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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2024년~)

『정년이』 5화 리뷰

by 0I사금 2024.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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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년이』 5화 리뷰입니다. 지난 4화에서 매란국극단에서 쫓겨난 윤정년이 방송국에 묶인 사정과 다시 매란국극단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이번 회차에서 무사히 해결되었습니다. 예고편에서 어느 정도 암시된 바이지만 윤정년이 매란국극단에서 쫓겨나게 수를 쓴 게 바로 방송국 피디였다는 게 비로소 드러났는데요. 윤정년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단장에게 일러바친 건 다름 아닌 피디였으며, 그가 그런 짓을 벌인 이유는 윤정년의 노래를 듣고 그가 명창 채공선의 딸이라는 걸 눈치챈 뒤 방송국에 채공선을 어떻게든 출연시키기 위해 밑밥을 깔기 위해서였다는 게 밝혀집니다. 
 
이걸 보면 윤정년의 어머니 채공선이 얼마나 능력자였는지 새삼 느껴진다고 할까요? 방법이 저질스러워서 그렇지 결국 피디조차 채공선의 노래에 매료된 자였다는 게 증명되었으니... 윤정년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방송국 피디에게 분노하지만 큰 위약금이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고 어쩔 수 없이 방송에 출연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대를 반영하듯 방송국 피디는 노래의 역할 - 남자 파트에 맞게 노래를 부르려는 윤정년에게 '여자다움'만을 요구하게 되고 이에 윤정년은 위약금이고 뭐고 가수를 때려치울 생각까지 하게 돼요.
 
이걸 보면 윤정년의 성격이 단순하고 직설적이라는 게 새삼 느껴진다고 할까, 계약서 뒤통수는 피디의 잘못이지만 윤정년이 화가 난다고 저렇게 계약을 위반하는 건 현실적으로 안 되지 않나 해서요. 그런데 여기서 윤정년을 바로잡는 건 레슨 선생이었던 패트리샤로 그는 윤정년에게 단순 계약서 때문이 아니라 가수로 나선 이상 지금 무대는 시청자들과 약속된 자리임을 상기하면서 방송 무대를 마무리 짓게 합니다. 말하자면, 패트리샤는 약속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일깨운 것이며 패트리샤의 가르침은 윤정년에게 또 다른 가르침이 된 듯.
 
주인공이 재능이 있다 보니 스승복도 덩달아 따라온다고 해야 하나요? 결국 윤정년은 패트리샤의 가르침대로 방송 무대를 자신만의 색으로 채우고 피디에게 방송 실수를 저질렀다면 크게 책망받는 결말로 흐르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시청자들인 국극단 단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작중에서 더 묘사되지 않지만 왠지 시청률이나 반응이 어땠는지 매우 궁금해지더라고요. 어쨌든 이번 회차에선 윤정년의 훌륭한 스승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들이 많았는데 패트리샤도 패트리샤였지만 윤정년의 그간 사정을 알고 위약금까지 대신 내준 후 윤정년에겐 어머니 채공선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다움을 되새기라는 충고를 남긴 매란국극단 단장 강소복도 훌륭했다는 생각.

강소복은 홍주란의 이실직고를 통해 윤정년이 국극단으로 돌아오는 것은 물론이요, 윤정년과 홍주란까지 전부 국극단에 남을 수 있게 해줬으니까요. 또 이번 회차에선 어머니의 과거를 알게 된 윤정년이 이후 레코드 가게에서 어머니의 음반을 듣고 큰 충격 혹은 감명을 받는 듯한 장면도 있어서 앞으로 윤정년의 가장 큰 라이벌은 허영서도 누구도 아닌, 그 어머니가 아닐까 추측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의외로 드라마는 그런 흔한 클리셰가 아니라 윤정년은 윤정년다움을 추구하라는 스승들의 조언을 통해 주인공이 한발 더 성장하는 전개로 흐르게 되더라고요. 
 
또한 윤정년은 어머니의 어마무시한 재능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소프라노로 인정받는 어머니와 언니 때문에 열등감에 갇힌 허영서의 심정을 조금 이해하는 계기도 생겼고요. 별개로 오프닝에서 허영서가 소프라노로 유명한 어머니와 언니에 대한 열등감과 인정받아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걸 윤정년이 팩폭하던 장면은 좀 속 시원했다는 생각. 허영서는 윤정년에게 팩폭당한 후 분함을 참지 못하며 엔딩에서 다시 이 구도가 반복되기는 합니다만 5화에선 윤정년과 허영서 사이에 허물이 없어지고 라이벌로 동반 성장하는 듯한 연출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심지어 이해할 수 없는 서혜랑의 행동으로 창고에 갇힌 윤정년을 꺼내주고 자명고 오디션까지 같이 달려가는 등, 많이 누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작중에서 연인 같은 포지션으로 등장하는 건 문옥경과 서혜랑이며 시청자들 설레라고 넣어준 장면까지 있었지만, 왠지 소년만화 클리셰를 연상시키는 윤정년과 홍주란, 윤정년과 허영서의 관계도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또한 방송 출연 계기로 윤정년에게 누그러진 건 박초록 패거리도 마찬가지였는데, 조금 속 보이긴 했지만 딱 하는 행동이 그 나잇대 같아서 이젠 얄밉기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참고로 이번 국극 자명고 오디션에서 윤정년이 도전한 건, 주연이 아닌 일반 군졸 역이었다는 게 반전이었습니다. 나름 윤정년 스스로가 국극과 연기에 대해서 더 배우기 위한 의도였다고 하지만 의외인 건 사실이었어요. 그리고 허영서의 악역 도전으로 오디션에서 탈락한 도앵이 연출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아 조연출이 되는 전개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하거나 그것에서 떨어졌다고 끝난 게 아니라 자신이 몰랐던 다른 재능을 찾아 새로운 진로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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