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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극장에서 감상한 영화였습니다. 개봉 당시 극장에서 만족스럽게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이 흐른 뒤 TV 채널에서 방영을 해 주는 것도 재미있게 감상을 하며 극장에서 봤을 때의 감동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지금에서야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자주 방영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감동이 덜해졌을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극장에서 보는 것과 조그만 안방 TV로 보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음에도 대단한 작품이기 때문에 감격을 느꼈던 것 같네요.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펠레노르 평원 전투로 인상적인 장면은 여기에 몰려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부분에서 긴장감이 돌거나 아찔한 순간이다 싶은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요. 데네소르가 파라미르가 죽었다고 오해한 나머지 장례식을 치르고, 그 와중에 사우론의 군대는 성의 문을 부수면서 침공하며 피핀은 파라미르가 산채로 화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간달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펠레노르 평원 전투의 서막이 오르는 동안 프로도와 샘은 거미에게 붙들립니다.
개인적으로 파라미르는 캐릭터가 좀 안타까운 것이 소설 속의 비중이 영화에서 대폭 축소되어서 나중에 에오윈과의 사랑도 엔딩용 떡밥 정도로만 던져진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래서 소설까지 마저 읽고 나서야 『반지의 제왕』에서 제일 좋아하는 커플이 되었습니다. 영화상의 비주얼이 산뜻해서 떡밥정도였을 때도 호감상이긴 했지만요. 반면 영화상의 에오윈의 활약은 소설보다 좀 더 추가되어서 죽어가는 로한의 왕 세오덴이 자신을 구한 병사가 에오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려지는 로한의 모습이 기마병의 활약이나 여성들도 전사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유목민족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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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보는 재미로만 따지자면 프로도와 샘의 고군분투기보단 전쟁 쪽이 스케일이 크며 판타지인 원작 특유의 상상력을 구현한 부분이 많은데 무마킬이라든가 위치킹이라든가 모습을 보자면 왠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후대의 영화에도 많이 영향을 주지 않았을런가 싶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주위에서 디멘터는 왠지 나즈굴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느냐는 말도 들어본 적 있고 무마킬을 다루는 병사들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영화 『300』에서 얼핏 본 페르시아 군 모습하고 비슷해서요.
하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전쟁용 금수들은 왠지 그 값을 못한다는 생각이 드는 게 무마킬은 덩치로 밀어붙일 줄만 알았지 에오윈을 비롯 로한병사들 손에 맥없이 쓰러지기도 하고, 위치킹의 펠비스트도 에오윈의 검에 금방 썰리고 마니 원... 예전에 어디서 주워들은 글에 의하면 전쟁에서 쓰이는 짐승은 말이 가장 유용하고 나머지 짐승들 맹수나 코끼리 같은 것은 쓰려고 해도 별 효용성이 없었다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무마킬의 존재감은 대단했고 에오윈에게 패배하긴 하지만 위치킹의 포스는 대단했습니다.
펠레노르의 전투가 끝나면 샘과 프로도의 수난기가 다시 이어지는데, 반지의 오랜 영향 탓인지 모르지만 거의 정신줄을 놓은 프로도는 민폐라고도 부를만한 캐릭터가 되어버립니다. 이건 그만큼 반지의 영향력이 악독하다고 볼 수 있는 연출이긴 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 후반의 진주인공은 프로도가 아니라 샘이 아니냐는 평가를 보기도 했었는데요. 중간에 샘이 프로도가 거미독에 죽었다고 오인하여 반지를 챙겨놓는데 그때 샘도 반지의 영향을 약간은 받는데 역시 얼마나 오래 그 반지와 접촉하느냐에 차이가 있는지 금세 벗어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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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프로도는 끝까지 반지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반지를 파괴하게 되는 건 골룸의 발악 덕택이었으니, 영화 자체는 악의 세력인 사우론을 몰아내고 중간계의 평화를 가져오지만 프로도 입장에선 결국 자신을 극복 못한 셈이라 약간은 새드엔딩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나중에 나즈굴에게 찔린 상처가 낫지 않았다 하는 걸 봐도요.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프로도를 지키며 사명을 완수한 샘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고 영화의 엔딩조차 그에게 주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또 이 영화의 또다른 명장면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아라곤 일행이 프로도를 위해 군사를 동원하여 사우론의 시선을 끌 때, 이야기의 막바지가 되면서 독수리들이 출현하여 펠비스트들을 쫓아내는 장면이었어요. 왠지 모르게 이 장면이 찡하게 와닿은 것이 펠레노르 전투라는 거대한 전쟁이 끝난 뒤에 사람들이 다시 전쟁길에 오른 것도 그렇지만 그래도 그 고생길이 끝난다는 게 암시되어 보는 사람도 감정이입해 버렸기 때문이 아닌지... 마지막까지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이 영화의 연기대상감은 프로도도 골룸도 아니고 사우론이 아닌가 싶더라지요. 눈동자 하나만으로 온갖 감정이 다 표현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보면 그렇게 모험이 끝나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런 느낌으로 마무리되던데, 소설에서는 그 후의 이야기가 연대기처럼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메리와 피핀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다른 인간 쪽 일행들과 친분을 유지한 채 잘 살다가 죽은 걸로 기억하고요. 김리와 레골라스도 함께 바다를 건넜다고 나오고 샘은 부인이 먼저 죽고 자식들도 다 독립한 뒤에 프로도를 따라 역시 바다 건너로 떠나게 되었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영화나 소설이 둘 다 행복하게 끝났다는 건 마찬가지인 듯. 그나저나 샘은 영화판이나 소설판이나 사람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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