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비소설 기타

『인디언의 복음』 리뷰

by 0I사금 2025. 3. 14.
반응형

『시튼 동물기』를 집필한 어니스트 시튼이 인디언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썼으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기록한 책을 남겼다는 사실을 안 건 최근의 일입니다. 어니스트 시튼이 인디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사실인가 하고 찾아봤지만 인터넷 백과에서는 그가 동물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 연구를 했다 정도로밖에 언급이 되지 않더군요. 그가 남긴 동물에 대한 연구기록도 무시 못할 업적이긴 하지만 인본주의에 가까운 인디언들과의 관계가 묻히는 것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인디언의 복음』의 첫 장에 해당되는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어니스트 시튼은 "자연과 야생 동식물들에 대한 그의 애정은 자연스럽게 자연과 가장 조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인디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중략] 자연 애호가이며 박물학자인 시튼의 관심이 환경과 생태계의 보존, 그리고 인디언 문화의 가지를 널리 알리는 데로 나아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구의 과학기술 문명과 산업화는 급격하게 자연을 파괴해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파괴해 갈 뿐 아니라 그 땅에서 수만 년 동안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온 인디언들의 삶을 위협하게 되었다. 시튼은 생태계의 무차별적인 개발과 파괴를 그 특징으로 하는 서구 문명의 한 대안을 수만 년 동안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영위해 온 인디언의 삶 속에서 발견한다"라고 합니다.


『인디언의 복음』은 인디언의 삶과 그들의 문화행위, 그들의 민족적 특성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그들이 따르는 위대한 영은 실제로 기독교 문화 속의 신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선교사들이 그들이 신을 기리는 행위나 축제를 야만적인 것으로 몰아붙이는 짓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알려줍니다. 책에서 설명해 주는 인디언들의 제도나 문화는 어찌 보면 당대의 다른 사회에 비하면 상당히 진보적인 면모도 보이는데, 만약 이들의 문화가 당대 사회에 좀 더 영향을 주었더라도 역사가 덜 폭력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지도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기더라고요. 책에 등장하는 선교사들은 인디언들의 행위를 야만스럽다고 비난하지만 정작 가장 야만스러워보이는 것은 그렇게 타문화를 비하하고 그들의 신과 자신들의 신이 다르다고 고집하는 선교사들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책에서 설명해 주는 유명한 인디언 출신 인물들 중에는 크리스트교를 받아들여 누구보다 독실한 신자가 되었으나 인디언들의 춤을 추었다는 이유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인물도 있더라고요. 하나 더 특이한 것은 이 인디언들의 체제가 상당히 복지사회에 가깝다는 건데, 인디언들은 과부와 고아들을 우선으로 챙겨주는 것이 원칙이며, 특히 아이의 교육에 있어서는 현대의 아동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겁니다. 아이가 무례하고 고집을 부리며 말을 안듣는다고 해도 때려서는 안 되며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놀이에 끼지 못하거나 금식시켜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우치게 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육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데 이건 당시 사회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육아관이었다는 것. 

 

아동심리나 아동인권이 사회표면에 떠오른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말입니다. 거기에다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약간 사회주의적 제도에 가까운 인디언들의 경제관은 부의 독점이나 부의 지배를 반대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유지했다는 겁니다. 그들의 오랜 격언과 그들이 백인과 맞서며 한 주장의 기저에는 남들이 같이 누려야 하는 것과 누구의 소유도 될 수 없는 자연을 지배하여 소수를 부유하게 만들고 다수의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제도에 대해선 매우 거부반응을 보였다는 것을요. 현대식으로 말하자면 진보적이고, 자연의 입장에서는 조화로운 인디언들은 결국 백인들에 의한 몰살이나 침략을 견디지 못하고 현재는 소수파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어찌 보면 무기를 앞세운 백인들에 비하면 비폭력적인 인디언들이 견디지 못했으리라는 것을 금방 추측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인디언들이 용맹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닌데 책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위대한 전사이기도 했다고요. 그들의 그런 용맹함은 그들과 싸웠던 백인들도 인정해 마지않았다는 사실. 어니스트 시튼이 인디언들의 삶을 기록하면서 하나 지적하고 싶었던 것은 백인들-유럽 문화의 폭력성입니다. 어니스트 시튼의 이런 사상을 보면 그는 과거 열강들이 벌인 식민지 쟁탈이나 침략 지배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728x90

' > 비소설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이름은 왜?』 리뷰  (0) 2025.03.16
『대한민국 12비사』 리뷰  (0) 2025.03.15
『한국의 전통색』 리뷰  (0) 2025.03.13
『이야기의 힘!』 리뷰  (2) 2025.03.12
『경성기담』 리뷰  (1) 202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