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by 0I사금 2024. 12. 17.
반응형

『슬램덩크』는 예전에 코믹스로 마지막권까지 이미 읽은 기억이 있고, 애니메이션은 오래전에 SBS에서 방영해 준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했을 당시에 큰 화제가 되어 흥미가 가긴 했었는데 처음엔 볼 생각은 못 하다가 나중에 큰맘먹고 오랜만에 극장으로 향한 기억이 있어요. 개봉 당시 극장에는 자막판과 더빙판 둘 다 상영되고 있었지만 마침 시간대가 맞는 게 더빙판밖에 없어서 더빙판으로 감상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인 경우 원래 더빙판으로 더 익숙하게 접한 것도 있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한국식으로 잘 변경된 지라 더빙으로 봐도 어색한 점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예전에 본 더빙판과 성우들은 달랐어도 오히려 그 시절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특이점이라고 한다면, 본래 만화책과 기존 애니메이션에서 주인공이었던 강백호가 중심이 아니라, 2학년인 송태섭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처음엔 주인공 시점이 바뀐다는 소리에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극장판 중심 내용인 산왕전은 코믹스로 정주행한 것이라 내용은 다 알고 있기는 했거니와, 오히려 극장판 내용을 본다면 익숙한 내용이라고 해도 시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내용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 같네요. 산왕전은 신예인 북산이 최강팀인 산왕공고와 만난 것이고 여기에 강백호의 활약과 그의 생각지 못한 부상으로 인한 위기, 라이벌이었던 서태웅의 성장 등이 부각되었던 반면 송태섭의 비중은 확실히 적었다는 느낌이었으니까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산왕전 사이에 송태섭의 개인 서사를 액자식으로 집어넣는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코믹스와 이후에 나온 외전 '피어스'를 참고하면 내용 이해가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인데, 송태섭의 어린 시절 형과 농구를 하면서 쌓은 추억, 그리고 형 송준섭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 이후 방황이나 농구를 하면서 겪는 심정을 자세하게 묘사합니다. 코믹스에서는 등장인물들의 가족사는 암시만 될 뿐,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 편인데 이번 극장판에서 송태섭의 가족사는 굉장히 자세하게 풀린 편입니다. 그리고 산왕전을 앞두고 송태섭이 부담감과 불안을 느끼면서 동시에 '차기 주장'으로 성장해가는 면모를 그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한 송태섭이 산왕공고에서 같은 학년인 선수이자 천재인 정우성을 의식하는 장면이 있어서 눈에 띄었는데 코믹스에서는 정우성과 서태웅이 시합 중에 엮이는 경우가 많아 강백호와 서태웅의 라이벌 구도에서 서태웅과 정우성의 라이벌 구도로 옮겨지는 측면이 강했기에 극장판의 이런 변화가 매우 참신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엔딩에서 정우성과 미국 시합에서 다시 마주하는 게 송태섭이라는 점에서 그 라이벌 관계가 더 부각되던 느낌. 설마 신사에서 '자신을 성장시킬 새로운 경험'을 해달라고 한 걸 이런 식으로 이루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나요. 또한 송태섭에게 초점이 옮겨지면서 같은 팀의 정대만 역시 코믹스 버전에서 생략되었던 부상으로 인해 농구를 그만두고 방황하던 시기의 이야기가 좀 더 암시된 편이에요.


다만 정대만의 이야기도 코믹스 버전에 비하면 생략된 구석이 많았지만 또 새로 첨가된 부분이 있어서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정대만이 송태섭과 마찰이 있은 후 철이나 영걸이 같은 양아치 친구들을 이끌고 농구부를 습격하다가 백호 친구 양호열한테 역으로 처맞고 과거가 밝혀지는 이야기는 극장판에서 생략되었고, 오히려 농구에 미련이 많았던 정대만이 농구 선수로 가능성이 많은 송태섭에게 열등감과 분노 비슷한 감정을 보이면서 시비를 걸고 치고받고 싸우다가 나중에 마음을 고쳐먹고 농구부로 복귀하는 모습으로 묘사되더라고요. 극장판에서 정대만은 방황하던 시절에서도 북산의 시합을 몰래 보러 오거나 안선생님을 보고 피하는 등 그 심정을 은근하게 암시하고 있었고요. 송태섭과의 싸움 이후 복귀한 그 덕에 코믹스에서 망가지는 모습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이 에피소드가 여러모로 극적이기도 하고 명장면도 탄생시켰던지라 생략된 게 좀 아쉬운 마음이 없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극장판 시합과 송태섭 개인 서사를 다루려고 한다면 분량 문제 상 저 내용은 생략될 수밖에 없었겠다 이해도 들기도 했고요. 또 극장판에서 조명된 송태섭의 과거 서사 중 중학교 때 전학을 오고 적응을 못했을 당시 정대만이 일대일 농구 시합을 해주었고 그걸 송태섭이 기억하고 있었다는 내용은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극장판에선 송태섭과 정대만 사이의 관계성도 뭔가 더 강하게 형성되었다는 느낌이에요. 잠시뿐인 만남이긴 하지만 송태섭은 정대만에게서 어린 시절 자신과 일대일 시합을 해주던 형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고요. 고등학교에서 재회했을 당시 방황하던 정대만을 알아보는 낌새도 있었고, 왠지 싸움이 붙었을 때 송태섭이 정대만만 유달리 공격한 건 형과 겹쳐보기까지 했던 정대만에 대한 실망감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들었고요.

극장판 분량 상 생략된 내용들, 예를 들면 채치수가 시합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할 때 그의 라이벌이었던 능남의 주장 변덕규가 난입하여 채치수를 각성시키는 장면 같은 건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임에도 내용 진행을 더 깔끔하게 위해선 생략할 수밖에 없었겠다 싶더라고요. 코믹스에서 구경하던 다른 팀 선수들의 이야기는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탓인지 전부 생략된 편. 물론 그런 점을 제외해도 산왕전과의 시합 자체가 워낙 긴장의 연속이고, 이긴다는 결말을 알고 보면서도 초반 점수 차가 벌어질 땐 진짜 시합을 보는 것처럼 내가 응원하는 심정이 되더라고요. 초반 불리했던 시합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건 강백호이며 이번 극장판에서 강백호가 조연이 된다고 해서 그 존재감이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니었거든요.


강백호 같은 타입이 같은 팀이라면 진짜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송태섭이 주연이라서 그 캐릭터 매력이 다시 부각된 것처럼 강백호 역시 조연이 되어도 매력이 사라지지 않는 걸 보여준 극장판이었고, 그래서 후반 부상씬에선 안타까움이 일더라고요.

728x90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고』 리뷰  (0) 2024.12.16
『서치 2』 리뷰  (0) 2024.12.15
『서치』 리뷰  (0) 2024.12.14
『슈렉 포에버』 리뷰  (0) 2024.12.13
『장화 신은 고양이 : 끝내주는 모험』 리뷰  (0) 2024.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