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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18년~2021년)

『WATCHER』 1화-16화 리뷰 (2019. 8. 26. 작성)

by 0I사금 2025.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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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WATCHER』는 1화부터 꾸준히 본 드라마는 아니라, 어쩌다 중간부터 보다가 말았다가를 두 어번 반복하고 6화 후반부부터 제대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입니다. 1화 방영을 놓치고 3화 이후부터 약 두 번 정도 TV에서 재방송하는 것을 봤지만 중반부터 보려니 내용 이해가 어렵고 왠지 몰입도 되지 않아 그냥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가 6화부터 흥미로운 장면을 보게 되어 마지막까지 달리게 된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흥미를 가지고 1화부터 결제해서 제대로 챙겨보고 전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한 드라마 『손 the guest』 때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래서 네이버 블로그에 초기 리뷰를 썼을 때는 그 때문에 순서가 꼬인 감이 있지만, 티스토리에 올리는 리뷰는 내용을 종합하여 다시 쓰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1화의 오프닝은 경찰서에 어머니가 살해당한 사건의 증인으로 온 어린 김영군의 모습으로 시작해요. 1화에서 비리 수사팀의 주역들인 김영군(배우 서강준 분)과 도치광(배우 한석규 분) 그리고 한태주(배우 김현주 분)가 어떻게 엮이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는데요. 딸을 데리고 도주하는 손병길을 유괴범으로 오인한 김영군이 쫓다가 그 손병길을 다른 이유로 찾던 장해룡(배우 허성태 분)과 얽히게 되는데 이 둘 알고 보면 참 지독한 악연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반전에서 중요한 인물들은 1화부터 얼굴을 확실히 비추고 있었고요. 보면서 좀 황당했다 싶었던 건 장해룡이 김영군에게 그의 아버지 김재명(배우 안길강 분)을 검거한 건 도치광이라고 굳이 언급한다거나 김강욱이 한태주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자신도 언제 한번 본 인물이다 이런 투로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는 건데, 김영군의 유년기를 망가뜨린 장본인과 한태주의 인생을 망가뜨린 장본인 입에서 나올 소리냐 싶었습니다.
 
맘에 들었던 점은 김영군이 손병길을 수상쩍다고 여겨 쫓으면서도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장해룡을 경계하는 등 빠르게 상황 판단을 하고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흔한 드라마의 혈기 넘치는 눈새 타입이 아니라는 점이 맘에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김영군은 과거사 때문에 그런 캐릭터가 애초에 될 수가 없었겠지만요. 그러고 보니 손병길의 딸이 욕실에 숨은 모습은 과거 김영군이 욕실에 숨던 것과 비슷하게 연출됩니다. 심지어 그 자리에 장해룡이 있었단 것도 유사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생각보다 1화와 2화에서 후반부에 드러나는 드라마 속 반전에 대한 암시나 복선이 많이 깔려있었단 느낌. 아마 첫 화부터 드라마를 제대로 봤더라면 이게 복선이구나 싶었던 장면들이 제법 나왔고 1화부터 제대로 본방사수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음에 보게 된 2화의 오프닝은 15년 전 도치광이, 사람들이 많이 다친 것은 김재명의 탓이라며 그를 탓하는 전화를 하고 아파트로 올라가 살인이 벌어진 현장과 욕실에 숨어있는 어린 영군을 발견하여 놀라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아마 2화의 이 장면을 미리 봤더라면 드라마를 중반부터 봤을 때 도치광이 혹시 진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자체를 할 일이 없었겠다 싶더라고요. 도치광이 전화를 걸고 난 뒤 아파트로 올라갔을 때의 연출을 보면 그 짧은 사이에 도치광이 뭔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거든요. 1화에서 잡힌 손병길이 건설 회사 사장의 아들을 납치했고 그 납치를 지시한 인물이 경찰(장해룡)이라고 주장하여 도치광, 한태주, 김영군이 그 사건을 조사하면서 비리 수사팀이 제대로 발족했는데, 이번 2화에서는 후반에 드러나는 장사회 쪽 킬러 거북이에 대한 복선과 떡밥이 많았습니다.
 
