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에 궁금증이 생긴 건 고전소설 『서유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입니다. 중국 신화는 기록이 적지 않은 편이니 관련 서적도 많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쉽게도 현재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는 책 종류가 많지 않았습니다. 실은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는 좀 오래전에 『서유기 』를 완독하기 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책을 읽은 지도 좀 오래되었기 때문에 내용도 가물가물했고, 또 중국 신화를 다룬 책도 얼마 없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기왕 재감상도 할 겸 대출을 해 왔습니다. 책의 본문에 들어가기 저 저자의 말머리에는 중국 신화의 대표적인 책으로 '위앤커'의 『중국 신화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 실은 오래전 기억으로는 이 책도 한 번은 접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분 역시 그 책의 번역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번역 문제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특히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중국인들 특유의 사고방식인지 몰라도 신화에서조차 자국 중심주의적 측면이나 혹은 동북아공정의 일환으로 신화조차 자신들의 역사로 회귀시키려는 시도가 보인다는 언급이 있어 자칫 주의할 부분이 있겠더라고요.
신화란 것이 바로 사람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한데 이것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쓸 때 오는 부작용과 위험이 떠오르기 때문에 기왕이면 신화라고 해도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본 내용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본문 내용에서도 자주 언급되기를 사람들의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야기나 혹은 기록물들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에 끼워 맞추려는 듯한 행동은 현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옛날의 중국 학자들에게서 보이는 태도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신화나 전설이라는 것이 어떤 사실을 직접 이를 수가 없어서 특정한 비유나 상징을 끌고 오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화는 어디까지나 옛사람들의 상상력, 옛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대한 인상 또는 신화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들에서 신화를 인간의 성장과 관련된 의미라고도 받아들였던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신화를 어떤 사실에 무조건 맞추려는 행위는 오히려 신화의 본래적 의미나 상상력을 저하시키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여실히 들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중국 신화에 대해 다시 떠올리고 이것이 우리나라 신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가 한번 비교해 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실은 중국의 신화가 땅이 인접해 있는 만큼 우리나라 신화에 영향을 주기는 했겠지만 생각보다 비슷한 부분이나 깊은 영향은 아닐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특정 신의 이름이라던가 영물의 이름을 빌려오거나 같은 존재가 등장하기도 하고, 비슷한 구도의 신화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름을 빌려오는 정도를 제외한다면 비슷한 이야기 구도- 예를 들자면 괴물에게 인간을 바치는 나쁜 풍습을 때려잡는 영웅 이야기-는 각국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이야기라서요. 아마 사람들의 무의식에 비슷한 부분이 있어 이런 경우가 많다고 본 적 있는데 중국 신화를 좀 더 자세하게 파고들어 가면 우리나라의 신화와는 아주 다른 분위기를 가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는 두 권으로 이어진 시리즈로 첫 번째 책은 중국 창조 신화 유형부터 신들의 전쟁 이야기까지 등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가 중국 신화를 다시금 찾아보게 된 이유로 앞에서 『서유기』 관련 자료를 찾아본 게 작용했다고 언급했는데 실제로 『서유기』를 읽고 중국 신화 자료를 찾다보면 소설 『서유기』가 얼마나 중국 신화의 그것들을 잘 살려 썼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주인공인 손오공부터가 중국 신화 속 원숭이 신 무지기와 인도 신화 속 하누만의 영향 아래 태어난 존재이기도 하고 등장하는 인물들, 각종 신에서부터 요괴들까지 중국 신화 속에 등장하는 것들을 끌고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서유기』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에서는 중국 신화 속의 이야기 구도를 그대로 차용했다 싶은 부분도 존재하고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인용된 부분의 주석에는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어 중국 신화 속에서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 참고 : 『서유기』 관련 및 기타 덕 포스트를 다루는 블로그는 여기 https://naninkan1009.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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