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모 블로그에서 이 책의 리뷰가 올라왔었기 때문에 흥미가 생겨서 빌려온 책입니다. 그 블로그에 따르면 이 책은 자기 계발서와는 엄연히 다르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에 대해서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 아니라 주변환경적 조건과 시기를 더 중시한 현실적인 책이라는 점에 이끌려 도서관을 뒤졌더니 이 책이 있더군요. 책 표지에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이라는 부제 때문에 오해를 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코 그들의 행동을 베끼라는 내용이 절대 아닙니다. 일단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아웃라이어라는 용어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가 나오는데 아웃라이어란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책에서 의미하는 아웃라이어라는 일반적인 사회의 틀을 넘어서 유명해진 천재들이나 성공한 사람들을 의미하는 거 같습니다만...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책은 그 천재의 성공담을 미화하거나 그들의 노력을 찬양하는 책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그들에게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서 그들이 성공했는지를 현실적으로 설명해 주는 책인데 책의 내용은 크게 두 단원으로 대주제는 '기회'와 '유산'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것만 봐도 대충 감이 잡히겠지만 성공한 천재들이 그 '성공'을 거머쥐기까지에는 그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시대적 배경과 주위의 환경- 적절한 교육과 후원자 혹은 부모의 지원 -이 필수이며,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데 단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좀 더 넓은 차원-그들이 속한 나라와 문화 그리고 가정-에서 분석할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성공한 천재들이 혼자만의 힘/노력/재능으로만 그 자리에 올라간 것은 절대로 아니다란 것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어요.
그 덕택에 현실에서 흔히 벌어지는 성공하지 못한 실패자들에게 던지는 냉담함과 조롱,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더불어 가르쳐주고 있다는 생각. 물론 책에서는 천재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예시로 들고 있는 천재들의 사례를 보여주며 그들이 비슷하게 10여년 시간으로 따지만 1만 시간을 집중하며 노력하고 자신의 재능을 갈고닦았다는 사실 역시 지나치지 않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노력을 할 수 있던 데에는 주변적 여건이 충족되어 있었다는 사실인데, 사람들을 흔히 감동시키는 가난에서 굴복하지 않고 일어난 성공담들은 그 이면과는 다르게 설령 가난한 집안이라도 재능 있는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아낌없이 헌신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후원자(부모 내지 스승)의 조력이 "반드시" 있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그들이 자기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시대적 흐름까지 일치했다는 사실이 존재하고요. 생각해보면 간단한 일인데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지만 그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들의 실패를 사람들은 노력과 재능의 부족으로 돌리지만 실제로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그의 주변 여건과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한 실패가 더 많다는 거지요. 책에서 언급되는 불운한 천재 '랭건'의 사례를 읽어보신다면 충분히 납득이 가실 겁니다. 특히 주위의 지원과 시기의 문제는 중요한데 책에서는 세계의 유명한 부자들의 생년이나 뛰어난 하키선수들이 왜 일월과 삼월 사이에 많이 태어나는지를 예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 가신다면 우리나라의 입학제도를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나라의 빠른 생일을 생각하시면 될듯한데 한해 늦게 태어난 아이들이 한해 빨리 태어난 아이들과 같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같은 학년이 되어 경쟁한다면 한해의 차이로도 운동이나 공부의 우열이 갈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발육의 문제와 숙련도의 차이가 있는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같은 연도내에서라도 실제 성장기의 아이들의 차이는 두드러지는 편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글을 쓰고 있는 제가 빠른 생일인지라 그 불리함을 잘 기억하고 있지요. 남들보다 공부가 뒤처진 기억이 있어 초등학교 시절 늘 학교에 남아 보충수업을 해야 했는데 지금까지 저는 그것이 어린 시절의 제가 멍청하거나 덜떨어진 측면이 있어서였다고 생각했고 아직까지도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곤 했습니다. 최근 들어와서야 빠른 생일인 다른 사람들도 그런 비슷한 일을 겪은 경우가 있었다는 사실을 종종 알게 되었죠. 그때의 경험은 제가 뒤떨어진 것이 아니라 단지 숙련도의 차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고 깨달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이 숙련도의 차이가 두드러지며 교사들은 이것을 우열로 착각하는 경향이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는 겁니다.
단 하나 예외를 들 수 있다면 덴마크의 교육제도 뿐인데 덴마크에서는 습득 조건이 비슷하게 형성될 수 있는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이들의 우열을 가리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책에서 설명해 주는 것은 아이들의 재능을 죽이는 데에는 낙인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책에서 상당한 예를 들어 설명해 주는 천재 '랭건'의 경우는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난하고 학대받는 집안에서 자라 사교성이 떨어지고 대화능력이 부족한 그의 재능을 눈여겨보는 이가 없어 여전히 똑똑한 인물임에도 묻혀 살고 있다는 사실을요. 결국 성공의 조건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불리하다는 사실을 이 랭건이라는 인물이 확실히 새겨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외에도 책은 문화적 차이를 통해 성공의 조건을 풀어내고 있는데 두 가지 사례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를 통해서 연장자와 상급자를 우대하는 문화적 경향이 어떤 식으로 사고를 유발하였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권력 간격 지수[PDI]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이것이 강한 나라가 있고 강하지 않은 나라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것이 강한 편이며 당시의 사고도 부기장과 기관사가 잘못을 파악하였음에도 기장의 뜻을 거스를까봐 표현을 잘하지 못했고 그것이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례가 우리나라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예시는 아닙니다. 실제로 PDI가 강한 나라는 우리나라만 있던 것도 아니며 중요한 것은 문화적 유산을 필요할 때와 필요하지 않을 때를 구분하여 쓸 수 있는 점이지요. 예를 들어 동양의 농경문화(벼재배)가 하루 일과를 계획적으로 보내는 습관을 만들어 이것이 동양인들의 수학적 재능으로 이어졌다고도 해석하는데, 우리나라의 열공문화에 대해서 저자는 굉장히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저자가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지만, 미국 같은 경우 못 사는 집안일 경우 아예 자식 공부에 손을 놓아버리는 집이 한국보다 더 많기 때문에 저자가 안타까움의 시선으로 이렇게 쓰고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아직 한국은 빚을 내면서라도 자식의 뒷바라지를 하는 부모들이 많이 있다고 여겨지고 실제로로 이런 사례를 들은 바 있고... 결론을 내리자면 이 책은 '성공한 천재는 혼자만의 힘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며 그들은 기회가 있었고 그것을 부여잡을 충분한 배경과 조건이 있었다'라고도 요약할 수 있겠네요. 말하자면 성공과 실패는 굉장히 복잡한 여건이 작용한 결과이며, 설령 성공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재능만을 찬양할 것은 아니며, 실패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부족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란 겁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란 것도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있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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