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 아이』는 유명한 공포영화로 제목을 한번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DVD까지 구입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막상 영화를 보니 영화 본편 자체는 원혼들의 이야기이긴 하나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면모가 더 도드라져서 소름끼치게 무섭다기보단 내용 자체가 슬픈 점도 없지 않았어요. 실은 극장에서 못 봤다 할 뿐이지 이 영화의 내용은 당시 개봉했을 때 영화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에서 거의 스포일러 수준으로 내용을 많이 알려준 덕도 있고 극장 개봉 당시 보러 간 이가 내용을 설명해 준 덕에 대강의 흐름은 다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직접 영화를 보는 것은 다르다고 할까요? 영화의 제목은 『디 아이』이지만 동시에 한자로 '見鬼'라고 적혀 있는데 제목을 보면 추측할 수 있듯이 이 영화의 내용은 귀신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여자의 이야기인데 영화의 시작은 두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고 각막 이식을 받아 시력을 회복하게 된 여성 '문'이 주인공으로 수술이 성공하여 눈을 뜨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바로 바로 시력을 회복하거나 그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맹인 환자들이 시각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등, 제법 현실적인 면이 언급됩니다. 다른 데서 본 이야기지만 실제로 볼 수 없던 사람들이 나중에 시력을 회복한다고 해도 이것에 적응하기까지의 기간이 굉장히 걸린다는 것을 본 적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 문 역시 시력을 회복하면서 고통스러워하거나 낯설어하는 등의 문제를 보입니다. 하지만 수술이 잘 된 탓인지 문은 그에 곧 적응하게 되지만 이 때부터 불길한 일들이 시작되는데 바로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보이게 된 것이었죠. 영화를 봤을 때 문은 자신이 목격하게 된 것들을 단순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도 보이는데 이것이 곧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게 됩니다.
처음 회복하기까지 병원에서 지내면서 같은 병실의 할머니를 어떤 검은 남자가 데리고 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을 시작으로 같은 아파트에서 자살한 남자아이의 모습을, 서예 학원에서는 문이 앉은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며 덤벼드는 기이한 여성의 모습이,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고기를 핥는 모자의 모습이, 뺑소니 현장을 지나치면서 죽은 줄도 모르고 달려가던 아이의 모습을,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결코 살아있는 사람 같지 않는 기이한 노인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깨닫고 극도로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처음엔 문을 상당해주는 의사들도 그의 이야기에 반신반의하게 되지만 곧 그가 진짜 죽은 사람들을 목격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의사 '와'는 그의 이식받은 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문과 함께 각막의 제공자인 여인 '링'을 찾아나서게 됩니다.
링은 다름 아닌 태국 여성으로 그의 고향을 겨우 찾아가게 된 문과 와는 그곳의 의사로부터 링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요. 다른 아닌 링은 죽은 사람을 보거나 저승사자를 보는 능력을 가진 여자로 죽음을 목격하게 될 때마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애썼지만 오히려 마을 사람들로부터 죽음을 몰고 오는 불길한 존재 취급받으며 박대를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마을에 큰 화재가 일어나기 전 링은 사람들로부터 대피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오히려 외면당했고 결국 큰 사고가 일어나자 견딜 수 없었는지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였죠. 문은 자신이 여기에 오게 된 것이 링의 한을 풀어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고 실은 그녀가 죽고 싶지 않았다는 것을 그의 어머니에게 털어놓았지만 링의 모친은 자신이 유일하게 감싸주었으면서도 결국 목숨을 포기한 딸을 용서하고 싫었기에 외면합니다. 보면 링의 과거에서 드러난 두 모녀가 핍박받는 모습은 폐쇄된 사회에서 약자가 겪을 법한 일이기에 굉장히 불쌍하게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링의 모친도 결국 딸의 진심을 알게 되어 죽음 이후로도 끊임없이 자살을 되풀이하던 링의 영혼을 구하고 링은 자살을 선택한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빕니다. 그렇게 해서 링의 원혼은 성불하고 문 역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싶었던 순간. 아직 장애물이 하나 큰 게 더 남아있던 것. 돌아가는 길 도로에서 유조차가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고 버스에 있던 문은 사람들의 죽음 이전에 나타난 검은 남자들 즉 저승사자들이 몰려드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때 문의 모습은 과거 화재에서 사람들을 구하려 했지만 외면당한 링의 모습과 겹쳐지는데요. 결국 사고는 피할 수 없어 유조차가 폭발하고 문은 그때 파편에 맞아 눈을 다쳐 시력을 잃게 되지만 그동안 겪은 일에 대해 링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 것에 감사하면서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줄 의사 와와 함께 새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임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나름 해피엔딩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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