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바하』는 처음 리뷰를 쓰고 난 뒤에도 여러 번 다시 감상을 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니 못 보던 부분이나 첫 번째 리뷰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보충해서 쓰게 되었네요. 일단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첫 번째 감상에서 박웅재의 캐릭터는 사건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닌 관찰자적인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재감상을 하니 사건에 관여 정도가 생각보다 적은 편은 아니었어요. 박웅재 목사와 그 조수인 요셉의 역할은 옛 범죄 수사물의 탐정 역할과 그의 유능한 조수에 가깝다고 할까. 물론 탐정에 해당할 형사 캐릭터로 황반장이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의 장르 자체가 오컬트이기 때문에 종교적인 지식이 많아야 할 인물이 주인공 역할을 해야 했는데요.
다방면으로 조사를 하기 위해 알고 보면 약간의 불법적인 짓도 마다하지 않는 듯. 오히려 초반 보여줬던 박웅재의 속물적인 캐릭터 성격이 이런 행동에 개연성을 부여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박웅재의 이런 가벼운 캐릭터 성격은 사건에 깊이 접근하고 실체를 파악하면서 사라지는데 중간 박웅재가 요셉에게 얘기한 선교를 갔다가 가족을 테러로 잃어버린 목사의 이야기는 친구가 아니라 박웅재 자신의 이야기이며, 박웅재는 그 사건을 계기로 신에 대한 믿음이 상당히 흔들려 오히려 지금의 속물적인 성격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었음. 사이비 종교 - 가짜 신의 정체를 밝히려 드는 이유도 이런 심리에서 나온 행동이 아닐까 싶고요.
영화의 말미에 그가 자신의 믿음을 회복했는지 어떤 해답을 얻었는지는 각자의 해석이겠지만요. 영화의 중심인물 김제석과 그 휘하의 사천왕, 쌍둥이 언니의 각성을 보면 전반적인 모티브 및 소재는 불교적 일화에서 따온 것이 많지만 절묘하게도 중심 사건에 기독교적 일화를 잘 섞어놓기도 했습니다. 김제석이 자신의 천적을 죽이기 위해 99년생의 여자아이들을 죽여나간 이야기는 영화에서 언급되듯 위의 일화를 모델로 한 것이고요. 다른 사천왕은 몰라도 정나한은 사천왕에 해당하는 인물이 맞습니다. 적대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 같지만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기도 하고 박웅재와 비슷하게 성장형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천왕들과 달리 유일하게 자기 행동을 후회하며 수습을 하려 했으니... 근데 이것이 가능한 것도 얘가 끝까지 죽지 않고 진실을 목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 역시 사람은 살고 봐야 한다는 뻘 생각도. 그 행적은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의 전형인 것도 사실이에요.
영화 마지막에 쌍둥이 동생이 언니에게 스웨터를 주고 안아주는 장면과 박웅재가 광목에게 코트를 덮어주는 장면이 겹치는 구도로 연출되었다고 봅니다. 박웅재가 과거 신의 뜻 운운하는 새끼 테러리스트에게 가족을 잃은 과거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의미심장한 장면이었고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느린 편이긴 하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부분이 제법 나와서 만족스러웠어요. 스산하기 짝이 없는 영화 속 배경과 더불어 영화 초반의 굿판, 광목이 금화의 집에 들어갔을 때 받은 새의 습격 장면이나, 작 중 등장하는 사천왕인 지국과 광목이 꾸는 악몽의 묘사는 섬뜩한 구석이 많았어요. 중간중간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개그 코드도 적절히 들어간 편이고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즐거운 장르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도 재미있게 봤었고 이후 개봉하여 천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까지 감상하게 되면서 크로스 오버를 상상하는 재미도 있었으니까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나는 『손 the guest』 같은 장르가 잘 맞는 듯해요. 『사바하』도 뭔가 시리즈로 나와주면 좋을 거란 생각이. 사이비 종교 하면 은근 소재가 많을 테니까요. 그런데 묘하게도 이 영화를 접한 시기(2019년 6월 경)에 드라마 『구해줘 2』도 감상하는 등 사이비 소재 장르물을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접하게 된 셈입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스트 어벤져』 2차 리뷰 (0) | 2025.02.26 |
---|---|
『퍼스트 어벤져』 리뷰 (0) | 2025.02.25 |
『사바하』 리뷰 (0) | 2025.02.24 |
『애프터 어스』 리뷰 (0) | 2025.02.24 |
『아이언맨 3』 리뷰 (0) | 2025.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