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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리뷰

by 0I사금 2024.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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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프로파일링의 역사를 다룬 논픽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동명의 드라마의 원작이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책보다 드라마를 먼저 접했기 때문인지 드라마가 얼마나 원작의 내용을 담았는지 또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면서 보는 부분도 있었고요.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공식 포스터.

일단 드라마는 1990년대 말 프로파일링의 개념이 잡히지 않던 한국을 배경으로 빨간 모자 연쇄 성폭행범 사건이나 창의동 유아 납치 사건을 수사하며 주인공들이 범죄분석팀을 이루게 된 배경을 좀 더 극적으로 묘사한 느낌이더라고요. 드라마에서 다뤄졌던 빨간 모자 연쇄 성폭행범 사건인 경우 책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당시 있었던 비슷한 사건을 모티브로 드라마가 각색을 한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책에선 범죄분석팀이 촉발하기까지의 과정을 프롤로그로 간략하게 설명한 뒤, 바로 유아 납치 사건으로 넘어가는데 이 유아 납치 사건의 수사 과정과 결말은 이미 드라마 리뷰에서도 여러 번 쓴 바 있듯 여러모로 답답함을 숨길 수 없던 사건이었습니다.

심지어 드라마에서 생략된 살인범 조현길의 재판 과정이 실려 있었는데, 사형을 받아 마땅할 놈이 불우한 과거를 이유 삼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는 이야기는 텍스트로 읽어도 답답하고 화가 나는 정도였습니다. 다시 느낀 거지만 드라마에서 이 부분은 생략되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책에서는 여러 살인범들의 행태와 그런 괴물들이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도 계속 고찰하는데, 이들의 성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의논하는 부분도 있고, 농경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보기 드물었던 연쇄살인범들이 현대에 두각을 드러낸 건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한 아노미 현상이 아닐까 추측이 나오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고민하는 부분이 언급됩니다. 그런데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책의 결론인 듯해요.

그리고 드라마가 원작의 요소들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살렸다는 부분을 읽어가면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범죄분석팀과 경찰들이 유기된 아이의 시신을 찾는 과정이라던가, 유영철이 구속되었을 때 상황이나 - 진심 드라마 같았던 도주 장면까지 실화였다는 충격 - 범죄분석팀과 면담을 하면서 시체를 어떻게 토막 냈는지 설명하는 과시적인 모습까지 책에서 설명되는데 이 부분을 드라마 쪽에서도 제대로 해석하고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드라마 상에서 연쇄 살인범 유영철을 모티브로 한 살인 사건이 종결되고, 이제 정남규가 저지른 살인 사건을 다루게 될 예정인데 살인범들이 잡힌 순서 또한 드라마가 실제 사건과 원작에 충실한 편이더라고요. 

참고로 드라마의 마지막 사건은 강호순 연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는데 책에서는 강호순 사건 다음으로 다른 두 사건이 더 실려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연쇄 살인은 아니지만 심리의 허점이라고 할지, 이런 부분과 관련되어 인상이 남았습니다. 심지어 강호순 사건 당시 표창원 교수나 이수정 교수 같은 유명 프로파일러들이 언급되기도 하고요. 또 책에서 범죄분석팀 멤버와 범죄분석팀과 이에 협조하는 경찰들이 많이 나오는데 드라마의 주역들이 어떤 인물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대강 알 수 있었다는 느낌이에요. 딱 집어 한 사람이라기보단 여러 모티브를 갖고 각색이 들어간 것 같달까요. 거기다 책의 설명에 따른다면 정남규 사건을 계기로 범죄분석팀의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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