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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정년이』 6화 리뷰

by 0I사금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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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6화 리뷰입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느낀 점이 주인공이 자기 재능을 주체하지 못해서 사고를 치는 케이스도 있다고 해야 하나, 물론 주인공이 뭔가 일을 터뜨려야 사건이 전개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전개이긴 해도 작중에서 보면 확실히 문제는 맞고 그럼에도 주인공이 저렇기 때문에 내용이 재미있어지긴 했다는 생각이에요. 안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 윤정년이 공연에서, 그것도 매란국극단의 대표작인 자명고 공연에서  대사가 얼마 없고 비중도 적은 군졸 역할을 한다길래 의아하다 싶었거든요. 이것이 비록 주인공이 스스로의 능력을 성장하게 만들려는 발판이긴 했어도 재능 넘치는 주인공이 하기에는 이번에 맡은 역할이 너무 그릇이 작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어쨌든 이번 회차는 윤정년의 행동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다 싶더라고요.

이번 회차에선 윤정년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소품 창고에서 남자 교복을 찾아 입은 뒤 거리를 돌아다니며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작중에서 웃겼던 장면은 윤정년이 근방에서 삥을 뜯는 양아치 남고생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행동을 흉내 내다 어그로가 끌려 쫓기는 장면이었는데 대표 OST인 새타령과 어우러져 심각한 상황임에도 웃음이 터져 나오더라고요. 다행히 양아치들을 따돌린 윤정년은 근처에서 상이군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참전 군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조금 놀랐던 것은 여기서 여성 의용군의 언급도 나왔다는 점이랄까요? 어쨌든 이때의 상황과 과거 피난민 시절의 기억이 어우러져 공연에서 윤정년의 연기는 시너지를 발휘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명고 공연에 참전 군인들이 관객으로 들어오고, 윤정년의 연기에 매료되어 분위기를 휩쓸어버린 데다 결국 극의 중심이 일반 군졸 역인 윤정년에게 기울게 된 게 심한 문제였다고 할까요. 춘향전 때의 방자 역은 일단 비중부터가 군졸과는 비교 불가인 데다 고전소설에서도 감초 역할로 캐릭터가 강하기 때문에 윤정년의 눈에 띄는 스타일과 잘 어우러진 편이지만 지금 맡은 일반 군졸은 다른 주조연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어야 한다는 거였죠. 지난 회차에서 허영서의 한계가 불안감과 열등감 때문에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점이라면 윤정년의 한계는 캐릭터에 몰입을 지나치게 한 나머지 극을 자기 주도로 끌고 가버리는 점이라고 봐야 할 텐데요. 지나치게 뛰어난 재능이 도리어 공연의 완성도를 저해해 버리고 만다는 게 상당히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요.

성장형+천재 타입 장르에서 주인공이 재능을 주체 못 해 사고를 치는 건 필수적인 관문인 듯. 관객들만이 아니라 같이 공연하던 군졸 역 배우들마저도 윤정년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대본에 없던 장면이 연출되는 것도 그렇고, 얘네들 주인공 버프에 휘말린 건데 뒤에서 너무 깨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어쨌든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선 흥미진진하긴 했습니다. 또한 이번 회차는 윤정년의 노력만이 아니라 라이벌인 허영서나 친구인 홍주란 등 주변인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엿보였는데 전체적으로 이번 회차에서 다뤄진 건, 자신이 맡은 역을 연기하기 위해선 그 밑바탕에 재해석과 재창조가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더라고요. 또한 공연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면서 작품을 해석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걸을 일러주던 회차였던 느낌.

그리고 이런 재해석과 재창조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게 바로 홍주란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번 6화에선 독선적이기까지 한 태도를 유지하며 상대역을 맡은 홍주란과 합을 맞추려고도 하지 않던 허영서가 연습에 몰입하던 홍주란을 보고 마음이 풀어지며 태도를 바꾸게 됩니다. 이후 홍주란과 같이 연습을 하고 어떻게 연기할지 토론하는 등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고요. 이 둘이 친해진 모습을 남모르게 지켜보며 묘하게 친구 잃은 듯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던 윤정년의 모습도 귀여웠고요.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또다른 인물은 바로 강소복의 조카 백도앵이었는데요. 

백도앵은 중반 윤정년의 군졸 연기를 봐주면서 적절하게 조언도 해주고 이번에 오디션에 떨어진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한계를 담담히 인정하는 모습이 성숙해 보였습니다. 윤정년처럼 탁월한 재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 입장에선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방향으로 진로를 트는 백도앵의 모습이 더 와닿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이번 회차에서 조금 놀랐던 건 시대적인 반영이 빠지지 않아 횡령을 일삼는 경영담당 고부장의 말로 매란국극단 포함 다른 국극단들의 수입도 반토막이며 국극의 시대가 차츰 저물어간다는 걸 알려줬다는 점이에요. 초반 문옥경의 말로 곧 영화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했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겠지만 시대적인 변화에 조금 씁쓸한 감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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