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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설과 만화

『만화로 독파하는 야간비행』 리뷰

by 0I사금 2025.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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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서관에 들어와 있던 책 중 『만화로 독파하는 게공선』을 빌려본 적이 있습니다. 도서관 일반열람실에 만화책들이 비치되어 있는 경우를 봤는데 보통 학습용으로 나왔다고 표지에 적혀있는 것 치고는 굉장히 퀄리티가 좋은 책들을 종종 본 적이 있습니다. 『만화로 독파하는 게공선』 같은 경우는 『88만원 세대』에서 언급된 것을 보고 기억하고 있다가 우연히 발견한 셈입니다. 책 표지에는 ‘독서 논술 만화 필독선’의 시리즈로 나왔다고 적혀 있긴 합니다만 단순 논술용 내지 교육용으로만 취급하기에는 상당히 만화가 준수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쨌든 『만화로 독파하는 게공선』이 꽤 기억에 남았고 만약 다른 종류의 시리즈가 있다면 더 빌려볼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도서관에서 다른 종류의 책은 찾아볼 수 없어 그대로 단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의외로 꾸준히 나온 셈이라 인터넷 문고 사이트를 뒤져보면 전부 25권이라는 상당히 긴 분량으로 출판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게 중에는 제가 흥미롭게 읽은 책들이 있어서 관심이 가기도 했습니다. 이번 『만화로 독파하는 야간비행』까지 합치면 신원문화사에서 나온 만화 시리즈는 두 번째로 접하는 셈인데, 이번 책은 바로 『어린 왕자』로 유명한 생택쥐페리의 소설 『야간비행』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책입니다. 실은 생택쥐페리의 소설이라고 해봤자 제대로 읽은 것은 『어린 왕자』일 뿐인지라 어떤 내용일지는 잘 몰랐는데 『어린 왕자』와는 사뭇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더라고요. 비행이라는 소재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작가의 생전 경험이 어느 정도 모티브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기는 하지만요. 
 
소설의 내용은 항공 우편 사업 초창기 시절 무리한 활동으로 인해 우편물을 운반하던 조종사 파비앵 일행이 중간에 기상악화와 더불어 연료가 떨어져 실종-이라고 하지만 거의 사망이 확실한-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조종사인 파비앵보다는 독재적인 성향을 가졌다고 보이는 남미본부장인 리비에르입니다. 리비에르는 아래 직원들에게 종종 가혹한 이미지를 주면서 우편사업에 열을 기울이지만 실제로 그의 그런 모습은 내면 속에 있는 불안과 자신이 하는 일이 그만큼 가치 있는 것인지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속내를 감추기 위한 방편이라고 여겨져요. 솔직히 지금의 제 입장에서 본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것이 인간이 나갈 길’이라는 삶의 방법은 다양성 입장에서 있을 수 있다 쳐도 사람 목숨하고 직결되는 이상 목숨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는 생각 아래 그다지 곱게는 못 봐주는 편입니다.
 
물론 그렇게 살아도 상관은 없지만 적어도 남에게 강요는 하지 말라는 입장인지라 이런 리비에르 같은 인간에겐 그다지 정이 안가는 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물론 리비에르 역시 자신이 하는 행동에 꽤 번뇌를 느끼고 파비앵의 실종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이 많이 비춰지기도 하며 그래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이것이라며 파비앵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면서 일을 하러 떠나는 것이 마지막 모습입니다. 만화 해설에서 이런 그의 모습은 패배가 아닌 더 큰 승리를 기다리는 태도란 식으로 해설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왠지 이런 일까지 생긴 이상 여기서 부담을 느껴 그가 도망친다면 오히려 그것은 무책임이나 기만으로 여겨질 일이니 어찌 보면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그것뿐이겠다 싶겠더군요. 
 
그나마 현실에서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지게 부추기면서도 자신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 그 흔한 ‘자기개발서’형 인간들에 비하면 이 리비에르는 그나마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존경심이 샘솟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런 것도 나름 인간적인 아름다움이라고 그려낸 것이라면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어요. 참고로 만화 퀄리티는 저번 『만화로 독파하는 게공선』만큼 좋으며 같은 작가가 그린 건가 싶더라고요. 왠지 표지에는 원작자의 이름은 표시되어도 그림을 담당한 만화가의 이름은 '버라이어티 아트워크스'라는 팀이나 회사명 비슷하게 표시되어 누가 그렸는지는 정확하게 표기되어 있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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