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보이스』 시즌 2도 다 보았고, 넷플릭스에서 무엇을 볼까 고민하다가 이 드라마가 기억났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하나인 『보건교사 안은영』은 예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알고리즘으로 나온 리뷰 영상을 본 기억이 있는데, 설정이 상당히 이색적인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영혼이 남긴 영적인 것들을 귀신 볼 줄 아는 교사가 퇴치한다는 스토리는 흔한 요괴퇴치물/퇴마물 비슷하긴 하지만, 일단 리뷰 영상에서 설명하는 드라마의 색채가 기존 오컬트물하고는 많이 달랐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영혼이 남긴 흔적을 젤리라고 불리며, 그 형태가 꾸물거리는 무언가라는 점에서 독특한데, 그 덕에 진짜 무섭지 않은 유령퇴치 드라마가 되었다고 해야 할 듯.
어쩌면 이 드라마는 리뷰 덕에 호기심을 가지고 보게 된 거나 다를 바 없었는데, 이번에 『보이스』 시즌 2도 완주했겠다 오늘 1화를 재생해 보았습니다. 리뷰 영상이나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본다면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6부작에 모두 담아내기엔 버거워서 조금 난해하다는 평도 있던데, 현재까지는 특이한 소재에 유령퇴치물 치고는 영상이나 내용이 아기자기하다는 느낌에서 흥미를 끌더라고요. 일단 사람의 영혼이 남기는 흔적, 달팽이가 지나가는 자리에 진액이 남듯 생기는 젤리는 생김새 자체만으로 보면 슬라임 같아서 귀엽다가도 제멋대로 꾸물거리며 이상하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묘하게 그로테스크한 느낌까지 주는 게 희한하게 중독적이었어요.
심지어 이 젤리를 인식하고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못하게 퇴치하는 주인공 안은영이 쓰는 무기란 게 비비탄 총과 마트에서 팔 법한 장난감 완구 칼이라는 것도 웃긴 요소. 퇴마는 퇴마인데 무서움보다는 병맛 코드에 더 적합하다고 해야 할까, 가볍게 볼 수 있는 오컬트물이라는 생각. 젤리들이 모여있는 학교 지하실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는 장면은 처음에는 꽤 영웅적으로도 보였는데 정작 젤리를 보지 못하는 제삼자 눈에는 혼자 소리를 지르며 장난감을 휘두르는 꼴로 보여 약간 공감성 수치까지 들게 할 정도더라고요. 배경이 되는 사건조차 고등학생들의 공개 고백과 삼각관계라는 묘하게 하찮아 보이는 이벤트였던 데다, 학생들이 갑자기 정신줄을 놓고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은 무섭기보단 웃기기까지 했고요.
그런데 정작 사건을 일으키는 원인은 학교 지하실 아래 은폐된 연못 - 정인을 잃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다가 나중에는 사람들이 타살당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두꺼비 같은 생물이 그 시체를 먹는 사단 때문이라는 생각보다 심각한 배경이 있었다는 게 반전이랄까. 그 연못의 기운을 막는 압지석(이름 자체가 연못을 막는 돌)을 동료 교사인 홍인표(한문교사에 학교 이사장의 손자)가 호기심을 가지고 치우면서 아이들이 갑자기 정신줄을 놓고 교정 바닥은 무너지는 기괴한 사태가 일어납니다. 홍인표는 한문교사답게 한자로 쓰인 연못의 유래를 해석하여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기도 하고 안은영이 하는 일을 목격하거나 그녀와 묘한 떡밥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게 기존 히어로물의 남녀 설정을 바꾸어놓은 것 같았다는 느낌이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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