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ㅇ난감』 5화-6화 리뷰 (2024. 2. 12. 작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5화와 6화를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답게 회차가 비교적 길지 않지만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 위해 하루에 2회차씩 달리고 있는 상황인데요. 일단 개인적인 감상으로 5화부터 이야기가 전환되면서 초반의 몰입도가 약간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이유가 5화부터는 주인공 이탕의 비중이 줄어들고 새로운 인물들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탓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5화는 부산까지 내려가서 잠적한 이탕과 같은 마트에서 일하는 최경아라는 인물과 4화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송촌이 재등장하는데 그들의 이야기가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니며, 이탕이 초반과 같은 무력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최경아 에피소드 같은 경우는 원작을 본 지 좀 오래되었지만 이탕과는 큰 관련이 없었던 인물로 알고 있으며 이탕의 잠적 이후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 이야기였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면 드라마 상에선 최경아는 부산까지 내려온 이탕과 같은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등장하며 이탕이 진상 고객을 떨쳐줄 때 도움을 약간 받은 것으로 인연이 생긴 것처럼 묘사되는데요. 문제는 최경아가 전 애인이 유포한 불법 촬영물 때문에 피해를 본 여성이라 그 서사가 매우 암울하고 답답한데다, 여기에 작중 제일 찌질하고 음침하기까지 한 동창 하상민에게 섹스 파트너로 이용만 당하다가 살해당하는 등 굉장히 불행한 결말을 맞는지라 원작을 보던 당시에도 이 에피소드는 계속 감상하는 것이 힘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경아 에피소드는 원작에서 피폐하기로 따지면 최고가 아닐까 싶었던 에피소드. 드라마 상에선 약간이나마 이탕이 최경아와 인연이 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여기서 더 각색이 어려웠던 모양인지 그 이상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각색 중에서 또 거슬렸던 것이 드라마가 원작과 달리 불필요한 장면을 추가한다는 점인데, 5화에서 최경아가 찍힌 영상을 굳이 상세하게 구현할 필요가 있었나 싶더라고요. 1화에서 이탕의 망상에 나온 여자 나체처럼 있지 않아도 될 장면을 추가했다는 생각. 거기다 최경아를 살해한 하상민을 응징하는 건 이탕이 아닌 송촌인데 5화와 6화는 송촌이란 인물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이탕에게 다가오는지를 묘사하는데 치중한지라 이탕의 활약이 없다시피 합니다.

작중 송촌은 이탕 이전에 노빈이 선택한 '히어로'였으나, 자기 기준의 명분만 주어지면 사람을 가차없이 고문하고 살해하는 사이코패스이며 이 송촌의 등장으로 히어로의 사이드킥을 자처하는 노빈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는 게 드러납니다. 또 아직 정확하게 암시되지 않지만 송촌은 장난감 형사의 아버지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어놓은 장본인인데 경찰 일을 했다고 하지만, 그 성향 때문에 경찰 조직에서 축출되었으리라는 암시가 제법 나오는 편이에요. 드라마 상에서 그가 저지르는 살인사건 일부는 약간 각색된 게 보입니다만... 재미있게도 이탕을 쫓는 건 장난감과 송촌이면서, 동시에 장난감은 송촌 역시 과거의 사건으로 쫓는 등 기묘한 관계성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이탕은 5화 초반에는 정체를 숨기며 사는 다크 히어로인 척하다가 결국 악인과 범죄자를 골라내는 능력만 특출할 뿐, 송촌과 직접 마주쳤을 때는 공포에 질리고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인간이란 걸 증명해 내고 맙니다. 마트에서 도망친 일은 장난감 형사가 마침 꼬리를 잡고 나타난 덕도 있었지만 현재 이탕을 가장 위협한 것은 송촌이며 나중에 노빈의 계획 아래 그를 만나러 갔을 때 위험인물이라는 걸 감지하고 덤벼들었어도 완력에서 패배하는 등 히어로라고 하기엔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더라고요. 이런 이탕의 겁쟁이 같은 면모 때문에 그 능력의 특이함에도 정작 판타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독특한 부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