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단편집은 도서관에서 일본 공포 소설에 흥미가 생겨 비슷한 장르의 다른 소설들을 찾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몇 권이나마 책을 읽은 기억도 있는데 실은 기담이나 공포, 환상적인 소재를 베이스로 한 소설들은 흥미가 많지만 추리 소설 자체는 많이 읽는 편은 아니거든요. 미쓰다 신조의 도조 겐야 시리즈 같은 것들은 미스터리가 반 추리가 반인지라 흥미롭게 읽기 했지만요. 그래도 단편소설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빌려오게 되었는데 책에 실린 작가들의 목록을 살펴보니 제가 추리소설 자체에는 많이 보지 않는 관계로 아는 작가는 거의 없고 알아본 이름은 '미야베 미유키'와 '다나카 요시키'였는데 다나카 요시키의 대표작들은 아직 접한 적이 없긴 합니다만 판타지 소설가들이 공포나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경우나 혹은 그 반대인 경우를 종종 봤고 의외로 이런 경우 재미있는 소설을 읽은 기억이 있기에 좀 기대가 생겼습니다.
처음 소설을 빌려왔을 때는 대다수의 작가가 추리 소설에 몸담은 이들이므로 단편적인 범죄수사물일 거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미스터리 장르란 게 좀 폭이 넓다고 해야 할지 책에 실린 소설들은 제가 생각한 추리소설들도 실려있지만 일단 제목을 장식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혈안'과 같은 경우는 인간의 시체를 손상시켜 만든 50개 눈알을 가진 혈안이라는 요괴를 퇴치하는 이야기라 '음양사' 풍의 환상 소설 분위기가 나는 편이었고, 두 번째 실린 소설 아야쓰지 유키토의 '미도로 언덕 기담 - 절단' 같은 경우는 뭔가 확실한 답을 주지 않고 역시 요괴라 할 만한 존재가 등장하되 내용 자체가 상당히 열린 느낌이라 모호한 느낌을 안겨주는 기담 소설 같았습니다. 세 번째 소설인 시마다 소지란 작가의 '신신당 세계일주-영국 셰필드'는 추리소설이나 기담 소설이 아닌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겪는 사회적 고충과 그들이 인간 승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담은 단편이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편이에요. 네 번째 소설 미치오 슈스케의 '여름의 빛'은 마을 유기견의 행방과 아이들의 해프닝을 다룬 일종의 성장소설 같았고요.
반면 나머지 소설들은 제가 예상한 추리소설들에 가까운데 모리무라 세이치의 '하늘이 내려준 고양이'는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되어 고양이가 단서가 되어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다중 시점일 경우 하나의 상황이 여러 개로 해석되어 흥미롭긴 하나 다만 사건 자체가 너무 우연적인 느낌을 많이 주는 추리 소설이었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눈과 금혼식'은 다단계와 살인이 얽힌 사회 비판적인 느낌이 나는 추리소설로 시리즈가 있지 않을까 예상이 되는 소설입니다. 특이하게도 사건의 범인은 어느 정도 밝혀진 상황에서 목격자가 기억을 잃은 바람에 사건의 의문을 풀어가는 내용이에요. 또 하나 특징이라면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 중 하나가 작가와 이름이 같다는 것? 오사와 아리마사의 '50층에서 기다려라'는 '드래곤'이라는 도시전설에 낚여 하마터면 덫에 걸릴 뻔한 청년의 해프닝을 담은 내용입니다. 이 소설은 추리나 트릭 자체보다는 모든 것이 사람을 낚는 도시전설임이 밝혀지는 반전적인 부분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제가 흥미를 가진 다나카 요시키의 '오래된 우물'은 오십 대를 이어왔다는 영국의 귀족 가문의 저주에 얽힌 사건으로 추리와 살인 사건 자체보다는 그 분위기가 흥미로웠던 소설입니다. 가난한 집 아이와 부잣집 아이가 뒤바뀌는 소재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여기선 미스터리 소설답게 살인으로 발전하고 주인공이 그 트릭을 알아차리긴 하나 내용의 중점은 대대로 이어진 원한이나 사람의 악의에 맞춰졌다는 생각. 마지막 요코야마 히데오란 작가의 '미래의 꽃'은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는데 암 병동에 입원한 노련한 검시관을 찾아온 신임 검시관이 한 증권회사 직원이 살해당한 사건을 두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서로 추리 대결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결과는 노련한 검시관의 승리로 끝나지요. 참고로 이 소설들을 읽으면서 처음 의식은 못했지만 공통된 키워드가 등장하는데 이는 역자 후기에 실려있는 출판사의 창립 50주년을 기념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로 처음엔 아무 예상도 못하고 읽었기에 후기에 와서 또 다른 반전을 알아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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