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원더풀 월드』를 드디어 최종화까지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가족 여행 덕에 보던 드라마들을 잠시 보지 못했고, 『원더풀 월드』 역시 13화와 마지막 화인 14화의 본방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편성표를 찾아 마지막 화인 14화까지 재방송으로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13화까지만 봤을 때 감상은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상대하는 빌런이 대통령 차기 후보라는 거물인데다 분위기가 암울해 보이는 것이 마지막에 주인공 한쪽이 비극적인 결말이 나는 것을 각오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드라마의 결말은 특유의 판타지가 섞였을지 몰라도 악인은 그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고 주인공들은 화해에 다다르며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으로 평온하게 마무리되더라고요.
마지막 화를 앞두고 은수현과 권선율이 화해에 다다르는 과정이 좋았는데, 과거 건우 사고의 진실이 밝혀졌을 때 주인공들의 멘탈이 멀쩡하지 못하겠다 싶은 장면이 많아 비극을 피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거든요. 특히 권선율 같은 경우는 아버지가 자신의 수술을 위해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많이 무너져내린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고요. 또한 은수현이 김준이 한 짓을 알고 그를 고소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김준이 동원할 수 있는 힘을 동원하여 기자들을 빼돌려 사건을 묻으려고 할 때도 과연 대선 후보에 권력까지 거머쥔 인물을 주인공들이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정말 13화까지만 봤을 때는 진짜 결말이 비극 아닐까 예상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을 많이 겪는다고 해서 은수현이 여기서 멈출 인물은 아니요,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김준의 죄를 밝힐 방법을 찾아보게 됩니다. 여기서 은수현이 택한 방식은 작가로서의 이력을 살려 신간을 홍보하면서 앞으로 다룰 책의 내용이라면서 김준의 죄를 같이 폭로하게 되는데요. 또한 권선율 역시 마냥 멘탈이 무너진 채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은수현을 돕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는데 13화에선 김준을 건물 옥상에서 밀어내는 모습은 원래 권선율이 쓰던 방식치고는 좀 무모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14화에서 드러나는 바지만, 권선율이 그런 방식으로 김준을 도발한 뒤 녹음을 유도한 것은 일종의 페이크였고 실상은 김준의 실상을 까발릴 영상을 다른 방식으로 촬영했다는 게 드러나더라고요.
그리고 권선율과 협력했던 인물이 바로 은수현의 남편인 강수호로, 그동안 강수호 역시 원래 모습답지 않게 김준에게 순순히 협력하는 태도를 보여줘 저것이 진짜 변심인지 아니면 김준의 비리를 더 캐내기 위한 위장인지 모호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김준의 처벌을 요구하며 은수현이 다른 이들과 시위를 벌일 때 생방송으로 권선율을 통해 입수한 영상을 공개하여 김준의 몰락을 밀어붙입니다. 드라마 상에서 강수호의 반전이 드러났을 때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정도였는데, 알고 보니 동료인 한상이 방송국 정문에서 강수호에게 화를 내며 항의한 것도 전부 김준을 속이기 위해 계획된 일이었으며 증거 영상은 권선율에게 약점을 잡힌 김준의 비서가 몰래 촬영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고요.
또한 김준의 처벌을 요구하며 홀로 시위를 벌이던 은수현은 처음엔 쓸쓸해 보였지만 차츰 그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힘이 실리게 되는데요. 윤혜금은 물론 방화사건의 피해자인 권민혁도 갱생하여 도움을 주거나 김은민 사건을 파헤친 기자도 은수현을 지지하는 역할로 다시 등장하며, 출소한 은수현이 봉사활동을 갔던 요양원의 사람들도 보탬이 되기 위해 등장하는 등 캐릭터들을 소모 없이 그려준 점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의동생인 한유리 같은 경우도 강수호와의 불륜으로 은수현 모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은수현의 시위를 도와주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예전의 자매로 돌아가고 은수현의 모친도 치매이긴 하지만 사위인 강수호의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또한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시어머니(강수호의 모친)도 은수현의 어머니 사정을 알고 마음이 바뀌어 은수현을 응원하는 역할로 변하게 된 것도 놀라웠고요. 강수호의 반전도 그렇지만 김준 정도의 악역을 제외한다면 이 드라마에선 등장하는 인물들이 상당히 양면적인 성향을 지닌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까요? 결말에서 특히 좋았던 장면은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권선율이 은수현에게 사죄하면서 은수현을 가장 지켜주고 지지하는 역할로 변모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중반부까지만 하더라도 파국밖에 보이지 않던 두 주인공이 화해에 다다르는 과정이 섬세했단 생각. 결말부에 은수현은 보육원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보살피고, 권선율은 원하던 의사가 되는 등 주인공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엔딩도 맘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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