장해룡의 부하 김강욱이 손병길을 납치한 건설회사 사장 김상준을 찾아내어 그를 제압한 뒤 자신이 직접 손병길을 고문하는 장면에서 그의 엄지손가락을 자르고, 자신이 아는 '선배' 중에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언급은 딱 봐도 장해룡이 연상되고 장해룡이 한 짓을  김강욱이 이어받았다는 암시였단 걸 알 수 있더라고요. 김강욱의 대화를 엿듣게 된 태주가 김강욱의 '인간다움은 어디서 오느냐'라는 말에 과거 사건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는 점도 미묘한데, 한태주의 엄지손가락을 자르고 남편과의 관계를 파탄시킨 장본인이 바로 김강욱이었으니... 그리고 조경장을 제외한 비리 수사팀의 주역들은 셋 다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도 특이점. 2화에선 김강욱의 비중이 많아서인지 모르지만 한태주의 트라우마가 자세히 묘사되는데 이 트라우마를 묘사하는 장면이 과하게 오버하지 않되 주인공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연출이 좋았어요.
 
한태주가 피 묻은 손을 환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그 트라우마 때문에 멈추는 일은 없는 직진형 인물이라 멋있었다 생각. 따지고 보면 주연 셋 다 직진형 인물들이라 거침이 없다는 게 특징이지만.

거기다 장해룡이 김영군을 만날 때마다 도치광은 아버지(김재명)를 붙잡아 넣은 인간이라고 여러 번 강조하는 장면은 당시 사건의 진상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 그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김영군을 볼 때마다 스스로도 걸리는 점이 있었다거나 김영군이 도치광과 계속 만나다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까 두려워서 그 둘 사이를 떨어뜨리려 저러나 싶었습니다. 장해룡이 김영군을 대하는 태도는 여러 감정이 섞인 상황에서 나온 행동 같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 김강욱을 저격한 것도 사건을 묻으려는 속셈도 있었겠지만 나름 김영군을 구하려 했다는 점에서 암만 생각해도 장해룡과 김영군, 도치광 이 세 사람의 관계는 굉장히 복잡하단 생각이 들었고요.  중반에 영군이 도치광을 의심하여 둘의 사이가 험악해진 적도 있었고 김영군의 아버지 때문에 이 둘은 감정이 참 미묘한 구석이 많을 텐데 손발이 잘 맞는 듯.
 
그리고 어릴 적 경험 때문인지 묘하게 김영군은 어린애들에겐 유한 것 같은 느낌인데 후반부에 사건이 다 밝혀졌을 때 장해룡의 어린 둘째 딸을 대하는 모습도 그렇고  유독 어린아이들과 많이 얽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을 보살피며 영군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반면 3화의 에피소드는 본편의 큰 줄기와 크게 관련된 내용이 아니라 크게 끌리지는 않았는데 중간 에피소드들은 메인 에피소드(장사회 실체 추적과 15년 전 사건의 진실) 이전 에피소드들은 처음 보기 전엔 왠지 지루할 거란 편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화부터 6화 에피소드도 다시 보니 흥미진진했으며 중간중간 전개에 대한 복선이나 암시 떡밥이 잘 주어진 게 보이더라고요. 특히 맘에 들었던 건 캐릭터들인데 김영군이나 도치광도 그렇지만 여자 캐릭터들인 한태주나 조수연 경장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변호사 한태주는 내가 본 드라마 속 여캐들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매력적이에요. 내가 드라마에서 좋아하는 여자 캐릭터들 『손 theguest』의 강길영과 『녹두꽃』의 송자인이랑 더불어 좋아하는 캐릭터가 될 거 같아요. 다른 여자 캐릭터인 조수연 경장은 어리버리한 성격 같은데 작 중에서 실수 같은 걸 하지 않고 제 할 일 잘한다는 것도 독특합니다. 이 캐릭터가 가진 반전 코드도 그렇고 여기 남자 주인공들도 보통 개성들이 아닌데 여자 주인공들도 상당히 독보적인 듯.
 
