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7화와 마지막 8화까지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다른 드라마들에 비하면 회차가 짧은 편이라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 편은 아니었는데요. 블로그에 리뷰를 쓰기 위해 2회차씩 나누어 감상하면서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또 이번 8부작 드라마를 크게 나누면 4화까지를 1시즌, 5화부터 마지막 화까지를 2시즌으로 내용을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탕이 각성(?) 이후 잠적하고 난 다음의 내용은 이탕보다는 형사 장난감과 살인범 송촌에 더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 이탕이 자신이 쫓기는 걸 알고 도망치는 전개가 되면서 후반부로 들어갈수록 비중이 줄어드는 게 보이니까요.
특히 7화와 8화의 내용은 이탕 이전에 노빈에게 선택된 송촌이 어떤 인물인지 보여줌과 동시에 그를 쫓게 된 장난감의 서사가 더 풀려나간 회차라고 해도 좋았습니다. 원작 초반부에 설명된, 장난감이 경찰의 길을 택한 계기가 드라마에서는 꽤 후반부에 설명되는 편이며 5화부터 2시즌이라고 본다면 장난감이 중심이라고 해도 좋았을 정도. 장난감은 유능한 형사이기도 하고 괴짜 같은 면모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미쳐 돌아가는 등장인물 중에서는 정상적인 편이며, 개인적인 서사만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인생에 상당히 굴곡이 많은 인물인 데다 송촌과의 악연이 특히 두드러지는 편입니다. 이탕이나 노빈은 자신들의 선택에 의해 인생이 꼬인 편이라면 장난감은 본인의 의지보다는 주변인들의 행동에 의해 인생이 꼬이는 편이라 보다 보면 좀 안타까운 인물이기도 했어요.
물론 후반부에 밝혀지는 송촌의 서사를 본다면 송촌이 막 나가게 된 계기에는 장난감의 아버지가 저지른 과오가 영향이 큰 편입니다. 작중에서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한둘이 아니긴 했지만, 장난감의 아버지는 경찰이면서 마약 밀매를 저지르고 거기에 애꿎은 식당 직원까지 이용하여 자살에 이르게 만드는 등 하는 짓이 이중적이고 위선적인지라 솔직히 송촌한테 두들겨맞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건 불쌍하지도 않더라고요. 송촌이 막 나가는 사이코패스이긴 하지만 그가 모든 비밀을 알아차리고 분노하여 장난감의 아버지에게 보복했을 때는 진짜 별 감정 없이 당할만하다 싶은 감정으로 보게 되었으니까요. 나중에 비리를 들켰을 때 송촌에게 범죄자의 자식이라고 욕하는 장면을 보면 진짜 인간의 바닥이 드러난다 싶었고요.
저런 아버지 밑에서 장난감 형사가 반듯하게 자란 게 놀라운 정도였다고 할까. 심지어 마지막 화에 장난감의 어머니는 내연남이 있었고, 그게 장난감의 상관이었던 박과장이라는 게 밝혀지는 등 (장난감은 그동안 송촌이 어머니와 불륜 관계라고 오인) 부모가 쌍으로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닌지라 저 정도면 멘탈이 멀쩡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오히려 살인범인 이탕의 부모가 더 멀쩡하다는 데서 아이러니한 감정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도 후반부에 안내견인 렉스(이탕의 희생자가 키우던 개)를 입양하면서 지내는 걸 보면 걱정은 없겠다 싶었습니다. 작중에서 가장 멘탈이 강하며 회복력도 있고, 후반부 폐공장에서 이탕과 송촌과 조우했을 때 하는 대사를 본다면 원작과 드라마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이 그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안내견 렉스 같은 경우는 훈련소에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안락사 될 위기에 놓였는지라 드라마 보는 내내 렉스의 운명이 여기 등장하는 살인범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가물가물한 원작 내용을 찾아보니 렉스는 웹툰에선 안락사를 피하지 못하지만 드라마에선 장난감이 입양을 함으로써 운명이 바뀐 모양이던데, 렉스의 바뀐 운명은 드라마에서 이탕의 운명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는 걸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폐공장 씬에서 이탕은 송촌을 힘으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이탕을 구해내려고 한 노빈의 희생으로 목숨을 구하고 화재로 증거가 사라진 데다 장난감 형사가 묵인해 준 덕에 혐의가 벗겨진 뒤 집으로 돌아오거든요. 이후 돌아온 이탕이 다시 살인을 저지른 건지 아닌지는 모호하게 시청자의 해석에 넘기면서 드라마는 종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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