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비소설 기타

『워킹푸어』 리뷰

by 0I사금 2025. 2. 23.
반응형

'워킹푸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기 위해 구글에 검색을 하면 대강 이런 뜻이라고 화면에 뜹니다. "노동 빈곤층 또는 워킹 푸어 혹은 때때로 근로 빈곤층은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에 상관없이 풀타임으로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개인이나 가족을 말한다. (출처 위키백과)" 이렇듯 책에선 간단하게 요약하여 '일하는 빈곤층'이란 의미로 워킹푸어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데요. 이 책의 부제 또한 표지 이미지를 보시면 알 수 있듯이 바로 검색되어 나온 저 사전적인 의미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책 『워킹푸어』는 일본의 NHK 스페셜 취재팀이 일본 내의 신(新) 빈곤층을 만나서 그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생활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활자화한 책입니다. 세계의 어느 나라든 빈부격차는 존재하며 최근에는 어느 나라든 막론하고 이것이 더 심화되었다고들 이야기들 많이 하지만 그 원인과 결과가 정말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지를 말하자면 좀 막연할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그 실상을 직접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빈곤에 몰린 그들의 말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내용이 좀 더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요?


이 책은 일을 하고 가난을 벗어나려는 의지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삶을 읽기 쉽게 글로 재구성했습니다. 다양한 계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젊은 나이에 취업의 길이 막혀 니트나 노숙자가 되어버린 20-30대 젊은이 혹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들, 몰락해 버린 농가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지방 사람들이에요.

 

또한 이혼이나 가족의 질병 등을 이유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여성들, 값싼 중국제에 밀려 파산한 중소기업,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 없어 직장을 구해야 하는 노인층, 가난 때문에 진학의 기회를 포기하거나 양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 등 똑같이 사각지대에 몰린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며 이들의 사례는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군상들이라는 것.


일본이 그래도 복지 측면에선 우리나라보단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보아하니 제도 측면에서 빈약한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까 복지제도가 덜 정비된 데다가 일본의 제도를 답습한 우리나라인 경우는 그 상황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이 워킹푸어라는 단어로 검색을 하면 워킹푸어의 실태를 고발하는 경제학 서적이나 사회학 서적 말고도 이것을 소재로 한 내용의 소설들도 간간히 등장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일본의 소설 『게공선』 같은 경우 이 책의 해제[『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저]에서도 언급이 되기도 하는데, 작가인 고바야시 다키지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그 소설은 게잡이 배 안에서 벌어지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폭력, 착취를 고발한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이 2008년에 복간이 되었고 이 책을 읽은 일본의 20대가 소설 자체는 재미는 없지만 '지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소설의 문장에 공감을 표했다는 투의 이야기가 실려있더군요. 1929년의 소설에 현재의 젊은이가 공감을 표할 정도라면 빈곤의 굴레도 결국 돌고 도는 것은 아닐는지...


책의 마지막 단원에선 워킹푸어의 발생원인과 이것을 해결할 방안에 대해 여러 전문가의 견해를 실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에 따라 그 원인의 지적 그리고 해결방안 또한 다 달랐지만 결국 결론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워킹푸어는 실제로 다량 존재하며 일부 사람들의 편견과는 다르게 게으름에 의해 가난이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 좀 유리한 위치에 놓이신 분들이 이런 소리를 하면 겪어보지 않는 한 답이 없다는 생각인데, 정작 워킹푸어에 해당될 법한 인간들이 이런 소리를 한다면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책에 의하면 상류계층이 아닌 이상 누구라도 이 워킹푸어가 될 수 있다고 봐야 합니다. 


워킹푸어가 된 사람들 중에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가 회사가 파산하거나 구조조정 끝에 해고당한 이들도 상당수이며 가족의 질병이나 사망등으로 생계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도 많이 있거든요. 잘 나가던 중소기업들도 세계화바람에 얄짤없이 무너진 걸 보면 중산층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된다는 사실인 듯. 실제로 워킹푸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 있으며 바쁘게 살고 있지만 치솟는 물가에 비해 노동의 대가로 얻는 이득은 적으며 보장제도는 턱없이 부족하니까요.


이 문제가 더 심해지면 결국 일을 하려는 개인의 의지조차 무너뜨릴 수 있고 그것이 더 큰 사회적 문제를 갖고 올 수 있다는 것.  이 워킹푸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현재 비정규직 혹은 무직의 젊은 세대의 미래가 연금에 의존할 수 없어 재활용쓰레기를 줍는 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현재의 노인층이라는 것은 자명하다는 겁니다. 무섭게도 이 현실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할지는 막막하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더군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