https://youtu.be/eJ4OeohAdz8?si=2DJYxxK_dGHFDDGb

그리고 제가 제대로 이 드라마를 몰입해서 보게 되었던 이유는 6화에서 도치광이 의심받는 장면 때문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6화에서 드러났던 도치광의 의미심장한 행동, 보통의 주인공들에게서 보기 힘든 미친 것 같은 이중적인 면 때문에 앞의 내용은 몰라도 혹시 주인공이 흑막인 특이한 드라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했던 전편 내용들은 다른 블로그에서 줄거리 요약 등을 살펴보고 다음 7화부턴 본방을 사수하게 되었는데요. 아쉽게도 1화부터 제대로 봤더라면 드라마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진실이나 그에 관련된 복선, 암시 등을 맞추게 되어서 후반부 전개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았을까 싶더라고요. 드라마 중반부에서도 꾸준히 언급되는 복선이나 암시들이 있어 그것이 결말부에서 드러나는 것도 충분히 충격적이긴 했고 드라마가 결말을 위해 드라마 짜임새를 촘촘히 했다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
 
예를 들면 도치광이 가지고 다닌 15년 전 찍은 수사팀 사진에 숨겨진 진실이나 엄지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김재명이 가르쳐 준 것이라는 언급 같은 것, 그리고 장사회의 킬러인 거북이들이 전부 장해룡의 부하였다는 것도 그렇고요. 2대 거북이와 3대 거북이가 전부 장해룡의 부하였다는 게 밝혀졌을 때부터 그럼 1대 거북이는 장해룡이 해야 아귀가 맞겠다 싶었는데 진짜 그것이 맞아떨어져서 묘하게 쾌감이. 그리고 김영군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유가 뭔가 다른 것이 아닌 실수에 가까웠다는 점도 나름 반전이었는데, 장사회의 창시가 다른 범죄 수사물의 흑막처럼 뭔가 거창한 이유를 갖고 탄생한 거물 조직보다는 현실적인 이유, 허술한 법 때문에 제대로 된 처벌을 피해가는 범죄자들 때문에 탄생한 조직이라는 점과 사건을 만든 인물들이 범죄수사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이코패스나 뒤틀린 신념으로 인한 광기 어린 범죄자들보단 열등감이나 개인적인 복수심 등 현실적인 이유로 변질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선했던 느낌이었어요.

처음 드라마를 보았을 때는 주역 셋 중에서 가장 태도가 미묘했던 도치광이 악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보게 된 드라마였고 중반부 김영군이 어머니가 살해당했을 당시를 떠올리면서 진범의 얼굴과 도치광을 겹쳐서 생각한 장면 때문에 흑막은 도치광이거나 거북이가 도치광이거나 하는 생각으로 보기도 했었는데요. 물론 한태주 역시 자기 복수를 위해 주변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왠지 한태주는 악역은 아닐 거란 확신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에 1화부터 챙겨보고 이후 본방을 사수하면서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도치광은 진범이나 흑막은 절대 아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먼저 종영한 드라마에서 믿음직한 인물이 흑막이었단 반전 때문에 마상을 좀 입었었나 싶기도 한데 다행히 흑막은 따로 있었으며 도치광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을 뿐 명백한 주인공이었다는 전개로 가더라고요.
 
특히 맘에 들었던 것은 드라마의 결말이었는데, 아마 드라마 중반부에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 대강 이런 유의 대사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드라마의 주연인 도치광 역시 결과적으로 이로웠을지도 몰라도 그 과정에서 좀 문제가 많기는 했던 것은 사실이라서요. 만약 악역이었다면 열받지만 그러려니 한 상황을 주인공이 해내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거든요. 도치광은 계속 비리 수사팀을 맡을 것이지만 또 그런 그를 감시하는 것은 또 다른 주연인 김영군이 해낸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엔딩은 제목과 부제를 전부 회수해버린 명장면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이 드라마 주인공들 셋을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엄청나게 굴리는 드라마라 취향이었어요. 캐릭터들이 매력있고 중간에 스파이로 밝혀진 조수연이 특히 귀여운 장면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OST 엄청 좋았는데 드라마 중반부터 제대로 보게 된 계기에 이 OST도 한몫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드라마 『WATCHER』 OST : 엘리케이 (Elli K) - Blurry 
 
https://youtu.be/eOpOSv-KJ2U?si=loDfu5NgCR2rGtf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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