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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정년이』 7화 리뷰

by 0I사금 2024.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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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7화 리뷰입니다. 지난 6화는 저건 진짜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주인공인 윤정년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입장으로서도 선을 넘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는데요. 주인공 윤정년은 이번 매란국극단의 대표적인 공연 '자명고'에서는 주연이나 조연 같은 중요한 역할이 아닌 비중이 적은 단역인 군졸 역할을 맡아 나름 연기에 대해 배우겠다는 마음을 선보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윤정년의 단점이 극상에서 지적되듯 캐릭터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극을 저도 모르게 자기 주도로 이끌어가 버리는 경향이 있던데, 춘향전 공연에서 방자의 역할은 충분히 시너지가 있었고 공연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지만 이번 자명고 공연에선 오히려 극의 흐름을 방해하는 역할이 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관객들은 윤정년의 애달픈 '군사설움(찾아보니 이건 다른 판소리 '적벽가'의 대표적인 노래라고 함)'에 환호하며 호응을 이끌어냈고 윤정년도 관객들이 좋아하니 자신이 한 일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기까지 해요. 하지만 국극단 멤버들과 일부 관객들이 지적한 것처럼 극의 장르가 완전히 바뀌기까지 했고 중반 목련공주 역할을 맡은 서혜랑이 적절하게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내용이 붕괴되었을지도 모를 일이었고요. 자기 역할이 끝난 후 윤정년은 단장인 강소복으로부터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싶었더라면 촛대(극상 단역과 비슷한 개념)를 맡아선 안되었다며 윤정년이 주연들의 비중을 차지한 것을 꾸짖습니다. 그리고 이번 자명고 공연에선 나갈 수 없다고 못 박기까지 하고요.

이에 윤정년은 관객들이 좋아하는데 뭐가 나쁜 것이냐며 항의하다가, 이후 자신의 팬이 된 여고생들이 윤정년의 연기와 소리를 칭찬하며 군졸의 비중이 많았으면 좋겠고, 군졸 씬 다음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돼요. 솔직히 저 시대의 일반 관객이고, 국극의 공연 완성도보다는 당장의 볼거리와 재미에 치중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윤정년의 활약이 극을 망치는 것보다 깜짝 이벤트처럼 즐거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이후 내용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평은 특별한 의도가 아니었지만 날카로웠다는 생각. 이 드라마가 은근 고구마 구간이 적은 것이 이번엔 윤정년이 큰 실수를 하기는 했지만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이번 7화에선 윤정년과 홍주란의 꽁냥(?)대는 이야기가 많아 즐거웠는데, 단장의 야단을 맞고 극에 나가지 못해 상심한 나머지 울고 있다고 착각한 나머지 홍주란이 윤정년을 위로해 주는 장면이 귀엽고 웃기더라고요. (실은 우는 게 아니라 아궁이의 불을 때느라 눈이 매워서 우는 장면이었음) 윤정년은 벌을 받는 동안 극본을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극을 전체적으로 보려는 시선을 키우려고 하는데 혼났다고 우울해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장면에서 감탄이 나왔다고 할까, 저 단순하고 직선적인 성격에 어떤 의미에서 힐링이 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윤정년은 친구인 홍주란과 합을 맞추며 선배인 문옥경의 조언과 도움으로 자신의 부족한 연기를 보완하며 캐릭터들을 소화하려고 하는데 홍주란과 합을 맞추는 장면을 보면 윤정년의 악역 고미걸 연기도 궁금해진다는 것.
 
https://youtu.be/KZxkCQpgyz4?si=X3lRaGD12BvJt5Rp

 

그런데 공연 외부적으로 매란국극단에 위기가 찾아오는데요. 그동안 횡령 의혹이 있던 고부장이 공연이 이루어지는 동안 회계 장부와 돈을 들고 도망가는 사태가 발생하고 극장의 조명을 손상시켜 홍주란이 다치게 되는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합니다. 홍주란은 자명고 공연에서 구슬아기 역할을 맡은 중요한 배우인데, 이때 국극단 내에선 구슬아기의 대본을 외운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홍주란은 자신의 대타로 윤정년이 그 역을 맡길 강력하게 맡길 원하게 되고 그 바람대로 윤정년은 구슬아기 역할로 허영서와 합을 맞추게 됩니다. 하지만 윤정년은 원체 씩씩한 성격이라 초반에는 구슬아기의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데 문옥경의 충고와 그간의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구슬아기를 재해석하여 공연 도중 대사를 잊은 허영서를 돕기도 하는 등 활약을 하게 돼요.

이번 7화에서 여러모로 입체적이었다고 생각된 건 허영서, 그리고 악녀로 오인받을 뻔한 서혜랑이었는데 허영서는 윤정년이 그 재능을 자기 모친으로부터 인정받았다는 데서 열패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윤정년 역시 명창인 어머니의 그림자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자신의 색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인정하는 발언, 공연에서 자신을 도와준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이후 부산에 내려갔을 때는 호의적인 모습으로 변하게 돼요. 중반 윤정년이 소장한 어머니 레코드를 박살 냈을 땐 무슨 짓이냐 싶었는데 부산에 내려갔을 때 그 레코드를 구해서 아닌 척 전달해 주는 장면이 정감이 갔달까요. 또한 서혜랑은 윤정년이나 다른 후배들을 견제한 이유에 자신들을 위협하는 재능인이라는 점 때문에 불안감, 이미 고인물이 된 국극에 질려가는 문옥경과 달리 그의 이미지를 지켜주고 싶었다는 마음 때문에 그간 일을 벌였다는 게 드러났는데요. 

장부와 돈을 훔쳐 달아난 고부장을 도운 것도 실은 문옥경의 그간 스캔들(것도 하나 둘이 아닌)을 막기 위해 단장이 입막음한 기자들의 명단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는 게 밝혀지더라고요. 다만 문옥경이 그런 서혜랑이 하는 짓을 알고 있고, 그가 하는 짓을 마땅찮아하고 있다는 데서 이 둘의 결말은 정해졌다는 느낌. 또한 드라마 중간중간 시대적인 반영으로 국극의 시대가 저물어간다는 언급이 종종 나오던데 이번엔 아예 문옥경의 입으로 더 이상 새로운 변화가 없는 국극은 고인물이 되어 관객들 역시 새 유입이 없어진다는 그 한계를 지적하는 대사가 나오기까지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옥경은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위협을 느낀 서혜랑과 달리 새로운 변화를 가지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윤정년 같은 후배들을 지지하게 된 것이었다고요. 이 드라마는 주인공의 성장물을 유쾌하게 보다가도 이런 현실적인 내용이 나오면 가끔 깜짝 놀라게 돼요.

또 개인적으로 이번 7화에서 윤정년이 귀여웠던 장면은 후반부 다른 국극단과의 합동 공연 준비로 부산에 내려갔을 때 청요릿집(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처음 먹고 충격에 빠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다음 국극단의 공연인 '바보와 공주'는 평강공주와 온달 이야기로써 조건이 남자 아역과 여자 아역을 맡을 2인이 짝이 되어 오디션을 봐야 하는데요. 이후 주란이를 두고 윤정년과 허영서가 불붙는 경쟁이 될 것 같네요.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허영서와 홍주란이, 윤정년과 박초록이 같이 있는 장면이 복선일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홍주란에게 뭔가 비밀이나 반전이 있을 느낌이 자꾸만 드는 것이 부산에 내려와서 문옥경 팬의 결혼식에 초대되었을 때 표정이 심상치 않고 어딘가 분위기가 남달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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