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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 2권 리뷰

by 0I사금 2024.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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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에서 다룬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의 후속권입니다. 처음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했을 때도 두 권이 나란히 있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빌려올까 하다가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거 같아 따로따로 빌려오게 되었습니다.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 1권이 중국의 창세 신화에서부터 신들의 전쟁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신화적인 스케일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한다면 이번 2권에서는 스케일은 좀 많이 줄어들었지만 다양한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권의 부제도 '위대한 신과 영웅들의 사랑과 야망'이니까요. 이렇게 신들의 계보를 읽다 보면 어느 신화를 읽든 마찬가지겠지만 거의 창세급의 신들은 어떤 인격체라기보단 자연적인 것들을 형상화한 느낌이라 위대한 업적은 남겼어도 그것이 딱히 와 닿지는 않은 반면 인간들이 친숙함을 느끼고 가까이 모시는 신들은 오히려 후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간을 많이 닮은 신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요.

어쩌면 이렇게 후대에 등장한 다양한 신들은 알고 보면 인간들의 생활이나 생계에 밀접한 관련이 있고, 대개 신들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인간들의 한계나 애환을 담는 이야기들이 많아 그들의 고대에 등장했던 신들보다 사랑받을 만한 이유가 충분해 보입니다. 이번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 2』에서는 중국 신화 속에서 인간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신 혹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의 재미는 영웅들의 대단한 업적보다는 한 켠으로 밀려난 혹은 자기만의 특정 분야가 있는 신들의 이야기가 재미를 더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이상 영웅이라는 존재들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 건 대개 신화 속 서사가 비극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실제로 영웅이 된다는 것이 딱히 좋은 일도 없을뿐더러  그 영웅을 만들기 위해 희생당하고 묻혀버린 인물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기 때문일 듯...

재미있는 것은 어떤 신화든 여신들의 위상이나 지위가 후대에 갈수록 좁아지거나 남성 신의 부속이나 하위로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번 2권에서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는 중국 신화 속 여신들의 이야기에서도 그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법입니다. 이것은 단순 중국 신화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신화 속에서도 그런 흔적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조차 남성 신들에게 쩔쩔매고 남성 신들의 아내나 딸로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신들이 고대에서는 남성신들과 별개로 주체적으로 존재했던 신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적 있는데 이렇게 고대에는 하나의 자리, 한 분야의 신으로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여신들이 다른 남성신들의 부인이나 딸, 혹은 신하와 같은 격으로 낮춰지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으로 흐르면서 나타난 공통된 현상이었다고요. 실제 우리나라 신화 속에서 여성들의 지위도 그런 식으로 변화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듯.

특히 중국 신화나 우리나라 신화 같은 경우는 유교의 영향이 신화 속 세계에도 미쳤을 것이라 추측이 가능한데 책에서는 여신들의 정체성이 가부장적 의식 속에서 훼손되고 지위가 격하된 것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본다면 그런 시대적인 압박 속에서도 여신들의 신앙이나 과거의 흔적이 온전히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점 또한 신화의 질긴 생명력을 엿볼 수 있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중국 신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중국 밖에 존재할 것이라 생각한 가상의 국가와 가상의 인간들을 묘사한 『산해경』이 있는데 책의 마지막 한 단원을 길게 할애하는 『산해경』은 그 존재가 중국인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인지 아니면 고대인들의 독특한 상상력의 발로일지는 읽는 이의 해석에 따른다고 언급됩니다. 『산해경』이 만들어진 원래 의도가 무엇인지는 추측에 따를 수밖에 없지만 『산해경』이 그리는 신비로우면서 우스꽝스러운 세계는 충분히 독특한 지라 지금도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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