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상기후 때문인지 밖에 나가면 꽃이 필 계절이 아님에도 꽃이 핀다던가 한겨울인데도 초봄과 비슷하게 기온이 올라갔다가 비가 더 많이 내리고 급속하게 추워지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그 덕택에 한겨울임에도 벌레들이 집안을 날아다녀 곤욕을 겪는 등 날씨가 따뜻해졌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셈. 또 여름은 여름대로 무더워져서 냉방을 틀지 않으면 건물 안에서 버티는 것도 어려워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는데 더 이상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앙은 먼 미래 일은 아니라는 게 실감이 되기 시작했네요. 이 책이 소개 문구에선 이상기후로 "북극이 다 녹기 전에 반지하 침수가 먼저 찾아온다"라고 했는데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이렇게 작은 일상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람들의 생활에 침투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이 책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를 발견한 계기는 엉뚱하게도 인터넷에서 이 책의 제목과 관련된 작은 해프닝(?)을 목격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저 사례보다 순화된 편이긴 하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저 글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사실. 일단 저 해프닝이 기억에 남은 것도 있고, 최근 실감하게 된 이상기후나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은 없을까 하다가 교보문고에서 『인셀 테러』와 함께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문제점을 파고들면 과학적이거나 학술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게 되므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책은 어려운 용어를 자제하고 일반인들 입장을 고려해 술술 풀어서 설명한다는 느낌이었어요.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단원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 기후변화 기초 수업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살아가면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산화탄소 발생-과 그 영향에서부터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자기중심적인 심리를 해체하고 과학자들을 비롯 국제적으로 이 지구온난화를 어떻게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했는지 그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2부인 기후변화 미래 수업에서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그 연구와 다양한 방법에 대해 장단점과 한계를 풀어쓰고 있어요. 또 마지막 3부 기후변화 시민 수업에서는 앞으로의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입을 계층이 사회적 약자임을 강조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작은 움직임에서 사회적+국제적인 각성이 필요함을 역설합니다.
이 책에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제도나 대책이 밸런스를 잡지 못할 경우 역으로 약자들에게 (경제적인) 피해가 올 수 있다는 한계점을 지적하는 것이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전기차 산업이나 수소 에너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역으로 이산화탄소를 이용할 수 있는 산업을 고안한다거나 하는 이야기 등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또한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함에도 강대국이 이런 국가적인 회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등 한계를 지적하기도 합니다. 과거 기후 변화에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더디거나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지적되며 이젠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책에서 주로 강조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놓을 일도 아니란 것을 주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장 눈여겨볼 만한 것은 지구의 변화를 바라보는 인간의 시야를 좀 더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는데, 은연중에 사람들은 자연의 변화를 인간에 대한 징벌이나 마치 어떤 의도가 개입된 것처럼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사람들이 '공정한 세상 가설'을 너무 신봉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도 생각되더라고요. 책에서는 거대한 자연재해로 한 생물군이 멸종하는 사례를 들어 인간이 멸망하더라도 그것은 자연의 한 변화일 뿐이지 제목 그대로 '지구는 괜찮고 우리가 문제'되는 사례의 하나일 뿐이라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자연재해는 우연일 뿐이지만 현재의 이산화탄소 급증에는 원인이 있으므로 어떤 의미에선 대책을 세울 방안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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