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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크툴루 신화 사전』 리뷰

by 0I사금 2024.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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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편은 아니라고 하는데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 제대로 된 완역판이 나온 것도 얼마 되지 않은 일인 거 같습니다.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나온 러브크래프트 전집이나 예전에 읽은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 크툴루의 부름 외 12편』가 있던데, 일단 제가 다니는 도서관에서도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이나 관련자료는 찾아보기 어렵고 이 책도 어렵게 대출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은 크툴루 신화에 대해 단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생전 러브크래프트와 교류한 작가의 소설들은 물론, 후대에 러브크래프트와 관련 작가들의 영향을 받은 소위 2세대의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크툴루 신화를 모티브로 잡은 게임에서 미국과 일본의 만화와 코믹스 서적까지 다양한 자료들을 열거합니다. 그 인기있는 '어벤져스' 코믹스 시리즈에서도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악신의 영향을 받은 괴물이 출현한다고 하더군요. 

흔히 크툴루 신화가 러브크래프트 사후 그의 작품에 언급된 단서를 가지고 후배 작가인 오거스트 덜레스가 체계를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지만 이 책에 의한다면 일단 신화를 고안한 것은 러브크래프트가 맞고 그가 생전에 남긴 메모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책의 자료에 따르면 각각의 작품들을 비교했을 때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약간씩 있으므로 상세한 부분까지 설정을 세세하게 짜놓은 것 같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며 후대의 작가들이 보완해야 한다는 충고도 가끔 따라옵니다. 하지만 러브크래프트가 크툴루 신화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작품이 우주적 신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라는 점도 밝히고 있는데 일단 제가 소장한 단편집에서도 우주적 존재들과 관련이 없거나 그저 초월적인 공포만이 암시되는 정도에 그치게 되는 작품이 몇가지 있었지요. 

 

책에서 덧붙이기를 러브크래프트가 소설에서 드러내려 했던 우주적 공포는 거대한 신들의 전율적인 모습에서 오는 것이 아닌 인간을 고립시키는 거대한 우주적 섭리에 가깝다는 설명이 실려있습니다. 근래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집을 적게나마 읽으면서 느낀 거지만 그의 작품들 중 확실히 인간의 고립, 혼자만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불안을 표현한다 싶은 단편들이 몇가지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쩌면 이런 것도 러브크래프트의 고독했던 생애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책은 크툴루 신화 속의 다양한 신들과 가공의 서적, 가공의 물건, 지명등에 대한 언급에 앞서 러브크래프트의 생애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소개합니다. 책을 보면서 의외라 생각한 부분은 고향에 대한 애착으로 제법 폐쇄적인 삶을 살았을 법한 러브크래프트가 여행을 좋아한 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자기 고향인 프로비던스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가공한 신화의 자료들 중에선 러브크래프트 자신이 창작한 것 말고도 자신이 좋아했던 소설가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아 자신의 소설에 삽입한 것들이 있으며, 동시에 당대 교류했던 작가들이 만든 것을 자신의 소설에 가공하여 삽입한 경우도 있었다고요. 그런 이유 때문에 제대로 된 크툴루 신화를 알아보려면 단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만이 아니라 그와 교류했던 작가들의 작품까지 읽어보는 편이 좋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러브크래프트의 소설도 이제서야 제대로 번역이 된 편이고 괴기소설이나 공포소설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은지라 좀 어렵긴 하겠단 생각도 들지만요. 현재는 크툴루 신화의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서도 쉽게 검색하여 구할 수 있지만, 이 책의 이점은 관련 크툴루 자료들이 어느 작가의 어느 작품에 출현하는지도 설명해준다고 할까요. 

 

크툴루 신화 자체가 러브크래프트 혼자만이 아닌 여러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만큼 러브크래프트의 소설과 교류한 작가들의 소설, 그리고 후대 영향을 받은 작품들에서 기존 설정이 약간씩 차이가 있다는 점도 설명됩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자료들관 다르게 여기선 아우터 갓을 비롯 그레이트 올드원을 칭할 때 사악한 신이라는 뜻으로 '사신(邪神)'이란 표현을 쓰며, 아우터 갓과 그레이트 올드원을 크게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그들의 대척점에 있는 엘더 갓들의 이름은 '고대신'으로 번역되어 있지요. 보통은 2페이지에서 4페이지 정도로 신에 대한 정보나 크툴루 신화 작품군에 등장하는 사물 혹은 지명에 대한 정보를 각각 전달해주는데 바로 항목이 시작하는 맨 위 상단에 관련 그림을 그려놓아 소설 속 그들의 모습을 알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 그림들 중에선 해스터(하스터)가 제법 멋있는 이미지로 나와있고, 엘더 갓들 중 대지의 신들 같은 경우는 왠지 톨킨 신화의 엘프 풍의 생김새를 간직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설명의 말미에 관련 신이나 물건이 어느 작가의 작품에 어떤 식으로 등장하는 지 설명을 해주는데 보면 영미작가들만이 아니라 일찍 영향을 받은 일본 작가의 소설들도 제법 언급되는 편이라 신기하더군요. 아무래도 일본도 공포소설이나 요괴관련 작품들이 많이 발달한 문화 토양인지라 크툴루 신화도 자신들의 풍미대로 일찍 받아들인 것은 아닌가 합니다. 일본 내 신앙이 풍부한 것도 크툴루 신화를 작품 속에 섞을 수 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참고로 책에서 언급되는 작품명 중에서 크툴루 신화를 차용한 다른 작가의 소설들 중 우리나라에 번역이 아직 안되어있는 작품은 일본어 번역과 영어 원제를 달아놓았고, 번역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은 황금가지판의 제목을 인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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