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실은 이 영화 『카고』를 보게 된 건 다름 아니라 영화 목록을 살펴보던 중 섬네일이 유달리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였습니다. 구글을 통해 찾게 된 포스터나 영화 이미지는 깔끔하고 딱히 잔인하거나 끔찍한 구석이 없었는데 넷플릭스에서 눈에 띄게 된 영화의 섬네일은 도대체 뭔 일이 있던 건지 여자가 끔찍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가득 찬 것이더라고요. 좀비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사람이 저 정도로 되려면 어떤 내용인 건지 궁금해지는 바람에 영화를 찜하고 재생을 눌렀더니 웬걸 영화는 장르가 좀비물 치곤 굉장히 잔잔한 내용이다 싶었습니다.
일단 이 영화는 유튜브에 올라왔던 단편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장편으로 바꾼 것입니다. 원작은 저도 예전에 본 기억이 있었는데, 장편으로 각색된 『카고』는 기본적인 원작의 설정 - 좀비가 된 부인에게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가 갓난아기인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다른 생존자들에게 발견된다는 내용에 인물들을 더 새로이 추가했다고 할 수 있어요. 원작의 내용은 아버지가 딸을 해치지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한 뒤 생존자들에게 처치되고 그 딸이 구조 받는다고 요약할 수 있으며 원작의 배경이 어디인지 (미국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게 묘사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넷플릭스 영화 『카고』는 영화의 배경을 오스트레일리아로 옮긴 뒤, 여기에 좀비 바이러스를 피해 피난한 가족들이나 감염자들을 사냥하는 원주민들, 병원에서 생존자들을 기다리는 시한부 교사나 감염자보다 더 위험한 인간 빌런, 주인공 앤디 부녀와 동행하게 된 원주민 소녀 투미 등 더 다양한 인물들을 추가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여러 등장인물을 더 투입했으며, 감염자들을 무조건 제거하는 사냥꾼들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용해 사람들을 미끼로 삼아 착취하려는 인간 빌런이 나오긴 하지만 그 상황이 공포를 유발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느껴졌어요.
이는 영화가 부인을 잃고 자신마저 감염된 아버지가 딸을 살리려고 애쓰는 내용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요.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광대한 배경 때문인지 아니면 전개에 불필요하기 때문인지 도시나 인간 군상이 모여있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좀비 바이러스가 얼마만큼 사회를 붕괴시켰는지는 암시에 그칠 뿐이고, 좀비 자체도 인간들에게 사냥당하는 장면이 많아 위협적이라는 인상은 적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좀비물에서 볼 법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좀비가 인간을 위협하는 장면이나 좀비 떼가 우르르 몰려들어 생존자들을 패닉에 질리게 하며 공포를 유발하는 장면은 적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요.
또한 이기적인 개인은 나와도 이기적인 군상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좀비물에서 기대할 만한 좀비보다 더 위험한 인간 군상이나 그에 대한 풍자를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미라는 원주민 소녀와 감염으로 변해가는 앤디의 우정은 나름 인상적인 요소일 수 있겠지만, 투미가 감염된 아버지를 살리려고 원래 속한 생존자 집단에서 도망친 뒤 앤디와 만났다가 결국 앤디의 딸인 로지를 구하기 위해 원주민 집단으로 다시 돌아가는 설정은 좀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저 생존자인 원주민 집단과 따로 떨어져 살던 소녀가 아버지를 잃고 앤디와 만난 뒤 그의 딸과 함께 생존자 집단과 처음으로 조우하게 되는 전개라면 더 깔끔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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