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넷플릭스에 들어가 보니 영화 『시민덕희』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극장에서 놓치긴 했지만 후에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하고, 사건을 요약한 글을 보고 나서 흥미가 생겼는데 마침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으니 기회다 싶어 재생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대강 둘러보니 영화의 평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영화의 소재가 다름 아닌 보이스 피싱이며 이런 사건은 누구에게나 터질 수 있으므로 영화를 보면서 나름 경각심(?) 같은 걸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요.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실화 기반이라고 하지만 코믹하게 풀어나가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폭력 수위가 높고 고구마 답답한 부분도 많아서 놀랐다고 할까요? 심지어 영화평을 찾아보면 경찰의 답답한 행보는 사실보다 순화한 부분이라고 해서 놀랐을 정도.
영화의 주인공인 덕희(배우 라미란 분)는 세탁소에서 근무하면서 두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입니다. 그녀는 화재로 터전을 잃고 당장 의지할 곳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알아보다가 은행의 손대리라는 인물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3200만 원을 송금하게 되지요. 그야말로 막막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데 여기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갈 데 없는 아이들을 세탁소에서 지내게 하다가 아동학대로 취급받아 복지센터에 신고가 들어가 아이들과 억지로 헤어지게 되는 등 안쓰러운 일이 연달아 벌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덕희가 자신이 당한 보이스피싱을 신고했음에도 사건을 접수한 경찰인 박형사(배우 박병은 분)는 이런 게 흔한 일이고, 덕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투로 사건 자체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등 고구마스러운 이야기가 이어져요.
나중에 박형사는 덕희의 도움으로 보이스피싱 조직과 총책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태도가 변하긴 합니다만... 영화 전반적으로 경찰의 활약은 더디고 적은 편인데 오히려 영화의 이런 묘사는 현실보다 그래도 낫게 묘사한 것이라는 평이 있더라고요. 이런 점 때문인지 초반 부분은 덕희의 직장 동료들인 봉림이나 숙자의 개그씬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고 해도 주인공의 상황이 막막하여 보기 힘들었을 정도. 그런데 여기서 문제의 손대리가 다시 덕희에게 연락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크게 전환이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의외라고 생각했던 것은 평범한 주부의 잃어버린 돈 찾기라는 주제의 가벼운 모험물을 예상하고 있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현실적인 부분, 그것도 범죄 묘사에서 가볍지 않은 장면들이 훅 들어왔다는 점이었어요.
손대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 재민(배우 공명 분)이 처한 상황이 그랬는데요. 알고 봤더니 빌런인 줄 알았던 재민은 자신이 원해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들어간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다가 불법 조직에 잡힌 것으로 그 조직은 그렇게 속아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들을 협박하고 폭행하며 일을 시키고 있었고 묘사는 드라마 『모범택시』 2시즌에서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며 사회 초년생들을 속여 착취하고 살해한 조직의 형태를 연상하게 만들더라고요. 영화의 톤 자체는 마구 암울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현실적인 묘사에선 섬뜩함이 느껴졌던 부분. 재민은 자신처럼 속아서 들어온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협박과 폭행에 시달리다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덕희에게 전화를 건 뒤 자신의 상황을 제보하여 도움을 얻으려고 합니다.
재민의 전화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덕희는 자신이 잃어버린 돈을 찾고 - 정확하게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을 잡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포상금 1억이 목적 - 재민도 구하기 위해 세탁소 동료인 봉림(배우 염혜란 분)과 숙자(배우 장윤주 분)와 중국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봉림의 친구인 예림(배우 안은진)과 동행하여 칭따오 시를 뒤져가며 재민이 알려준 단서를 통해 문제의 조직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려고 사방으로 뛰게 되지요. 그런데 여기서 재민이 조직을 탈출하고 증거를 제공하기 위해 움직이는 내용이나 덕희가 재민이 있는 곳을 알아내어 그와 접촉하는 장면은 좀 어설프긴 하지만 첩보물에서 정보를 캐내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잠입하는 장면처럼 긴장감이 돌더라고요. 여기서 경찰은 덕희의 메일로 날아온 증거 사진을 보고도 꾸물거리는 바람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다는 게 함정.
그나마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칭따오로 날아온 박형사가 나름 비중을 자랑하긴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경찰들의 활약은 미미한 편이에요. 심지어 조직의 총책(배우 이무생 분)을 공항에서 붙들어놓는 것도 덕희의 활약이 컸는데요. 여기서 총책은 자신들이 꼬리가 잡힐 것 같자 마약 사건인 것처럼 아래 수하들을 살해한 뒤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고 자신을 쫓아온 덕희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등 그야말로 범죄 스릴러물의 잔인한 빌런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존재감을 자랑하더라고요. 처음엔 소시민에 불과한 덕희 일행이 어떻게 저런 조직의 우두머리를 상대하나 걱정을 하기까지 했는데다 총책이 덕희에게 돈을 주고 이거 받고 짜지라는 듯 굴었을 때도 덕희가 밀리나 싶었지만 막판에 덕희가 목숨을 걸고 총책을 붙든 뒤 그의 여권을 몰래 빼돌리는 장면에선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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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총책은 경찰에게 연행되고, 덕희 일행은 일상으로 귀환, 재민은 조직을 탈출하는 등 해피엔딩이긴 합니다만 나레이션으로 포상금 1억이 지급된 적이 없다는 언급이 나오자 좀 씁쓸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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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를 보면 영화의 기반 실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된 사건인지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nocutnews.co.kr/news/60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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