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홍콩과 태국 합작 영화인 『디 아이』를 본 적이 있고 공포의 탈을 쓴 코미디 영화이기도 했지만 『피막』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유명한 공포영화 중에서 태국에서 나온 공포영화들이 많고 후하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유플러스 영화 목록에서 이 태국 공포영화인 『샴』을 발견했을 때도 한번 기대를 안고 재생을 눌렀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괴담이나 공포물은 동남아 쪽에서 나온 것들이 무섭다는 인터넷 발 이야기도 들어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인터넷 괴담을 찾아보면 동남아나 중국 쪽 괴담이 무서운 게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막상 접하게 되는 수도 드물어서 더 궁금점이 일기도 하고 태국에서 제작된 공포영화 중 상당수는 많이 보지 못했지만 그 영화들을 재미있게 봤다는 다른 사람들의 평들도 좀 본 기억이 있어서 한번 기대를 해 보았습니다.
막상 영화가 시작했을 때 놀랐던 점은 영화 초반 주인공 핌의 생일파티를 열 때 주변 사람들이 부르는 축하하는 노래가 태국 노래가 아닌 한국어로 "생일 축하합니다"를 불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한국인들이 제작에 참여했나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 배경 설정상 등장인물들 중 한국에 여러 번 다녀온 사람도 있고 한국인들과 친분이 있으며, 영화 내에서 주인공 핌의 엄마가 치료 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 병원으로 옮긴다는 언급이 있더라고요. 어쨌든 외국 공포 영화에서 한국어를 들으니 내심 반가웠는데 배우들을 한국인들을 쓴 건지 한국어가 자연스럽게 나오더군요. 주인공들의 한국어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번 공포영화 『샴』을 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공포스러운 효과를 참으로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공포영화 제작진들이 범하는 오류인 '갑자기 튀어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것'을 공포 효과라 착각하여 남발하는 것과는 달리 이 영화에선 초자연적인 유령이나 주인공들의 환시 등을 적절하게 사용하게 그야말로 공포 영화답게 그 효과를 작 중에서 아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샴쌍둥이였던 주인공이 분리수술을 받고 생긴 흉터 부근 위에 커피를 쏟고 그것을 수습하다가 커피가 번지면서 흉터가 옷 위로 두드러지고 그 부분을 중심으로 피가 번지는 환상을 보는 장면으로 이 장면이 영화에 등장한 공포 장면 중에서 가장 백미였습니다.
영화의 스토리도 차근차근 떡밥을 깔아주면서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 내용을 유추하게 만드는데, 아무래도 분리수술 중에 죽은 쌍둥이 자매가 살아있는 자매를 끔찍한 모습이 되어 덮치는 데에는 단순 혼자 죽은 게 억울해서 혹은 삶에 미련이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 가능하게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복선이 주인공 핌이 실수로 치어 죽인 강아지와 똑같은 종류를 사 와서 같은 이름을 붙여준 장면인데, 이 부분을 보고 대강 귀신이 등장한 사연에 대해서 추리를 했고, 어쩌면 쌍둥이 소재를 끌고 왔을 때 흔하게 등장하는 클리셰일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맞아떨어지는 데서 묘하게 쾌감이 일더라고요. 영화의 결말은 인과응보로 마무리되었는데 영화 전반적인 감성이 왠지 한국에서도 먹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즐겁게 본 공포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