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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비소설 기타

『이웃집 사이코패스』 리뷰

by 0I사금 2025.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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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웃집 사이코패스』는 제목이 좀 오싹한 감이 있는 책입니다. 단순 책이 '사이코패스'이거나 '사이코패스 분석'이 정도라면 일반적인 범죄분석 책이라고 여겨서 좀 안정된 맘으로 읽을 수 있을 텐데 이 책의 제목이 함의하고 있는 의미는 사이코패스가 영화나 소설에만 나오는 존재가 아니라 바로 우리랑 가까운 누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에요. 『이웃집 사이코패스』도 역시 많이 있는 책들처럼 사이코패스 범죄의 사례와 범죄자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책인데 제가 예전에 읽었던 사이코패스 분석류의 책과는 많이 다른 점이 존재했습니다. 저자인 폴 롤랜드는 강력범죄를 많이 연구한 영국의 전문작가로, 이 책은 범죄수사를 위해 뛰어든 프로파일러들과 경찰의 수사방식, 그리고 그들의 조언을 담아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더 폭넓게 사이코패스 범죄가 발발할 경우 어떤 식으로 수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고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범죄수사에 직접 종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므로 기존의 책들보다 더 현실적으로 사건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으며 하나의 범죄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는 점과 영화나 드라마완 다르게 범죄의 수사가 어렵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러니까 흔히 우리가 아는 『CSI』 시리즈나 『크리미널 마인드』와 같은 수사드라마들은 극의 재미를 위해 수사방법이 과장된 측면이 많고 항상 범죄자가 잡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려주는 편이에요.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과 여러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사람들의 범죄에 갖는 인식의 한계나 낯섦 때문에 종종 프로파일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수많은 사건을 접한 프로파일러들의 증언이나 이야기를 보면 물 건너의 이야기라도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흉악한 살인마들이 책에 제법 등장합니다. 이 책에서 중시하는 내용은 사이코패스 범죄에 직면했을 때 어떤 식으로 범죄자를 찾아야 하는지, 또 무시무시한 범죄 행각보다는 왜 그런 범죄자가 생겨났는지, 즉 사이코패스가 선천적이나 후천적이냐라는 딜레마 같은 사람들의 토론보다는 범죄를 만들어내는 상황에 좀 더 초점을 둡니다.

 

책 후반의 내용은 폭력에 방관적인 주위의 환경이 오히려 범죄에 더 일조한다고 보는 측면이 강하더군요. 사이코패스는 뇌의 이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정신질환과는 다르며 이런 점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되는데 정신이상자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인식을 못하는 반면 사이코패스들은 정확하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판단이 가능합니다. 대다수의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은 철저한 계산 아래 희생자를 물색하고 그들을 사냥하듯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도 빠지지 않고요.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사이코패스 분석 서적에 의하면 모든 사이코패스가 살인마나 강간범이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사이코패스가 살인마로 변하는 일들은 일부이고 대다수는 사람들을 등 처먹거나 그들에게 기생하거나 정상적으로 살아가더라도 아예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생기는 등의 일이 더 많다는 기억이 났습니다.

 

얼마 전 우연히 넷상에서 자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사이코패스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질린 사람의 글에 역시 비슷한 사정을 가진 이가 조언해 준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책의 내용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납득이 가더라고요. 사이코패스에게 일반사람과 같은 '감정'을 깨우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범죄와 관련된 행동이 본인에게 이득으로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시켜준다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게 그 조언의 요지였는데, 책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범죄자들 같은 경우 주위에서 행동을 교정해 주는 이 없이 학대받는 상황 속에서 폭력을 그대로 체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대받은 전적이 있는 범죄자들을 무조건 옹호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도 역시 책에서 강조되는데, 똑같은 학대 상황에서도 범죄의 길에 빠지지 않고 자라는 사람들 또한 상당수이며 한 살인마는 그 형제들과 함께 비슷한 학대를 받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형제들 중 그 하나뿐이었음이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책에선 아동심리학에서 일컫는 '여러 개의 문'이라는 이론을 인용하여, 같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문을 통과하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다는 점을 들었는데 이는 역시 고통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느냐에 대해 환경도 문제지만 사람의 타고난 천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으로 여겨지더군요. 

 

책 후기 프로파일러의 인터뷰에 따르면 결국 사이코패스 범죄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탄생한다는 말을 보아, 학대를 받았다고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선천적으로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범죄로 연결되진 않다고 봐야 될 듯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목의 그것처럼 사이코패스 범죄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인데 자주 등장하는 사례들처럼 경찰들이 범인을 잡기 어려운 것과 사람들이 자기 주위에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범인이 얼굴에 살인마라고 드러내는 일 없이 교묘하게 일반인으로 섞여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이코패스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이 돌출함에도 이를 몰라본 이유는 결국 현대사회의 이기주의적 무관심도 한 몫한다는 것을 증명해 주더군요.

 

책의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역자가 집어넣은 한국의 사이코패스들 사례에 보면 연쇄살인마들이 검거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그 사람이 살인마인줄 줄은 몰랐다고 증언했다고 나오던데 이는 그 살인마들이 위장을 잘한 탓도 있지만 결국 이웃에서 주위 사람들의 삶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는 점도 덧붙여져 있고요. 이런 점을 보면 책 후반에 실려있는 프로파일러 '로이 헤이즐우드'의 인터뷰에서 그가 인용한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 "세상은 위험하다. 악을 행하는 사람들 때문이 아니다.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 방관하는 사람들 때문이다"라는 말은 역시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죄를 막기 위해선 결국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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