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보문고에서 구입한 이 책은 제목만 보고 흥미가 생겨서 구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원래 괴담이라던가 공포담, 도시전설과 같은 주제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하여 창작을 해본 적도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일 수도 있는데 일단 책을 구매하기 전에는 가격이 4만 원이 넘는다는 점과 페이지 수도 1000p가 넘는다는 점 때문에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큰맘 먹고 구매를 한다고 한들, 다 읽을 수는 있을까 싶었는데 매일 조금씩이라도 읽는 걸 멈추지 않다 보니 한 달도 되지 않아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9월 말에 주문하여 26일에 전달받고 이번 달 15일에 리뷰를 쓰게 되었으니 생각보다 더 빨리 읽은 셈이라고 할까요? 책을 전달받았을 때 그 두께가 일반 책을 세 권은 합친 규모라서 적어도 한 달은 걸려서 완독할 거라고 예상을 했으니까요.
교보문고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하게 설명이 나와있듯, 이 『도시전설의 모든 것』은 저자인 얀 해럴드 브룬반드가 직접 도시전설을 수집하고 그 기원을 추적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시전설이라는 것이 책에서도 지적하듯 누군가가 실제로 겪었다고는 말하지만, 그 진위 여부는 확신할 수 없으며 전달하는 사람들도 직접 겪은 게 아니라 '아는 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일종의 규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도시전설의 종류를 상세하게 나누는데 이야기의 제보자들 태반이 '친구의 친구'가 겪었다거나 혹은 아는 사람으로부터 들었는데 진실 여부는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더라고요. 또한 이야기의 진원지를 찾아가려고 해도 유사한 사례가 많아 결국 기원을 알 수 없다거나 그나마 최초의 자료일 거라고 추정되는 형태(유사한 기사나 소문, 민담)를 겨우 알아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도시전설 중에서도 시대의 발전이나 변화에 따라 설득력을 잃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듯 잊히는 케이스도 존재하며, 그 종류도 여행, 자동차, 애완동물, 캠퍼스, 테러나 범죄, 인종 갈등, 오컬트 등 매우 다양한 편입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도시전설의 숫자가 많은 데다 미국의 문화나 역사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제법 존재하는 편이라 한국인 입장에선 좀 생소하지 않나 싶은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반면 어떤 도시전설은 국경을 건너 세부적인 묘사가 약간 달라질 뿐 같은 주제를 담는 경우도 있던데, 한때 한국의 괴담 내지 도시전설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의 원본이 실은 미국의 도시전설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란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도 전에 책을 통해서 봤던 이야기들이 알고 보니 미국의 도시전설에서 차용된 이야기라던가 인터넷으로 떠도는 괴담들 중에서 미국의 오랜 도시전설과 유사한 이야기가 제법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책에서 여러 번 지적하듯이 도시전설은 전달자들이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믿기는 하지만 진실성 여부는 모호한 이야기들이 태반입니다. 여기서 저자가 직접 제보받은 도시전설의 팩트를 체크하기 위해 특정 도시전설과 관련된 업계의 사람들과 접촉하여 진위 여부를 확인한다거나, 범죄와 관련된 도시전설인 경우 지역의 경찰이나 기자들에게 연락하여 실제로 그런 범죄가 있었는지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실려있는데요. 책에서 다루는 도시전설의 양이 막대한 만큼 저자의 조사가 굉장히 시간이 걸렸을 거라는 사실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도시전설의 상당수는 실제로 과장된 소문이거나 사실이 아닌 케이스가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책의 말미에선 진실 요소가 담겨있는 도시전설의 사례 일부를 실어놓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사례는 매우 드문 편으로 책의 에필로그는 도시전설의 익살맞은 패러디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책 > 비소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처럼 신화』 리뷰 (0) | 2024.11.10 |
---|---|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리뷰 (0) | 2024.11.08 |
『인셀 테러』 리뷰 (0) | 2024.11.02 |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리뷰 (0) | 2024.11.01 |
『한국 괴담』 리뷰 (0) | 2024.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