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도서관을 찾아갔다가 발견하게 된 이 책은 일본에서 나온 만화 그리기 작법서의 번역본입니다. 도서관에도 종종 미국의 그래픽 노블이라던가 게임 일러스트 모음집을 발견할 수 있었고 또는 일본에서 나온 만화책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요. 책의 제목에 5라는 숫자가 붙어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은 만화 작법을 주제로 나온 다섯 번째 시리즈였습니다. 속표지를 잘 살펴보면 이미 4개의 같은 시리즈가 주르륵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도서관에 전 시리즈의 책들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뭐, 그래도 이런 작법서들은 스토리형 만화가 아니고 참고서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설정을 하고 있지만요. 보다 보니 도움 되는 자료도 많고 그림도 꽤 예뻐서 맘에 들었는데 다른 책들을 못 찾아봐서 아쉽다고 할까요.
그림체는 대강 이와 같이 모에+순정체 풍으로 원어에서는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갈색 단발머리는 그림 초보인 소녀 '나고민', 보라색 트윈테일은 그림이 능숙한 '김그림'이고 노란 머리 남자 캐릭터는 그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지나가던 선생님 캐릭터입니다. 단순 작법서와는 다르게 내용을 이끄는 캐릭터들에게 개성을 준 게 만화의 특징. 만화 작법서의 다섯번째 시리즈치고는 상당히 기초적인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경향이 있는데 애초에 이 만화의 부제가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원인과 해결법'입니다. 이야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그림 그리는 유형을 사고형과 이미지형 두 부류로 나누는데 사물을 파악하는 방법에 따라 분류되는 것으로 책의 설명에 따르면 사고형은 대강 사물의 이치를 따지며 설명을 중심, 글자에 익숙한 편인 반면 이미지형은 사물을 그림이나 움직임으로 이해하며 글자보다 영상에 익숙한 타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인 나고민은 사고형, 김그림은 이미지형으로 그림 그리는 실력은 그림이 쪽이 월등하다인데 아무래도 초보자들을 이끌어주는 책이다 보니 그림을 그려나가는 쪽은 나고민이고 그림 실력도 나고민 쪽이 사고형이란 것을 감안해도 그림 그리는 상식이 너무 부족하지 않나 싶은 부분이 많더라고요. 적어도 정면과 측면 구분이나 옷주름에 대한 인식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이건 거의 관찰력 부족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인체 같은 경우는 복잡한 것이기 때문에 저도 갈길이 멀다 하지만 하여간... 저도 좀 엄밀하게 따지자면 사고형에 가까운 타입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 이미지형이 아예 아니라고 할 순 없어도 - 왠지 만화 속에 등장하는 나고민에 비하면 그나마 좀 위로받는 수준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역시 만화는 만화라고 단점과 문제점을 지적해 주자마자 실력이 금세 향상되는 놀라운 모습을 보입니다.
대강 이런 느낌으로 중간 중간 그림 그리는 팁을 설명해 주는데 이 페이지는 초반에 나온 표정에 대한 묘사에 대한 참고 자료입니다. 눈동자의 크기에서부터 눈썹의 위치, 얼굴 주름 등 상당히 상세한 부분에서 어드바이스를 주고 있더군요. 또 맘에 든 부분은 같은 그림이라고 해도 방향을 바꾸거나 강조점을 달리 주면서 구도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팁을 주거나 일러스트를 그릴 때 세부적인 설정이나 스토리 성을 가미하면 그림의 분위기기 풍부해진다는 점(이것은 예전에 보았던 TCG 일러스트 서적에서도 가르쳐주던 점)입니다. 흥미로운 시리즈라서 기회가 되면 나머지 시리즈들도 한번 더 보고 싶어져요. 참고로 만화는 전부 컬러 버전이 아니라 초반 1화만 컬러고 나머지 부분들은 위 그림과 같이 붉은색+흑백으로 인쇄되어 있어요.
'책 > 소설과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선 가루카야 기담집』 리뷰 (0) | 2024.12.18 |
---|---|
『카르밀라』 리뷰 (0) | 2024.12.17 |
『은하철도의 밤』 리뷰 (0) | 2024.12.15 |
『해무도』 리뷰 (0) | 2024.12.15 |
『월령관 살인사건』 리뷰 (0) | 2024.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