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발견하였을 때, 간만에 셜록 홈즈 시리즈와 관련된 책을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인 코난 도일의 대표작이 『셜록 홈즈』 시리즈다 보니까 이 책도 아마 『셜록 홈즈』 소설들을 중점으로 작가되는 방법이나 소설 분석, 혹은 스티븐 킹의 저서인 『유혹하는 글쓰기』처럼 작가 지망생을 위한 작법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 빌려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제목 옆에는 조그맣게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코난 도일의 다른 면들을 살펴보게 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할까요? 책은 일반적인 전기나 평전, 비평서와는 다르게 저자인 마이클 더다의 개인적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그가 어린 시절 책을 즐겨보았고 어린 마음에 어른스런 소설을 찾다가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 가의 개』라는 사실 등등이 언급되는데요.
그래서 객관적인 비평서라기보단 작가의 경험과 주관이 많이 들어간 서적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그래서 코난 도일의 생애 일면이나 『셜록 홈즈』 시리즈의 분석은 많은 편은 아니라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홈즈 시리즈에 가려진 코난 도일의 다른 작품과 그 일면들을 살피고 있기 때문에 코난 도일의 팬이라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셜로키언들에 대해서도 작가가 직접 그들을 만나 경험을 한 것을 실어놓음으로써 외국의 소설 팬덤이 어떻게 활발하게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고 할까요. 저자는 셜로키언 혹은 도일리언들의 모임과의 만남을 매우 즐겁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생애에 관련된 부분이 상세하지 않을 뿐 그의 생애나 사상에 대해 책에서 이해가 가기 쉽게 설명해주는 부분도 있습니다. 가끔 보면 저자인 마이클 더다도 코난 도일이 여기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에 대해 알 수 없다고 표시한 부분도 있는데요.
코난 도일의 사상 자체는 보수적인 측면이 있고 애국심도 강한 편이며 당시 전반적인 사람들답게 다른 인종이나 식민지 사람들에 대한 인종적 편견도 있어보이지만 어떤 소설에선 굉장히 포용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한가지 모습만 보이는 것은 아니라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더군요. 이 부분은 저도 홈즈 시리즈를 읽으면서 약간 의외다 싶은 경향을 느꼈기 때문에 동감하는 바였어요. 예를 들어 『네사람의 서명』과 같은 작품에선 그대로 인종적 편견이 드러나보이지만 『노란 얼굴』같은 단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포용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같은 『셜록 홈즈』 시리즈이긴 하나 이것이 십여년 넘게 연재가 되면서 작가의 사상이 좀 더 변화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코난 도일은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특기였고, 성격도 사교적인 측면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난 사례로 여자관계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그가 첫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그녀 생전에 만났던 여성과 재혼한 것은 알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죽은 부인에 대해 실례되는 일이라 하기엔 미묘한 것이 둘째 부인과 만날 때는 항상 어머니나 보호자를 대동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첫번째 부인의 투병 기간이 10년이나 되었던 사실로 보아 이 재혼은 어느 정도 주위사람들로부터 미리 인정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며 어느 정도 죽은 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들과의 여행도중 아들이 지나가는 여성의 얼굴을 못생겼다고 촌평하는 것을 꾸중하며 '어떤 여성도 못생기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등 신사적인 면모도 보이고요. 그리고 젊은 시절 어떤 파티에서 곤드레만드레 취해 만나는 여자들에게 청혼을 하고 확답하는 편지를 받았으나 도대체 뭐에 대한 확답이고 누가 보낸 것인지 모른다는 재밌는 일화도 실려있습니다. 꽤나 재밌는 성격의 소유자였는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왠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법한 코난 도일의 다른 장르소설들에 대해서도 애정을 갖고 살펴보는데 코난 도일의 생애 말년 심령학에 빠졌다는 이야기도 어느 정도 알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개 홈즈 시리즈의 완성도에 비해 그가 낸 다른 소설들 공포소설이나 SF소설 혹은 모험 소설들은 『잃어버린 세계』 정도를 제외하면 대개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것 같은데 저자에 의하면 이런 소설들도 나름 완성도를 갖추고 주제를 갖춘 소설이라는 게 보여집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말년에 코난 도일이 요정에 빠진 이유는 그의 집안 내력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코난 도일의 삼촌이 요정과 관련된 저서의 일러스트를 그렸다는 이야기가 실려있더군요. 심령학 자체와 큰 관계없이 홈즈 시리즈를 탄생시킨 작가의 환상이나 공포소설이라면 왠지 흥미가 가지 않을 수가 없을 텐데 이 책의 저자조차 그의 단편들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것으로 보면 왠지 여기서 홈즈를 제외한 코난 도일의 다른 장르소설들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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