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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심리 조작의 비밀』 리뷰

by 0I사금 202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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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심리 조종자 같은 유형의 인간들과 그 인간들에게 대응하는 법을 다루는 서적들을 좀 접해서인지 몰라도 이런 유의 심리학 서적에 흥미가 갔습니다. 최근 도서관에 갔을 때 신간 코너에 꽂힌 이 『심리 조작의 비밀』도 좀 비슷한 부류의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가 그동안 봐 왔던 심리 조종자 케이스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친구/가족의 모습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심성을 갉아먹는 인간들을 다룬다면 이 『심리 조작의 비밀』은 그 유형과도 비슷하지만 좀 더 위험한 부류에 대해 언급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언급되는 사례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나 미국에서 일어난 '존스 타운 학살 사건' 혹은 중동 테러리스트들의 자폭 테러와 같은 이른바 범죄 조직에 가까운 인간들 유형에 대해 더 다루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 심리를 조종 혹은 조작하는 부류들이 자기애성 성격이 강하며 공감 능력이 극히 떨어지고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타입으로 그 희생자가 되는 사람들이 의존성 성격 장애가 심하거나 온순한 타입들이라는 점에서 다른 심리 조종을 다룬 서적에서 말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그 패턴과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본 심리 조종자들 사례가 어디까지나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트러블에 가깝다면 책에서 다루는 심리를 조종, 조작하는 인물들은 굉장히 조직적이며 피해의 규모가 크다는 데서 심각한 부분인데, 책에서 다루는 가해자 유형은 단순 가정 폭력 사례만이 아니라 신비주의로 포장하여 신도들을 갈취하는 사이비 종교나 불법 다단계 판매 조직, 테러 집단과 같은 부류로 단순 바보 같은 사람들이라고 흘려듣기에는 이 피해자들의 유형이 지나치게 평범하며 어떤 의미에선 대개 사람들에게 선량하단 소리를 듣는 인물들이란 점에서 상황이 심각하단 점입니다.


이런 선량한 사람들이 심리 조작의 덫에 빠져드는 것은 사회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거나 혹은 지나치게 자기 개발에 몰두하여 여유를 찾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등 단순 제삼자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특히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터널' 효과라고 칭하는 부분으로 '터널' 효과란 심리 조작을 시도하는 집단의 패턴과 걸려들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반드시 발생하는 것으로 정보가 차단되거나, 환경적 물리적으로도 고립되기 쉽거나 고통스럽고 여유가 없는 상황에 빠져 출구가 '이것뿐이다'라는 꼬임에 빠지기 쉬운 경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상황은 현대에 만연한 풍조로, 일본인인 저자가 지적하는 훌륭한 대학에 가기 위해 여유를 주지 않고 아이들에게 학업을 강요하는 상황이 그 사례라고 지적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각종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방법이나 의학자들이 치료를 위해 만든 최면 치료 같은 것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재는 이런 방법이 악의적인 집단에 의해 악용되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라 지적합니다. 그리고 심리를 조작하는 집단 혹은 인물들은 피해자들에게 터널의 끝에 자신 혹은 자신들이 내세우는 가치관이 보상을 줄 것이라는 희망을 불어넣으면 다른 상황을 돌아볼 수 없는 피해자들은 그 희망이라고 여겨지는 가치관이나 신앙에 목숨을 걸거나 가진 것을 바치게 되는데, 실은 이 부분은 멀리 가지 않아도 한때 자기계발 열풍에 미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 목적에 돌진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기도 합니다. 이는 현대인들이 심리 조작에 상당히 취약하다는 반증으로, 이런 심리 조작에 걸리지 않고 그 덫에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은 '주체성'과 '자립'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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