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공포영화가 유명한 게 어떤 게 있나 인터넷으로 마구 찾아다니고 있을 때 태국에서 공포영화가 많이 나온다는 유의 글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본 영화 『디 아이』 같은 경우는 홍콩과 태국의 합작 영화였는데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유명한 공포 영화들 중에 비록 아직 보진 못했지만 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셔터』라던가 지금도 인터넷으로 태국 공포영화로 검색을 해보면 종류가 꽤 많이 나오는데 몇몇 영화는 평론 같은 데서 이름을 본 기억도 나더군요. 그래서 태국은 문화적인 특성이 일본처럼 공포 장르가 잘 발달한 곳인가 싶어 궁금증은 많이 일었지만 볼 기회는 많이 없었단 사실. 영화 『피막』도 비슷하게 자료를 찾아다니다가 내용을 대강이나마 알게 된 셈입니다.
영화의 기반이 된 내용은 태국의 전설에서 따온 내용이라 본 기억이 있는데 영화 관련 페이지에서도 태국의 전설이란 언급이 있고요. 전쟁터에 나간 남편과 그 사이에 죽어가는 아내라는 내용인데 영화 제작 과정 설명에서 언급된 전설도 그렇고 태국에서도 죽은 자가 산 자를 만나러 오는 이야기가 꽤 전해지지 않나 추측이 들더군요. 의외로 먼저 죽은 배우자 혹은 가족의 영혼이 산 자를 찾아오거나 그들까지 데리고 가는 이야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꽤 많이 존재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영화의 장르 구분이 공포만이 아니라 코미디도 포함되어 있는 것도 그렇고 예전에 본 소개 글도 그렇고 공포와 코미디는 왠지 그 구분이 까딱하면 희미해지기 쉬운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포는 잘 만들면 매우 무섭지만 못 만들면 오히려 개그가 되어버리기도 쉬운 법이거든요. 물론 고의적으로 이 두 장르를 섞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 『피막』 같은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내용의 전체적인 틀은 공포담을 베이스로 하되 전개는 개그로 진행시킨 셈입니다. 영화의 상영 시간은 한 시간 52분 정도로 분량은 상당히 긴 편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무섭단 생각은 안 들고 소소하게 빵 터지는 장면들이 많아서 이 영화를 공포영화로 접근하면 곤란하겠다 싶었습니다. 오히려 내용 전개는 요새의 병맛 개그에 충실한 편으로 주인공 피막의 부인 낙이 유령인 것을 깨달은 그의 친구들이 오두방정을 떠는 것이 영화의 본편인데 솔직히 보다 보면 진 주인공은 피막과 그 아내 낙이 아니라 이 친구들 넷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개그를 많이 유발하는 장면은 낙이 귀신인 걸 파악한 친구들이 축제날 귀신의 집에서 막을 탈취해 가려다가 낙이 눈치를 채자 정체를 숨기려고 귀신의 집 직원들을 제압하고 자신들이 대신 그 흉내를 내는 것이나 낙을 피해 도망간 일행들이 절로 들어간 다음 그 절의 스님에게 퇴마를 부탁하는 장면들인데 은근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깨 버린다거나 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또 영화의 시대 구분이 상당히 모호한 게 피막과 친구들이 참전한 전쟁은 대체 언제인지 감이 안 잡히는데 주인공들 입으로 언급되는 영화들 『300』이나 『다이하드』, 『라스트 사무라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걸 보면 현대인 것 같기도 하고 좀 파악하기 어려워요. 영화의 또 다른 면모로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인 물 위에 지어진 목제 건축이나 사람들이 배로 이동을 하는 태국 특유의 모습은 보는 한국인 입장에서 상당히 이국적인 채취를 느끼게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