세상으로 옮기는 것으로 현재로서는 이 방식도 사람이 가진 정보를 복제한다는 개념으로 추정되지만 영생이라는 개념을 신체를 영구적으로 유지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참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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