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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싱퀸』 리뷰

by 0I사금 2025.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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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댄싱퀸』은 개봉 시점이 설 연휴와 겹쳤기 때문에 설 연휴 마지막 날 가족들과 함께 극장을 찾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연휴의 마지막 날이라서 그랬는지 영화의 입소문이 좋았는지 당시 극장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일단 영화가 시작되자 웃음이 터질 구석이 굉장히 많아 영화 보는 내내 관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기억이 났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초등학생 시절 남녀 주인공이 악연으로 시작해 훗날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그들의 인연으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기묘하게 우연들이 겹쳐서 희극적인 상황이 되어가는 모습이 재밌었어요. 극 중 인물들의 이름은 배우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간 것이 특징인데 배우 황정민 연기한 변호사의 이름은 황정민으로, 배우 엄정화가 연기한 부인은 가수를 꿈꾸던 신촌 마돈나 엄정화로 등장합니다. 
 
처음 영화를 볼 때는 아무래도 한때 댄서를 꿈꾸던 여인이 일찍 결혼하여 꿈을 잊은 채로 살다가 어느 날을 계기로 꿈을 자각하여 일종의 대회에 나간 뒤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 왠지 일본영화 『셀위댄스』가 연상되는 작품을 생각했고 그래서 주인공은 단연 부인인 엄정화 원톱이며 남편인 황정민은 조연으로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내용은 두 사람의 비중을 비등하게 넣으며 투톱 체제를 밀고 나가더라고요. 사시를 7년 만에 패스하여 변호사가 되었지만 보증을 잘못 선 탓에 전세빚 1000만 원을 진 하우스푸어 남편과 그런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꿈을 포기하고 에어로빅강사와 육아를 도맡는 부인 이렇게요. 내용은 흔히 그러하듯 한 우연으로부터 시작되는데, 어쩌다가 철로에 떨어진 남자를 구하게 된 남편 황정민과 '슈퍼스타케이'에 친구 권유로 나갔으나 파트너 역량부족으로 떨어진 부인 엄정화의 이야기가 각각 진행됩니다.

젊은 시절 엄정화의 재능을 알아봤던 대박엔터테이먼트의 실장이 그녀의 출연을 우연히 TV로 보고 곧 데뷔시키려는 성인돌 그룹의 공석을 메우려 엄정화에게 캐스팅제의를 하게 되고 원래 망해가던 변호사사무실을 지키던 황정민은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 준 계기로 음지에서 활약하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해지면서 여러 캠페인에도 출연하게 되는 등 인지도를 쌓게 됩니다. 엄정화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 때문에 자신의 결혼 여부도 숨긴 채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이며 숨겨진 재능을 뽐내게 되지요. 영화는 상당히 많은 구석에 소소한 재미를 숨겨놓는데 예를 들어 망해가던 사무실의 황정민 변호사가 맡게 된 사건의 주인공들은 사내 연애를 이유로 잘린 게이커플이거나 제주도에 사는데 제주도여행이벤트 당첨되었다고 이벤트사를 고소하겠다는 전화라던가...
 
또 데뷔를 앞둔 성인돌 그룹의 보컬이 쓰러져서 임신 사주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실장이 분노하며 남자가 누구냐고 다그치자 봐달라며 사과하던 매니저가 자기가 애아빠라고 충격고백을 한다거나 하여튼 굉장히 유머러스한 구석이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의외로 살기 팍팍한 사람들의 삶이 리얼하게 드러나면서 우습지만 서글픈 느낌도 나는 구석도 많았어요. 영화의 내용은 황정민에게 국회의원인 그의 친구가 시장 출마를 권유하면서 제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소시민적인 황정민은 출마를 꺼려하다가 장인장모에게도 당당해질 겸 출마에 나서게 되는데, 서투르고 어수룩하면서도 사람들의 맘을 휘어잡는 것을 보면 황정민 변호사가 의외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 아니었나 싶더라는 거... 물론 거진 다 개그이긴 했습니다만 거절 못하고 기댈 대 없는 사람들의 사건을 많이 맡아봐서 그런가 사람들의 삶의 고충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했으니까요.

그가 변호를 맡아준 사람들은 당연 그의 지지자가 되었고요. 반면 엄정화도 나이라든가 갑자기 나왔다는 점 때문에 원래 그룹에서 많이 쪼였지만 기대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고 나름 의리 있는 행동을 보여주면서 주위 사람들의 맘을 사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서사는 갈등을 바탕으로 하는 법인데 극 중 등장하는 민진당의 페이스 메이커였다가 유력한 후보로 변모한 황정민의 부인인 엄정화가 연예계 데뷔, 그것도 어쩌다 일이 꼬여 기획실장과 불륜관계로 오해받아 경쟁후보들에게 약점으로 잡히게 됩니다. 이쯤 되면 내용이 조금 진지한 분위기로 흘러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사건의 해결까지는 지나치게 영화적인 구도로 흘러갔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렇게 사람들을 내내 웃기다가 여기서부터는 슬슬 보는 사람들을 울리려 했던 것이 드러난 거 같다는 생각. 이쯤 되면 뻔해지지 않나 싶어서 지루해지려는 찰나에 황정민 변호사의 명대사가 나옵니다. 바로 "가족은 다스리는 존재가 아니다"라고요.
 
개인적으로 영화의 후반부를 보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보단 저 대사가 가장 인상 깊더라고요. 그런 다짐 덕택에 부부는 둘 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을 하게 되면서 영화는 열린 상태로 결말로 나아갑니다. 마치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처럼 꾸며진 데뷔 모습을 보면서 영화가 끝날 때가 되었구나 싶었는데 시간을 보아하니 벌써 두 시간은 흘렀더군요. 보면서 못 느꼈지만 제법 긴 시간이 할애되는 영화였습니다. 정말이지 정신없이 몰입했는데 다 보고 나서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었으려나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저런 사람이 후보로 나오고 선거권이 있다면 저희도 표를 줬을 거 같습니다. 영화 보기 전에 판타지적 엔딩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약간 듣기도 했는데 영화적 구도와 열린 결말로 처리된 『댄싱퀸』도 그에 해당되려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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