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15화 리뷰 (2022. 7. 24. 작성)

드라마 『마인』 15화 리뷰입니다. 이제 이 드라마도 마지막 화 한 회차만 남아있는데 여전히 한지용 살인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만약 이 드라마를 종영한 뒤 넷플릭스를 통해 본 게 아니라 TV로 본방사수를 했더라면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을 것 같네요. 어쩌다 스포일러를 검색으로 알게 되어 범인의 정체는 알고 시작했으니 망정이지. 현재 드라마의 분위기는 13화 한지용의 죽음을 기점으로 약간 변화한 것 같은데, 그전까진 효원 가 내에서 한지용과 맞서는 여성들의 이야기와 효원이라는 왕국을 누가 물려받는지 다투는 내용이었다면 현재는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수사물 같은 느낌이에요. 그래서 누구보다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의 시점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는 생각.

현재 가장 범인으로 의심받도록 연출이 되는 인물은 정서현, 그리고 서희수, 또 희박하지만 집사인 김성태입니다. 중반 이혜진이 총을 들고 분노를 터뜨리며 한지용을 저격하려던 것 같은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혜진은 아들인 하준과 미국으로 갔기 때문에 그 현장에 없었단 게 증명됐고 그 장면은 이혜진을 용의자라 둔 형사의 상상이었거나 시청자들을 속이기 위한 드라마의 페이크에 가까웠단 생각. 15화에서 흉기로 보이는 소화기를 빼돌리는 정서현의 모습이 나와 범인은 마치 정서현인 것처럼 몰아가는 형국이긴 한데요. 하지만 정서현조차 서희수에게 정말 그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없냐며 묻는 걸 보면 사건의 뒷수습을 정서현이 맡은 것일 뿐, 범인하곤 거리가 멀어 보이더라고요. 

다른 용의자로 의심됐던 김성태는 자신은 절대 한지용을 죽이지 않았고 벙커 문도 열어줬다면서 모나코로 출국하는 걸 도와준 한진호와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더러 전화로 털어놓기까지 하는데요. 서희수는 기억을 잃지 않았으면서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며, 자신이 한지용을 죽였다는 게 아니라 죽였을지도 모른다면서 형사를 도발하듯 대답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범인의 정체는 현재 시점에서 오리무중. 그러나 드라마를 자세히 살펴보면 복선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 일단 효원 가의 고용된 메이드들이 한지용을 죽인 게 누구일까 수군댈 때 진짜 범인인 자가 우연처럼 등장을 한다거나, 범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추측할 때 바로 다음 장면에 모습이 등장하는 것, 효원 가 가족들 중에 한지용을 죽일 이는 없다는 대사 등등이 그렇습니다.

한 번에 알아보기는 어렵지만 드라마가 조금씩 암시를 던져주고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서희수가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한 건 한지용을 죽인 이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을까요? 그리고 범인이 막판에 짐을 챙겨서 효원 가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정서현한테 들키면서 마지막에 쐐기를 박아줍니다. 어쩌면 이번 15화는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이유로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준 회차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단 서희수는 한지용을 죽인 범인을 보호하려 하고, 정서현은 서희수를 보호하려 합니다. 한진호 역시 용의자로 물망에 오른 김성태를 나름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왜 그의 출국을 도와줬냐는 형사의 추궁에 실은 자신이 김성태랑 사귀고 있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장면은 폭소. 

와중에 한지용의 죽음을 겪은 효원 가 가족들은 놀랍게도 조금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양순혜와 그 자식들은 여전히 심각한 와중에서도 시청자들 멘탈 다스리는 역할을 놓치지 않습니다. 한진희는 입원한 남편을 받아주기로 결심했다가 남편 내연녀가 일신회 재스민이란 걸 안 뒤에도 엠마 수녀의 충고대로 아기를 업었다는 상상을 하며 성격을 죽인 뒤 차분하게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해요. 물론 내연녀의 제멋대로인 행적에 화나서 머리 쥐어뜯고 싸우긴 합니다만... 그리고 모친인 양순혜는 한지용에게 미운 정이라도 들었던 건지 상심한 모습을 보이다가 맛있는 음식도 먹지 못하고 주집사한테 양보하기까지 합니다. 거기다 노덕이에게 남의 알이라도 자기 새끼처럼 잘 키우라는  말을 하는 걸 보면 사람이 조금씩 바뀌긴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