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16화(최종화) 리뷰 (2019. 8. 20. 작성)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16화, 최종화 리뷰입니다. 그동안 재미도 있었고 나름 아쉬운 점도 많았던 드라마가 끝난 셈이네요. 테일러 김실장도 잡혔겠다 이제 VIP의 찐 정체도 드러나겠거니 기대를 하면서 TV를 켰습니다. 드라마 내내 청와대 내부 공모자와 VIP의 존재가 언급되긴 했지만 이 둘이 반드시 일치할 가능성도 없다는 점이 의심되긴 했는데 이번 국정원 요원인 한나경의 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테일러 김실장은 자신이 VIP라고 자백하긴 했지만 진짜 VIP는 그 한 사람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많은 인간들을 상징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요.

테일러 김실장이 심장 질환이 있는 척 위장하여 구급차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다 태익(본명 이경표)의 총에 저격당하면서 퇴장하는데, 그 끝이 허무한 것은 오영석과 비슷하긴 하지만 이번 16화에서 안경을 벗고 본색을 드러낸 것을 보니 나름 악당 역할로썬 나쁘진 않았다는 감흥이... 이번 최종화에서 가장 찜찜했던 점은 태익(본명 이경표)이 테일러 김실장을 저격하는 사건을 만들고도 한국을 빠져나가 잡히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건 2시즌 떡밥인지 아니면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 VIP에 해당하는 인간들이 완벽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그 세계관 나름의 계속되는 위험을 암시하는지는 미묘.

청와대의 내부 공모자는 진심 아니길 바랐지만 결국 한주승이라는 것이 여러 증거물을 통해 드러납니다. 따지고 보면 청와대 내의 긴밀한 정보에 대해 접촉할 수 있는 인물이 그만한 사람이 없어 의심받을 수 밖에 없던 처지지만 그가 그동안 박무진 대행과 차영진 비서실장의 정신적인 스승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진심 이 사람이 흑막은 아니길 바란 점도 있었어요. 한주승이 흑막이었단 것이 드러났을 때 느낀 배신감은 작중에서 박무진 대행이 느낀 배신감과 일치했을 듯... 그런데 한주승의 행보는 오영석의 부하가 오영석의 명예를 지킨답시고 저지른 행동과 그 심리가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고요.

 

원작에는 없던 리메이크 오리지널 캐릭터라는 점과 연기한 배우의 인지도를 생각한다면 말이죠, 역시 캐스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든가...? 예전에 본 『손 the guest』의 박일도 부마자 반전보다는 납득이 가는 연출이 되어 있어서 충격 자체는 좀 덜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더 충격적인 전개는 한주승이 청와대 내부 공모자라는 것을 알게 된 박무진 대행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철회하고 남은 대행의 역할만을 수행하기로 했다는 점입니다.  아쉬운 선택이긴 했지만 이런 박무진 대행의 행보는 드라마의 제목 『60일 지정생존자』의 의미를 그대로 회수한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절묘하단 생각도 들었고요. 나머지 30일은 그냥 후다닥 지나가는 연출인 게 좀 그랬긴 했지만요...

 

그동안 박무진 대행 옆에서 수행해온 청와대 멤버들, 특히 차영진의 입장에선 희망고문이나 다를 바 없었던 세월인지라 안타까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묘하게 드라마는 대통령이 누가 되었는지 밝혀주지 않은 상태로 3년이 지난 채 엔딩에 다다르게 되는데요. 김남욱 대변인이 차별 금지법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는 것을 보면 다음 정권에서조차 차별 금지법은 제정되지 못했고, 대통령 후보였던 윤찬경이 차별 금지법 입안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을 보면 결국 윤찬경도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했다고 추측이 가능해요. 그렇다면 역시 강상구가 당선된 건가 싶어도 그럴 만한 암시는 보이지 않으니 결국 누가 당선되었는지는 상상에 맡길 뿐.

주인공의 대통령 당선을 바랐던 시청자 입장에서 박무진이 물러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중반 우신영 기자 입으로 선거가 한 번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언급처럼, 2년 뒤에 있을 선거를 위해 청와대 멤버가 다시 모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박무진을 찾아가 다시 한번 출마를 권유하는데요. 박무진이 직접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그의 행적을 본다면 이번엔 분명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면서 드라마는 막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