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보면 많이 낯이 익다 싶으실 분도 많을 거 같은데 저도 처음 도서관에서 이 책을 보았을 때 좀 놀랐습니다. 인터넷에 한때 많이 돌아다녔던 괴담 류의 이야기는 거의 괴담 사이트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http://www.thering.co.kr/)'에서 많이 흘러나온 것이고 지금은 저도 뜸해졌지만 무서운 이야기가 보고 싶을 때 자주 찾아가던 사이트였는데 이 사이트에 올라온 괴담들이 엮여서 책으로 나온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책을 자세히 살펴보니 2006년도에 나온 책이고 도서관에 들어온 지도 꽤 되었을 법 한데 책 사이즈가 작고 구석진 곳에 있다 보니 찾아보기 어려웠었나 봅니다.
처음 빌릴 때 좀 망설였는데 평소에도 도시괴담이나 무서운 이야기류의 글들을 인터넷으로 자주 찾아보기 때문에 빌려보긴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읽은 것들 재탕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막상 읽어보니 추상적이고 긴가민가한 도시괴담류의 이야기보단 여러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겪은 미묘한 이야기, 무서운 경험담들이 태반이었고 그중에 이미 인터넷으로 본 이야기도 있지만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아 읽는 즐거움이 있었는데요. 책의 내용은 위에 언급한 사이트에 사람들이 투고한 '실화'들이 대다수인데, 거기에는 자신이 겪은 기묘한 체험, 무서운 꿈이나 사건사고, 혹은 어떤 특정 장소에서 얽힌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실화괴담들을 읽다 보면 도시괴담, 특히 일본에서 번역되어 들어온 도시괴담과는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시괴담은 뭔가 뭉뚱그려 표현하는 느낌에 일본괴담은 특유의 조금 표현하기 힘든 기괴함이 있어서 재미는 있어도 진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 반면에 책에 실린 실화괴담들은 기괴함은 적으나 정말 누구라도 한 번은 겪을 법한, 익숙한 느낌이지만 만약 당사자가 된다면 두려운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몇 개는 정말 무섭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꿈속에 나타난 피가 떨어지는 손목이나 사람의 형태를 한 채 솟아오른 이불은 왠지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날 거 같더군요. 책의 머리말에 보면 저자는 일본의 도시괴담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특유의 도시괴담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저처럼 괴담과 으시시한 이야기에 목말라하는 사람 입장에선 정말 반갑고도 고마운 일입니다.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 무서운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인간의 공포심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시선의 차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나라의 도시괴담이나 그와 비슷한 무서운 이야기가 적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만 우리나라의 장르 소설 분야가 좀 척박한 것도 사람들이 흔히 즐기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에 대해 척박한 시선을 던지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류의 '기록'이 활발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 > 비소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긍정의 배신』 리뷰 (0) | 2025.02.24 |
---|---|
『워킹푸어』 리뷰 (0) | 2025.02.23 |
『조선의 뒷골목 풍경』 리뷰 (0) | 2025.02.21 |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 리뷰 (0) | 2025.02.20 |
『감정 커뮤니케이션』 리뷰 (0) | 2025.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