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지정생존자』 15화 리뷰 (2019. 8. 19. 작성)

지난주 방영 직후 이번 15화 예고가 없다고 투덜대긴 했는데 사람들의 예상대로 군사 쿠데타 문제는 이관묵 합참의장의 협조 아래 주동자들이 잡혀가면서 해결이 됩니다. 이관묵이 박무진 대행에게 결과적으로 협조할 거라는 건 캐릭터 설정이나 성격을 봤을 때 그리고 지금의 전개를 보았을 때 다들 예측 가능한 것이긴 했지만 오늘 박무진 대행의 입으로 확인을 해주는 연출이 좋았다고 생각. 자존심이 강한 그가 두 번이나 모욕적인 상황을 맞닥뜨렸지만 그 상황에서 항명을 하지 않는다는 건 개인적인 감정보다 법과 질서를 더 우선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드러낸다고요. 초반 인상이 그랬을지 몰라도 진정 참군인이었다고 할까.

이렇게 초반 박무진 대행에게 부정적이거나 비협조적이었던 인물들이 점차 박무진 대행의 조력자가 되거나 그를 이해하는 입장에 서는 것은 묘하게 카타르시스가 있었달까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쿠데타 사건을 은폐했다가 누군가(아마도 강상구?)가 언론에 흘려 역으로 공격 대상이 되어 그것이 박무진 대행의 지지율 회복에 쓰일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지만 적어도 박무진 대행의 주변인들이 늘어가는 것이 보였던 15화이기도 했습니다. 초반에 청와대 내부 정보를 유출했던 (강상구 라인의) 안수석조차 지금은 박무진 대행을 걱정하는 입장에 있고, 어떻게 보면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는 박무진 대행이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주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포섭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아마 이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도 다른 드라마들처럼 16부작일 테니 다음 회차가 종영일 텐데요. 그래서 이번 15화에서 테일러가 붙잡히고 테러 배후에 대해 확실히 밝혀질 거라 생각했는데 드라마 제작진이 의외로 호락호락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15화였습니다. 적어도 테러 배후로 지목되는 VIP가 사람들이 예상하듯 테일러 김실장이 위장해낸 가공의 존재였는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 아직도 시청자들이 헤매게끔 연출되었는데, 오늘은 윤찬경이 배후일 수 있다는 떡밥이 등장해서 보다가 굉장히 덜컥했습니다. 윤찬경은 드라마에서 맘에 드는 캐릭터 중에 하나인데 생뚱맞게 VIP 유력 후보 이런 생각에...

물론 이것은 곧바로 페이크라는 게 드러납니다만. 정치적인 여러 이유로 윤찬경도 테일러 김실장을 접촉했다고 하는 언급을 보면 김실장이 발을 걸친 정치가들이 많다는 암시인 것 같더군요. 적어도 테일러 김실장의 정체와 그가 지속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고 상황을 보고하는 듯한 묘사가 보이고 김실장이 나중에 국정원에 잡혀간 이후 태익(본명 이경표)이 다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걸 보면 역시 VIP는 실존하는 인물이고 테일러 김실장이 막판에 자신이 VIP라 하는 것은 그냥 입만 터는 거던가;; 설마 사람들이 예상하는 또 다른 가설처럼 한주승이 진짜 VIP인 건가요?

개인적으로 이 루트는 좀 아니길 바라는데 오늘 한주승의 태도를 보면 그가 가진 환멸의 정체는 양진만 정권 때 이런 꼴 저런 꼴 다 겪고 난 뒤 더 이상 정치판과 엮이고 싶지 않은 종류의 것처럼 보였거든요. 만약 VIP가 한주승이라고 한다면 배신감도 배신감이지만 테일러 김실장과 엮일 만한 연출이 그동안 전혀 없어서 개연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거기다 오늘 예고편을 보면은 지금 모든 판을 짠 인물이 누구인지 암시도 안되게끔 나와서 더 궁금해졌는데 혹시 VIP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욕망이나 분노가 어찌어찌 현재의 상황을 이끌어내고 그들의 그런 면모가 합쳐져서 현재 VIP라는 가공의 존재가 만들어졌다던가... 하는 전개는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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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5화에선 묘하게 등장인물들 회상 신이 많았음. 뭔가 개인들 서사를 하나하나 정리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테일러 김실장 북파공작원 출신이라더니 정한모 요원한테 안 밀리고 오히려 정한모가 역으로 밀릴 정도로 잘 싸워서 놀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