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리추얼 : 숲속에 있다』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어째 보려고 찜해둔 건 좀 예전인 것 같은데 그동안 잊고 있다가 이번에 보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유튜브에서 본 영화 리뷰 영상 때문이었는데요. 알고리즘의 인도였는지 흥미를 끈 리뷰 영상이 다룬 게 바로 이 『리추얼 : 숲속에 있다』였습니다. 개봉한 지 꽤 된 영화이니 결말까지 언급되는 것이긴 하지만 왠지 재미있어 보여서 뒤늦게 넷플릭스를 뒤져보았습니다. 그렇게 찾아보니 내가 예전에 찜은 해뒀는데 챙겨보는 걸 잊어버린 영화였고 지금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밤에 재생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잠들기 전에 공포영화를 보면 악몽을 꾸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잔인한 장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고 그럼에도 상당히 몰입감 있게 본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의 내용은 주인공에 해당하는 루크가 과거 사건의 죄책감을 가진 채 스웨덴의 숲에서 여행을 갔다가 기이한 괴물과 맞닥뜨리며 살기 위해 도망친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리뷰 영상에서도 루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오긴 했는데 이걸 영화로 상세하게 봤을 때는 더 리얼하게 와닿는지라 답답함이 배로 몰려들더라고요. 사건의 발단은 이러한데, 루크는 친구들과 만나 여행 계획을 세운 뒤 친구인 로버트와 함께 술을 사려고 마트에 들렀다가 거기서 강도와 맞닥뜨리고 로버트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루크는 강도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재빠르게 숨었지만 로버트는 그러지 못했고 루크는 두려움에 질러 로버트가 강도들에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방관하게 되며 이때의 죄책감이 작중 내내 루크를 괴롭히게 되지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후 루크는 다른 친구들인 돔, 허치, 필과 함께 스웨덴 숲으로 하이킹을 떠나게 됩니다. 그 여행은 원래 예정된 것이기도 하지만, 죽은 친구인 로버트를 기리기 위한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로버트의 죽음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도 약간의 균열이 암시되며 (물론 나중에 화해에 이르게 되지만) 설상가상으로 날씨가 나빠 일행은 자리를 일찍 뜨게 됩니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점점 일행은 숲속을 헤매다가 돔까지 넘어져 다리를 삐게 되고, 여기에 나무에 걸린 죽은 엘크의 시체나 행방불명된 사람들의 텐트를 발견하는 등 불길한 일이 이어지게 되지요. 그리고 앞서가던 루크는 숲속에서 자신들을 쫓아오는 어떤 거대한 존재를 눈치채고 공포에 질리게 되며, 결국 일행은 숲속에서 발견된 외딴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지새우게 됩니다.
보통 사람의 흔적이 드문 외딴 숲에서 조난을 겪는 건 공포물의 주된 소재고 이런 내용은 『블레어 위치』에서도 한번 본 적이 있는지라 유사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급박한 위기 속에서 일행들이 불신하고 서로 다투다가 상황이 심각해지는 경향도 비슷했는데 큰 차이점이 있다면 『블레어 위치』에서 묘사되는 공포의 대상은 마녀의 저주라는 추상적인 존재고, 그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반면 『리추얼 : 숲속에 있다』에서 주인공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존재는 더 확실하게 실체를 가진 존재라는 점이었죠. 『블레어 위치』에서 마녀의 원혼이 깃든 오두막이 존재하듯, 『리추얼 : 숲속에 있다』에서도 주인공을 더욱 위기에 빠뜨리는 오두막이 존재하는데 이 오두막은 정확하게 문제의 괴물을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외딴곳에 버려진 집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은 비슷한 감성인 듯. 여기까지 본다면 숲속에서 나타난 정체불명의 괴물은 그 지역에만 사는 특별한 종류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맹수가 아닐까 싶었지만, 오두막에 머문 루크 일행이 악몽을 꾸며 환상을 보는 등 초자연적인 일을 겪으면서 그들을 추적하는 괴물이 단순 살상능력만 갖춘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더라고요. 이후 등장하는 괴물의 숭배자들은 그 괴물이 북유럽 신화에서 기인한 존재이자, '로키의 사생아'라고 설명을 하던데 『어벤져스』 시리즈의 로키와는 달리 신화 속의 로키는 실제로는 장난기 많은 트릭스터이자 난잡한 성향에 신들의 세계에 파멸을 가지고 오는 이중적인 존재이며, 이 영화에서 북유럽의 신화와 신앙은 좀 더 공포스러운 요소가 첨가된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 괴물은 인간들에게 자신을 숭배하길 강요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자들을 가차 없이 살해하고 제물을 얻는데 흥미롭게도 주인공인 루크가 살아남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준 것은 바로 그의 죄책감이었습니다. 작중에서 숭배자들은 고통을 받는 영혼이 선택된다는 언급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루크는 다른 숭배자들과 달리 괴물을 떠받들기보다는 그에게 할 수 있는 만큼의 복수를 하고 숲을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복수라고 해봤자 숭배자들이 머무는 오두막을 불태우고, 그의 영역을 벗어나는 정도이긴 합니다만... 하지만 인적 드문 숲에서 조난당하는 클리셰임에도 미스터리한 존재에게 쫓기는 이들의 공포심을 잘 묘사하며 막판에 주인공이 상황을 극복하고 탈출하는 과정까지 긴박감을 놓치지 않아 단박에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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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했을 때 자막으로 원작 소설이 따로 있다고 나오던데, 문득 원작이 궁금해지는 부분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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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소마』도 그렇고 북유럽의 어떤 요소가 외국에선 공포의 요소가 되는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척박한 지역과 겨울이 길고 밤이 오래 지속되는 기후가 사람들에게 미스터리를 안겨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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