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원더풀 월드』 11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슬슬 결말로 달려가는 느낌인데, 그동안 두 주인공 은수현과 권선율의 관계가 과연 어떻게 화해에 이를까 싶더니 이번 회차에서 비로소 그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네요. 하지만 그 화해라는 것이 아름답고 평온한 그런 이미지가 아니라 서로 감정적인 고통을 많이 겪고 나서 현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 뒤에 가능하다는 걸 오늘 제대로 보여줬다는 느낌. 저번 회차에서 권선율의 모친 김은민은 잠시 의식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고 권선율은 한발 늦어져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그동안 권선율이 은수현에게 해온 짓이 있기는 하지만, 모친을 잃고 정신을 놓은 그의 모습은 꽤 슬펐다는 생각.
거기다 권선율은 모친의 핸드폰에 담긴 자료를 살피다가 아버지가 은수현에게 살해당했을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음성이 녹음된 파일을 확인하게 되는데요. 1화 시점의 일은 지금에서야 가물가물했지만, 당시 가해자였던 권지웅이 자기 부인과 통화를 하고 있었고 나중에 찾아온 은수현과의 대화가 그대로 녹음이 된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그것을 확인해 주듯 드라마는 회상 장면으로 그때의 전말을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권선율은 그동안 아버지의 행동을 정확하게 몰랐던 탓인지, 자기 아버지가 죽은 자기 아들에게 사죄해 달라고 매달리는 은수현에게 폭언을 내뱉는 것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지게 돼요. 아마 권선율은 집안에서 아버지의 좋은 모습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은수현에게 어땠는지 상상하지 못하고 분노의 화살을 돌렸던 모양.
아마 권선율의 모친이 은수현을 불쌍하게 여긴 이유가 이때의 대화를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물론 통화 중에 은수현에게 불쌍하다는 말을 한 걸 보면 원래 선량한 인물이었던 것도 같았고요. 이 일로 권선율의 멘탈은 거의 붕괴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는데요. 이때도 은수현은 권선율을 찾아와 그를 보살핍니다. 은수현은 가해자였던 권지웅은 용서할 수 없지만 권선율의 모친에게는 자식의 어머니로서 그 심정을 이해하고 권선율을 돕겠다는 뜻을 다진 바도 있고, 은수현은 가해자와 가해자의 자식을 동일시하지 않는 어른스러움이 엿보였습니다. 결국 이때의 일을 계기로 권선율도 은수현에 대한 감정이 아예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차츰 누그러지며 점차 화해에 다다르게 된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회차에서 은수현과 권선율은 자신들의 공동의 적이 바로 국회의원 김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은수현은 김은민의 사고를 조사하면서 의심스러운 점을 알아냈고, 권선율은 이미 김준에게 믿을 수 없는 구석이 있다는 걸 알고 그를 조사했던 모양이에요. 권선율이 모친이 의식을 차렸을 때 상황을 묻는 것도 그렇고 사고를 다시 조사한다고 했을 때 김준이 쎄한 반응을 보인 것도 그렇고 의혹인 들만한 부분이 많긴 했었고요. 여기서 은수현은 김은민의 사고 현장 사진을 가지고 의뢰인인 척 당시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를 찾아가 문제의 사고가 실수가 아닌 고의성이 짙은 사건임을 제대로 확인받는데, 다른 것도 아니고 가해자의 변호사로부터 확신을 얻는다는 게 기발했다고 할까요? 아예 그 변호사를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든 셈이니...
그렇게 이번 회차부터 두 주인공이 공조 상태가 되어 김준이 최대 빌런이라는 걸 확인하고 이제 두 사람이 어떻게 김준을 상대로 대비를 할 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해도 좋을 텐데요. 그전에 은수현은 자기 모친에게 권선율이 한 일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놓고 이번에는 쉬어가는 요량으로 함께 추억을 쌓게 됩니다. 처음엔 굳이 저걸 밝힐 필요가 있나 했지만 모친이 이 상황에 많이 엮인 이상 숨기는 것이 더 찜찜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권선율이 사진을 보낸 걸 알았음에도 그가 마음고생을 한 걸 짐작하고 용서해 준 게 대단했다고 해야 하나요. 은수현과 은수현의 모친이 오랜만에 마음을 놓고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평온하고 찡했지만, 종종 그 분위기가 너무 마지막 같다거나 하는 느낌이 들어 좀 불안했던 게 적어도 결말에서 주인공이 죽는 엔딩이나 주인공 가족이 죽는 엔딩은 더 없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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