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이 드라마 『귀신 보는 형사 처용』은 제목이 비유적이거나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내용을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몇 주 전부터 우연히 TV에서 『귀신 보는 형사 처용』 시즌 1을 몇 화씩 나누어 재방송해주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종종 수퍼액션 채널에서 종영된 드라마들을 몇 편씩 재방송을 해줘서 이렇게 보게 된 재미있는 드라마들이 더 있었어요. 검색해 보니 2014년 첫 방영이 된 드라마였는데 주인공 윤처용이 귀신 볼 줄 알고 조력자가 유령이니까 심령 코드가 있긴 하지만 막 무섭진 않고 코미디 요소가 강한 수사물 같았습니다. 『귀신 보는 형사 처용』이란 제목이나 소재가 왠지 내 취향일 것 같아서 그다음부터는 시간을 맞춰서 보게 되었는데요. 드라마가 다른 타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16부작이 아닌 10부작이라 그런가 전개가 빠르고 마지막 화도 더 일찍 볼 수 있게 되었단 느낌.
보통 16부작 수사물 드라마에선 하나의 에피소드가 2화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는데 『귀신 보는 형사 처용』은 한 화에서 사건이 시작되서 해결되는 구조였습니다. 메인이 되는 사건은 조금씩 암시되다가 막화에 터지는 것은 다른 수사물들과 유사하고요. 재방송으로 1화는 일부 놓치고 2화부터 제대로 봤는데 2화의 내용은 장기 매매 조직 수사와 그 조직에 잡힌 어린아이를 구하는 내용이었고 3화 내용은 의처증인 남편을 피해 다른 무연고자 신분으로 살아가던 여자가 살해당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주인공 윤처용의 파트너인 여형사가 형사답지 않게 좀 방정맞은 성격이라 왜 저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여고생 귀신이 수사를 도와준답시고 여형사 몸에 빙의되어 성격이 바뀐 거고, 원래 성격은 진중한 성격. 근데 빙의되고 나면 기억이 없어지는 것 같은 뉘앙스라 좀 안타깝달까. 거기다 회식할 때 여고생 귀신이 자기도 끼고 싶다고 여형사한테 빙의되는 경우도 나와서요.
귀신 보는 능력을 가진 형사, 귀신이 조력자로 나오긴 하지만 귀신들이 생각보다 산 사람한테 영향력은 주지 못하는 설정인가 싶기도...? 처음엔 귀신 보는 형사라고 하니까 귀신에 씌인 사람들이 범죄 저지르는 내용인가 싶었는데 (그럼 이거 너무 『손 the guest』랑 비슷하지만) 대부분의 범죄가 귀신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산 사람이 저지른 짓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범죄 수사물에 심령 코드를 조금 첨가한 것 같았달까요? 아, 그리고 『손 the guest』의 윤화평 아버지와 『보이스』에서 나계장으로 나온 배우분이 여기서 팀장으로 나오는데 좀 개그 캐릭터예요. 드라마의 초반은 못 본 부분이 있어서 윤처용의 능력이 어디서 기원했는지, 과거에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지만 이후 전개에서 잠깐잠깐 등장하는 회상 정도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윤처용은 귀신에 씐 살인마를 잡으려다 파트너를 잃었고 최종화에 죽은 파트너에게 그 귀신이 씌어 돌아온다는 것과 여고생 귀신 한나영과 파트너인 하선우의 관계까지 드라마 전체적으로 떡밥을 잘 회수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10화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니 범인인 귀신조차도 생전에 억울하게 죽었고 가족을 원통하게 잃었는데 주인공 윤처용의 오해로 일을 그르친 셈이라 사연만 보면 좀 안타깝고 윤처용이 좀 눈치 없었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귀신도 복수한답시고 중간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들을 - 윤처용의 전 파트너나 여고생 귀신 한나영 같은 인물 및 엑스트라들 - 죽인 것을 보면 불쌍하고 원통한 사연 들이밀기에도 좀 한계가 있다 싶었어요. 막말로 자기 죽이고 사건 유발한 사이비 종교 단체 놈들은 간단하게 순삭시키면 될걸, 그저 상황을 오해했을 뿐인 윤처용한텐 지 모든 원한을 다 쏟아붓는 느낌이라 핀트가 좀 나간 느낌이었달까. 거기다 죽은 윤처용 전 파트너는 살해당한 것도 모자라 살인범까지 된 판이니 뭐 거의 두 번 죽은 셈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악귀가 윤처용 전 파트너의 몸에 빙의되어 저지른 사건들은 현실적으로 어떻게 처리되는가 궁금했는데 이 부분은 드라마가 생략을 한 게 아쉬웠습니다.
드라마의 독특한 점은 귀신 보는 능력을 지닌 형사가 주인공이고 조력자도 귀신이지만 작 중 담당하는 사건들은 마지막 에피소드 정도를 제외하면 악귀에 씐 사람들이 범인이 아니라 그냥 일반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가 주라는 점인데, 귀신들은 그 주변을 맴돌면서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거나 후에 사건이 해결된 후 안심하고 성불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더라고요. 마지막 에피소드는 예외였지만 전반적으로 귀신 씐 사람이 범죄 저지르는 내용이라면 장르는 달라도 좀 더 후에 나온 드라마인 『손 the guest』랑 비슷했겠거니 싶고요. 아직도 궁금한 것은 윤처용이 가진 힘의 기원이 어디서 왔는가였는데 검색으로도 딱히 안 나오는 것을 보니 시즌 2에서도 밝혀진 것은 없는 듯. 그냥 선천적인 설정인 건지...? 그리고 귀신 소재를 끌고 온 범죄수사물이지만 분위기 자체는 전체적으로 어둡거나 무서운 느낌은 아니었단 것도 특이. 아마 이건 등장인물 캐릭터 성격이 좀 코믹화된 이유도 있었겠지만요. 결말도 꽤 무난하게 사건을 해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인물들을 비춰주면서 시즌 2를 기대할 수도 있고 그대로 끝나도 괜찮을 깔끔한 결말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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