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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은하철도의 밤』 리뷰

by 0I사금 202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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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일본 소설 코너를 지나쳤을 때 예전부터 눈에 들어온 책이었습니다. 실은 어릴 적 부모님이 사 주신 만화 잡지에서 부록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소개가 실려있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중에 있었던 것이 바로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책이 두께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데다 한번 간접적으로나마 관련 내용을 접한 기억이 있어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때마다 도서관에 들어온 다른 신간 서적들에 정신이 팔려 미뤄두다가 이번에 비로소 빌려오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빌려와서 완독을 한 김에 제가 기억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도 찾아봤는데요. 아쉽게도 이 '은하철도의 밤' 애니메이션은 인터넷으로 찾아본 결과 그 자료 수가 많지는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도 꽤 한정적인 것으로 보여 자세한 이야기를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나마 아래 링크에서 관련 이미지들이 많은 정도인데 특이한 점으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은하철도의 밤'은 인간 주인공이 아닌 고양이가 의인화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소설을 읽기 전에는 수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착각을 했었어요.

 

※ 참고 : 애니메이션 『은하철도의 밤』 https://watcha.com/ko-KR/contents/mOlBqA5

 

은하철도의 밤 | 왓챠

 

watcha.com

책을 읽고 나니 주인공들을 동물 형태로 바꾼 것은 아마 당시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 개봉했을 당시 어린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어필하기 위한 방도가 아니었을까 나름 추측을 했는데, 그림체가 정감이 가는 데다 이런 수인물이 싫은 것도 아니고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이렇게 의인화된 동물들이 활약하는 애니메이션들을 몇 번 감명 깊게 본 고로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이런저런 부수적인 사정은 뒤로하고 소설의 내용으로 들어가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버지는 행방이 묘연한 채 누나와 어머니와 함께 가난한 집안을 꾸려가며 사는 조반니는 그런 집안 환경 탓인지 아니면 아이가 순한 성격인 탓인지 급우들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소설의 내용 자체가 수위가 높은 편은 아니라 집단 따돌림이 잔인하게 묘사되지는 않으나 여기서 주인공을 멸시하는 태도로 놀려대는 자넬리라는 녀석의 행보는 현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비열한 인물이에요.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조반니의 편에 서주는 친구가 없지 않은데 바로 그 친구는 '캄파넬라'로 소설의 묘사에 따르면 조반니와 함께 별자리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친구로 조용히 조반니의 곁을 지켜주는 인물이며, 조반니도 이 캄파넬라를 많이 의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이 구분이 상당히 모호하게 전개되는데 어느 순간 조반니는 은하를 가로지르는 철도를 캄파넬라와 타게 되고 별자리에 맹물인 사람이 봐도 파악이 가능할 별자리를 형상화한 곳을 지나가는 여행을 하게 됩니다. 거기서 새잡이, 등대지기, 가오루와 다다시 남매와 그들의 가정교사 청년을 만나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가오루와 다다시 남매와의 만남을 통해 이 은하철도는 다름 아닌 죽은 자들이 타고 저세상으로 향하는 기차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남매와 헤어진 조반니는 캄파넬라와 함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자는 약속을 하지만 어느 순간 캄파넬라는 곁에서 사라져 조반니는 슬픈 상태로 잠에서 깨어나고 마을로 돌아가 캄파넬라가 자넬리를 구하려다 물에 빠져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슬픈 소식 와중에 소식이 끊겼던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는 것이 마지막 장면으로 소설이 중간 과정에서 그려낸 꿈같은 공간 묘사와 그들이 만났던 인물들, 그리고 조반니가 겪는 감정의 상태를 볼 때 캄파넬라의 죽음은 어느 정도 예정된 것이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슬픈 결말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는데 조반니가 자신의 참된 행복을 찾고 싶고 그것을 찾기 위해 캄파넬라와 함께 하고 싶다는 소망은 캄파넬라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이룰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요. 하지만 묘하게도 캄파넬라를 잃어버린 조반니는 아버지와 재회하게 될 예정이니 현실에서 상실과 아픔이 따르지만 동시에 기대와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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