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괴물』 4화 리뷰입니다. 전편인 3화에서 이동식은 강민정이 실종되었을 거라고 추정되는 심주산 근처의 블랙박스에서 모습이 찍혀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뒤 긴급체포됩니다. 이번 4화에서는 그 창고에서도 민정의 혈흔이 발견되었는데, 전편 3화에선 이동식이 창고를 깨끗이 청소하는 장면까지 나와 의심을 부르는 상황. 그 와중에 기자들에게 경찰 내부의 누군가가 사건을 흘리는 바람에 끌려가는 이동식의 모습이 찍히게 되고, 본의 아니게 사건이 이슈가 되는데요. 이 정보를 흘린 사람은 다름 아닌 이동식의 친구 오지화의 남동생이자, 파출소의 동료인 오지훈이며 뉘앙스로 봐선 이동식이 범인이 아니라고 믿는 태도고, 정작 딸을 잃어버린 진묵은 이동식은 범인이 아니라며 그를 면회 오고 석방해 달라며 탄원서까지 올리는 등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이동식을 연행한 경찰들은 동료 경찰이 용의자가 된 상황인지라 자신들 체면 및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의 모습을 담요로 가리려고 하지만 이동식은 아예 보란 듯 기자들 앞에서 담요를 떨어뜨립니다. 결국 경찰복을 입은 이동식의 모습이 기자들에게 찍히는 해프닝까지 일어나는데, 노골적으로 나 범인이라고 광고하는 듯한 저런 모습 때문에 오히려 이동식은 범인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추측도 들더라고요. 현재 시점에선 이동식이 과연 드라마 상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인지 아닌지, 시청자들도 혼동하게끔 연출하고 있는데 어떤 장면에선 그가 매우 수상쩍으면서도 어떨 때는 진범을 잡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살인범인 것처럼 위장하여 사건에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들더라고요.
실제로 극상에서 이동식이 그동안 20년 동안 이어진 연쇄살인 사건 - 한주원이 기자들에게 갑작스럽게 밝힌 걸 본다면 외부에 알려진 것 없이 경찰들이 비밀리에 수사 중인 사건 - 용의자라는 것 또한 주인공 한주원의 시선을 따라간 것이지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리긴 어려워요. 심지어 4화 후반부 두 주인공의 대면 씬에선 이동식이 진범을 감싸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으니까. 으레 이런 범죄수사물에선 범인을 처음에 한 사람으로 몰고 가다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서 반전이 등장하고 결말이 뒤집히는 전개도 적지 않아서 무조건 이동식이 범인이라고 믿고 갈 필요도 없거든요. 워낙 수상한 연출이 많았기 때문에 역으로 이동식이 범인 맞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요. 근데 파트너 살해까지 무슨 혐의가 저리 많은 건지...
여기 주인공인 이동식이라는 캐릭터는 진심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데서 기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을 범인이라고 몰고 가는 상황에서도 능숙하게 상대방의 허점을 지적하며 빠져나오는데 능숙하거든요. 만약 진범이면 진짜 똑똑한 거고, 진범을 찾기 위해 그런다면 20년 동안 마을 사람들로부터 범인으로 의심받는 수난을 감내한 거니까 그건 그것대로 후덜덜한 상황이라고 할까. 만약 이 전개라면 멘탈이 과연 어느 정도일까 싶은 지경이에요. 결정적으로 이동식이 풀려난 것은 친구인 정제가 강민정의 실종 당시같이 있었다고 뒤늦게 알리바이를 증언해 준 덕인데, 정제의 이런 행동은 20년 전 이동식이 용의자로 몰렸을 때 제대로 알리바이를 증언하지 못해 상황을 꼬게 만든 죄책감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더라고요.
이동식의 수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주원 역시 4화에서 제법 난감한 상황을 겪게 되는데요. 만양읍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유재이는 이동식이 연행된 것과 자기 정육점이 살인 현장으로 의심받아 수색당하는 상황에 분노하여 한주원에게 달걀 테러를 하며, 결국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는 점 때문에 아버지 쪽으로부터 사건에서 손 떼라는 압박까지 받게 됩니다. 일단 윗선이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 한기환과, 그와 접촉한 시의원인 정제의 어머니 도해원, 그리고 오지화의 전 남편인 건설사 대표 이창진 이 셋은 원하는 건 다 다르지만 문주시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공통적인 목표는 있어요. 즉, 한주원의 아버지 한기환은 한주원의 편이 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아들의 계획을 막을 수 있는 입장이라는 셈이죠.
중간에 실종된 강민정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대생이라는 투로 기사를 터뜨린 건 사건을 묻어버리려던 이창진 측의 소행이 확실한 것 같고요. 그런데 민정이가 저렇게 난도질당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진짜로 죽음이 확실해진다면 아버지 진묵이 진짜 불쌍해진다는 생각. 작중에서 가장 권력이 강하다 할 수 있는 세 사람은 살인 사건이 드러나는 걸 원치 않는 입장인데, 여기서 폭탄을 터뜨린 건 다름 아닌 한주원입니다. 사건 때문에 경찰서에 기자들이 몰려든 상황에서 한주원은 기자들을 상대로 그동안 자신들이 수사한 연쇄살인 사건을 까발리면서 파란을 예고하거든요. 한주원의 지나친 결벽증과 사건 수사라는 명목 아래 주변과 계속 트러블이 일어나는 게 영 갑갑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4화의 엔딩은 충격적이면서 묘하게 사이다 같은 감성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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