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를 통해 보게 된 영화 『놉(NOPE)』의 리뷰입니다. 극장 개봉 당시 놓쳤지만 『겟 아웃』 감독의 영화라고 하길래 나중에야 흥미가 생겨 줄거리를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요. 다름 아닌 외계 생물, UFO처럼 생긴 비행 생명체가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에 좀 관심이 가더라고요. 외계 생물이 사람 습격하는 영화 하면 역시 할리우드 영화라고 해야 하나 처음엔 크리처물이라고 생각해서 흥미를 갖고 재생을 눌렀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좀 다른 전개에 놀라웠다는 느낌. 개봉 당시 호불호 갈리는 평이 많았다고 알고 있는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일단 영화의 시작은 작중 유명 시트콤 촬영장에서 마스코트였던 침팬지가 흥분하여 연기자들을 습격한 끔찍한 장면과 함께 말 목장을 운영하는 OJ의 아버지가 비행기에서 추락한 물건을 맞아 피투성이가 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처음엔 앞의 시트콤 촬영 장면과 주인공 부자에게 닥친 일이 무슨 상관이 있나 조금은 얼떨떨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저런 장면들이 차후 나올 내용들의 포석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죠. 촬영장에서 침팬지가 연기자를 습격한 사건은 작중 등장인물인 주프의 과거사이며, OJ의 아버지를 덮친 비행기 잔해는 다름 아닌 괴물이 뱉어낸 거였다는 거죠. 괴물의 비주얼은 후반부에 자세하게 나오는데 사람들이 상상하는 괴물 비주얼보다는 우주 해파리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초반부는 말이 광고 촬영장에서 흥분하여 날뛰는 바람에 일거리를 잃은 OJ가 아역 배우 출신이자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같은 마을의 주프에게 말을 팔고 아버지 죽음 이후 목장으로 돌아온 동생 에메랄드와 흔한 남매답게 티격태격하는 등 일상적인 내용이 나와 약간 지루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밤에 목장을 빠져나간 말을 찾으러 나간 OJ가 테마파크 근처에서 날아다니는 비행 물체를 발견하고 약간 공포에 질리면서 이야기가 전환하게 돼요. 테마파크 주변에선 사이비 종교의식이라도 펼치는 것처럼 이상한 멘트가 흘러나오는데 이것 또한 중반부 주프의 최후를 생각하면 무슨 소동이었는지 짐작이 가게 됩니다.
주인공 남매는 정전을 일으키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의 정체를 알기 위해 CCTV를 설치하게 되는데, 이때 매장 직원인 엔젤이 그들의 분위기로 UFO의 낌새를 알아채고 협력하게 됩니다. 원격으로 CCTV를 주시하던 엔젤의 도움으로 OJ와 에메랄드 남매는 구름으로 위장하여 숨어있는 비행 생물을 알아채게 되고, 그것의 모습을 제대로 잡기 위해 계획을 세우게 되고요. 반면, 테마파크의 사장인 주프 역시 6개월 전부터 비행생물의 존재를 알아채고 한 삼사십 명 정도 관객들을 모은 뒤 일종의 쇼로 말(럭키)을 바치면서 비행 생물을 불러내려고 하는데요. 이때 실루엣만 잡혀서 궁금증을 자아내던 비행 생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어마어마한 참상이 일어나게 돼요.
이때의 참상을 본다면 초반 주프가 사이비 종교의식 흉내를 내던 것이나 어린 시절 사람들을 습격한 침팬지와 교감이 되려는 것 같다가 침팬지의 사살로 실패한 장면 등이 이 장면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말하자면 주프의 만용 - 비행 생물을 길들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은 무참하게 무너졌다는 거죠. 그와는 결이 다르지만 비행 생물을 필름에 담으려고 하며 광기를 보여주던 광고 촬영감독 홀스트나 테마파크 실종 사건으로 낌새를 느끼고 찾아온 기자 역시 눈치 없이 굴다가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는데 괴물의 정체도 위용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그 위험한 것을 이용해 먹으려는 인간들은 비참한 최후를 피하지 못합니다.
물론 영화 수위 상 괴물에게 빨려 들어간 사람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암시만 나오는 정도. 그렇지만 영화에서 제일 소름 끼치던 장면은 주인공 남매의 목장 위로 괴물이 소화하지 못한 것들을 토해내어 피로 물들이는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었어요. 상황이 저렇게까지 진행되자 주인공 남매 역시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심정으로 괴생물체의 영상을 담으려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OJ와 에메랄드 남매, 그리고 엔젤은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긴 하며, 에메랄드의 기지로 괴물을 물리치고 그 비주얼을 사진으로 담는데 성공합니다만 그들은 그것으로 부자가 됐을까 의문이 남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영화의 주제는 인생 역전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인간상을 그대로 담으려고 했던 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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