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크툴루 신화 사전』이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감상문을 블로그에 쓴 바 있습니다. 당시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대해 많이 읽지 않은 상황에서 저 책을 발견하여 나름 어렵지 않게 유용하게 그 작품 세계관에 대해 접근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뒤에 느낀 거긴 합니다만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존재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백과사전 비슷하게 되어 있다거나 한 장르 소설 속 존재들이긴 합니다만 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는 데서 읽는 방식이 예전에 읽은 중국의 고전 『산해경』 비슷하단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이런 책이 또 있다면 흥미롭겠다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당시에는 또 다른 책을 발견하지 못하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도서관에 신간으로 이 책 『켈트 신화 사전』이 들어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켈트 신화 사전』은 표지도 예쁜 그림일 뿐만 아니라 대충 훑어보니 컬러가 아니라 아쉽긴 해도 고퀄의 삽화가 여러 장 들어있기도 해서 눈길을 끌었는데 거기다 켈트 신화는 평소에 접하지 못한 종류라 흥미가 생기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니 그리스 신화나 중국 신화는 일단 기록들도 어마어마하고 한국에서도 관련 서적들, 그것이 어린이용 교육 서적이든 학술적 목적의 인문 서적이든 종류가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고 한국 신화는 자국 신화다보니 어린 시절에 동화책으로도 많이 접할 수 있는데다 북유럽 신화 같은 경우는 앞의 세 종류의 신화에 비하면 많이 찾아보지 못했지만 일단 만화나 영화 같은 다른 매체에서도 많이 다뤄 준 바 있어 그 세게관에 대해서 얼핏 알아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켈트 신화 하면 상당히 낯선 것이 그 유명한 '아서 왕' 이야기가 켈트 신화의 하나라고 책에서도 설명되지만 이 정도를 제외하면 전문적으로 다룬 책을 읽어 본 기억이 전혀 없다는 거에요. 책에 등장하는 용어들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유명 게임들 중 여기서 이름을 따온 것을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전 게임을 하는 입장이 아닌지라 여전히 낯설기 짝이 없는 세계관이라는 것. 그나마 몇 몇 이름 정도를 주워들은 정도라 할까요. 하여간 그래서 더 흥미가 갔는데 켈트 신화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책에선 서문에 켈트인들의 역사에 대해 몇 페이지로나마 다뤄주고 있습니다.
일단 책에서 설명하는 지도로써 살펴보는 켈트족의 문화권은 아일랜드와 영국 본토인 브리타니아가 그 중심이고 좀 더 폭넓게는 갈리아와 게르마니아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켈트족의 세력은 기원전 3세기 무렵 넓게 확장되었으며 서쪽으로는 브리튼 섬부터 아일랜드까지 진격했고, 대륙으로는 이베리아 반도와 현재의 프랑스, 벨기에에 해당하는 광대한 길리아 지방부터 북이탈리아를 포함한 카르파티아 산맥의 남쪽에 위치한 평원 지역과 발칸 반도, 소아시아라고 불렸던 아나톨리아 반도 중앙부까지 진출했고 이런 켈트의 문화를 '대륙의 켈트'와 '섬의 켈트'라 구분짓는다 하는데 섬의 켈트는 스코틀랜드와 브리튼섬 그리고 아일랜드로 구성된다고 합니다. 대략 내용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일랜드 쪽 신앙이 상당수를 차지하지 않나 싶은데 대표적인 영웅인 쿠훌린이 아일랜드 대표 영웅이고 책의 중반에 설명되는 요정 신앙 역시 아일랜드의 색채가 강한 이야기니까요. 실제로 아일랜드의 역사를 다룬 다른 서적에서도 아일랜드의 요정 신앙이 상당히 강했다는 언급이 나오던데 우리나라와 비교하자면 일종의 도깨비나 산신령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영웅이나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런 요정들 이야기였고요.
그리고 이 켈트 신화가 후대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은 부분이 많은데 일단 크툴루 신화 정보를 찾을 때 그 이름이 켈트 신화 속 신에서 따왔다는 설명이 있다거나 하는 설명을 본 적 있고, 그 유명한 톨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실마릴리온' 역시 유럽의 신화에서 여러 요소를 따 온 만큼 이 켈트 신화의 영향도 받지 않았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우연히 보게 된 소설이긴 합니다만 영국 작가 '아서 매켄'의 단편들에서 등장하는 사악한 요정들도 이런 켈트 신화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좀 더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몇 켈트 신화의 요소는 아서왕의 이야기 성립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이 켈트 신화가 유지된 배경에는 당시 아일랜드 지역에 포교를 하러 온 기독교도들이 전통 신앙을 배척하는 것이 아닌 기독교 세계관에 도입시킨 덕에 그 신앙의 면면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인데 반면 켈트인 스스로는 자신들의 신화에 대해 기록을 남기지 않은 덕에 그 기록물은 켈트인이 아닌 다른 민족, 로마인이나 기독교인들의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데서 켈트 신화가 다른 신화들보다 많이 이야기가 퍼지지 않은 데에는 이런 한계가 존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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