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장강 7호』를 보기 전에 제대로 본 주성치 영화라고 해봤자 제가 제대로 본 것은 『쿵푸허슬』 하나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주성치 영화 특유의 미학이 어떤 것이고 코드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는 상태로 영화를 봤었는데요. 영화 개봉 당시에도 그랬지만 나중에 다시 평을 찾아봤어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개 싫어하는 이유는 주성치 특유의 개그가 사라졌다 혹은 내용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이런 쪽이고 좋아하는 평에는 따뜻한 시선이 보인다거나 장강 7호의 캐릭터가 귀여워서 좋다는 이유로 나뉘더군요. 조금 중립적인 평으로는 홍콩판 ET라고 간단하게 내린 것도 봤는데, 생김새로만 따지면 전 ET보다 이쪽 『장강 7호』 쪽의 외계생물이 더 귀엽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공통적으로 이 영화에서도 주성치 영화에 등장하는 가난과 루저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어김없이 묻어 나온다고 평을 보았는데요. 주인공 아이는 가난한 편부 집안의 아들로 무리하게 사립학교에 들어가 학급 아이들과 교사에게 괄시를 당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아들을 위해 막노동을 전전하는 등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참 씁쓸한 배경입니다. 그래도 일단 저연령대상의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보니 극 중의 갈등이 무난하게 가끔은 개그로 풀리기도 하고 감동적인 부분도 존재합니다. 게다가 전 나름 이 영화의 개그에 충분히 웃은 사람이라서 이 영화가 재미없었다고는 못하겠네요. 그리고 외계 생물인 '장강 7호'가 특히 귀여웠거든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외계 생물체와 아이의 교감을 그리기 때문에 아이의 순수함을 그리는 거냐고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여기 나오는 꼬마들의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못된 꼬맹이들입니다. 성장의 여지도 있지만 그 나잇대의 현실적인 난폭함도 보인다고 할까요. 주인공부터가 외계 생물인 장강 7호에게 초반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요. 판타지적 요소를 삽입했으면서도 마냥 아이들을 천진난만하게 그리지 않은 것도 독특하더군요. 생각보다 막 나가는 코믹요소는 많이 없고, 나날이 힘든 주인공 앞에 뚝하니 외계 생물체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주인공 부자의 삶을 힘들게 하는 요소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라 판타지를 온전히 해소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또한 극중 장강 7호가 주인공들 부자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긴 합니다만 결말이 굉장히 열린 상태로 끝나기 때문에 새드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수많은 장강 7호들이 우르르 쏟아지는 결말은 해석이 분분하겠지만 귀여운 녀석들이 많아서 엄청난 장관. 또한 영화에서 그려지는 하루하루 고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 어린 시선이나 희생적인 부성애의 모습, 초반 안 좋게 그려지던 인간들도 나름 선한 일면을 가지고 있는 등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다는 그 인간미 때문에 단순하다고 평가받는 스토리임에도 『장강 7호』의 캐릭터와 함께 인상적인 영화가 되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나중에 더 찾아보니 호불호가 갈린 건 우리나라 한정이고 중국 내에서는 흥행하여 굿즈도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찾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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