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은 시리즈에 따로 부제가 붙는 경우가 없는가 봅니다. 『아이언맨 3』는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처럼 충실하게 본 것이 아니고 1편을 대강 보고 2편은 건너뛰고, 『어벤져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보러 간 셈이라 조금 내용이 이해가 안 될까 봐 걱정했는데 그럴 염려는 없더군요. 대충 『어벤져스』와 연장되는 시간 선상에 있다는 점과 이미 토니 스타크가 만인이 다 아는 아이언맨이다라는 것만 미리 인지한다면 내용 이해가 어렵지 않겠더라고요. 어쨌거나 영화는 굉장히 만족스럽게 봤는데요.
다만 제 생각과는 다르게 이번에 아이언맨 - 토니 스타크가 구르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놀랐습니다. 뭐랄까 아이언맨은 스파이더맨이랑은 다르게 구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던 히어로였는데, 어벤져스는 어떤 내용인지 제가 잘 모르지만은 극 중 내내 토니 스타크가 그동안의 사건들로 굉장히 PTSD를 앓고 있다는 게 보이더군요. 불면증이라던가 불안증세를 갑작스럽게 호소하여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하던데요. 생각해 보면 암만 히어로라고 할지라도 엄연히 인간들인 이상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할 일은 당연한 노릇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악당들의 출현은 어떤 의미에서 토니 스타크의 원죄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처음부터 토니 스타크가 좀 더 겸손한 면을 가지고 있었으면 그렇게 악당 노릇할 일도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반에 어리숙하고 소심해 보이던 인간이 그렇게 변해버린 데에는 멋대로 약속을 하찮게 여기고 여겨버린 토니 스타크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후반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토니 스타크가 인간이 되어가는 것으로 보아 어떤 의미에서 토니 스타크 성장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더군요.
그런데 영화 상에서 악당들에게 깜짝 황당한 반전이 있는데, 영화 프롤로그 부분에 나오는 행운의 쿠키가 원래 중국에서 들여온 게 아닌 미국에서 일본식 풍습을 따라해서 만든 뒤 중국의 풍습을 들여온 거라 속인 거였다는 나레이션은 그 복선인 셈. 괜히 악당들의 모습을 보고 오리엔탈리즘이라고 속으로 욕한 게 민망했달까. 그리고 비서인 페퍼는 중반부터 납치되는 맥 빠지는 히로인이 되나 싶더니 모종의 실험으로 막판에는 이 여자가 토니 스타크를 구하겠다 싶더군요. 계속 발목을 잡을 셈이라면 전형적인 민폐 히로인 취급이었을 텐데 막판에 활약 덕에 굉장히 속 시원했어요.
그리고 토니 스타크의 가장 신뢰가는 동료는 다름 아닌 인공지능인 자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자비스는 단순 컴퓨터 인공지능이 아니라 아예 인격이 있는 것처럼 묘사가 되던데 후반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한 비전을 생각해 보면 제법 그럴싸한 설정이었다 싶네요. 그리고 영화에 크레딧 영상이 있다고 동생이 이야기해 주어서 끝까지 봤는데 『아이언맨 3』을 봤을 당시에는 아직 『어벤져스』를 보지 않았던 지라 잘 몰라서 넘어갔지만, 알고 보면 매우 반가운 얼굴이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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