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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呪)』 리뷰

by 0I사금 2025.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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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주(呪)』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하게 된 대만 공포영화입니다. 넷플릭스도 유튜브랑 비슷하게 유저가 평소 보던 영상을 분석하여 비슷한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것 같은데, 넷플릭스 알람으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 문구가 떴던 적이 있었거든요. 드라마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에 들어갈 때마다 추천 목록에 이 영화가 뜨기도 하고, 궁금해서 일단 찜 해놓기는 했습니다. 정작 보게 된 것은 알람이 뜨고 한 이틀 정도가 지난 뒤였는데 평소 공포물을 잘만 보면서 미뤄둔 이유는 요새는 영화 보단 드라마를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고, 일단 영화의 방영 시간이 거의 두 시간에 가까워서 부담스러웠다는 이유였어요. 


그래도 궁금은 해서 스포일러도 찾아볼 겸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았다니 왠지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처음 영화를 시청했을 때는 다른 드라마들에 관심이 가서 그런가 왠지 몰입이 안 되었습니다. 어쩌면 당시 무더위로 인해 뭘 하든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강 문제로 컨디션이 나쁜 이유도 있었는데 일단 영화의 구성 자체도 일반적인 영화들처럼 내용이 하나의 서사를 가진 채 하나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컸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전형적인 형식이 아니라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화들, 말하자면 『블레어 위치』나 『파라노말 액티비티』, 한국 영화 『곤지암』처럼 좀 더 실제 상황에 가깝게 촬영된 지라 처음 봤을 때 몰입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약간 있습니다.

영화의 영상은 주인공이 촬영하는 영상 + 과거의 캠코더 기록 영상 + 블랙박스 및 CCTV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야기가 쭉쭉 주인공들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 여러 영상의 짜깁기로 이루어져 있어 잠깐 한 장면을 놓쳐도 내용이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었어요. 대충 구성이 정신과 치료 때문에 위탁시설에 딸을 맡긴 주인공이 딸을 데려온 이후 딸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자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는 내용과,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6년 전의 영상이 교차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중간중간 다른 인물들이 촬영한 영상도 들어가 있고 시간 순서가 얽혀 있어 내용 얼개가 처음엔 따라잡기 힘들 수도 있었고요. 벌레 많이 나오는 장면 많아서 충격적인 건 있었지만.


그래서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반쯤 이해를 하고 반쯤은 이해를 못 한 상태로 영화를 넘겨버렸는데 결말도 참으로 찜찜한 게 자신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보는 사람들에게 저주를 퍼뜨리는 내용인지라 영화를 보고 난 뒤 종일 몸 상태가 나쁘고 넘어지기도 하는 등 안 좋은 일이 저 영화 탓인가 하는 바보 같은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 그래도 이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 다시 영상을 재생했는데, 두 번째로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진가가 제대로 보였다는 느낌입니다. 공포 분위기나 그로테스크한 연출, 초자연적이고 인간을 해치는 기운과 그것을 받드는 오지의 토속 종교 등 공포물의 요소가 적절하게 첨가되었던 영화였어요. 작중 묘사하는 신앙은 토속적이면서도 악마적인 느낌이라 서구의 그것과도 좀 비슷했다는 느낌.

하지만 이 영화도 다른 영화처럼 남들이 하지 말라는 일을 다 하는 인간들이 나와 보는 사람 울화를 부르는 것도 사실. 애초에 영화 속에서 사건의 시작이 주인공이 6년 전 남자친구와 남자친구 동생이랑 같이 '미신 타파' 어쩌고 하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채널의 영상을 찍기 위해 오지의 시골로 들어가 금기시된 종교의 제의 영상을 촬영하고 그것을 훼손한 것으로부터 시작하니까요. 심지어 이 종교의식을 치르는 인물들은 다름 아닌 주인공의 남자친구 외가 쪽 먼 친척 뻘인데 오지에 자리 잡은 기이한 사이비 종교의 기괴함은 둘째 치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은 다 하는 무모함이나 처음 어른들이 주인공한테 외지인이니까 돌아가라고 했을 때 고집부리며 남는 걸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


뭐 따지고 보면 공포영화의 주 테마는 주인공들이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는 금기를 어겨서 응징당하거나 대가를 치르는 게 주 내용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여기서 공포를 몰고 오는 건 저 신앙을 받드는 오지의 사람들이 아니라, 그 신앙의 중심이 된 초자연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왠지 할리우드 영화 『유전』의 악마를 연상시키는 구석도 있었어요. 따지고 보면 『유전』도 사이비 종교가 한 집안을 말아먹는 내용이니...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는 넷플릭스 소개는 파운드 푸티지 형식의 영화에서 으레 따라오는 홍보용 문구이긴 한데, 영화가 결말에서 반전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찜찜함과 불쾌한 여운을 남기는지라 굉장히 머리 좋은 공포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택에 유튜브에서 양기 넘치는 노래들만 찾아 듣는 부작용이 있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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