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라던가 니트라던가 하는 용어는 이미 어느 정도 우리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는 말입니다. 『워킹푸어』 때도 그렇고 아직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사회구조적인 부분에서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에 읽으며 나름 도움은 되지 않을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 『하류지향』은 무언가를 배우려고도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니트형 인간들의 심리구조와 어째서 그런 부류가 출현하게 되었는가를 분석한 책이라고 해야 할 듯싶습니다. 책은 앞부분에서는 니트들의 행동유형과 그들의 정신/심리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중반 부분부터는 어떤 식으로 사회가 그들을 조장하고 내버려 두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봐야겠네요.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학생들의 학력저하와 둔감함, 배움에 대한 의지없음과 교실 내에서 산만한 태도, 취업을 해놓고서는 일이 맘에 안 든다고 잦은 이적을 행하거나 아예 취업 자체를 거부하는 현상 등에 대해서 재미난 해석을 내리는데, 이들이 이런 행동은 교육을 일종의 구매형태로 보는 소비주체적인 심리에 의한 것이라고요. 이 말은 과거에는 어린아이도 한 가정의 노동의 주체로서 자아를 성립했던 것과는 달리 현재는 여러 가지 기술의 발전 내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의 유희나 성취와 관련된 노동이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그 결과 생산주체보다는 소비주체로서의 자아가 더 빨리 형성이 된다는 겁니다.
이는 학교에서도 그 시간을 타인과 견뎌야 하는 '불쾌함'이라는 화폐를 지불하고 교육이라는 상품을 구매한다는 심리가 된다는 이야기죠. 책에서는 재미있게도 이런 현상을 학교와 편의점을 동등하게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하는데, 현재의 사회에선 소비주체란 변하지 않는 주체로, 일단 시장에 출현한 인간은 등가교환을 하는 과정에서 결코 변화해선 안되며, 그 가치관, 교환율, 도량형을 바꾸어선 안된다는 규칙으로 사람들에게 강조한다고 합니다. 소비주체로 자란 아이들은 당연히 이 규칙을 지키게 되는데, 이것이 인간이 변화하려는 자연스러운 속성, 외계의 변화에 적응하여 살 수 있도록 하는 학습 자체에 반(反)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현재의 시장주의적 원리는 아이들에게 이를 강요하고 있다는 거죠.
책의 앞부분이 니트형 인간들이 정신적 심리적 구조에 대해서 사회학적인 설명을 한 것이라면, 중반 부분에서는 사회가 어떤 식으로 그들을 조장하느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 책에 따르면 현재의 리스크 사회는 노력과 성과 간의 상관관계를 붕괴시키고 결과적으로 아무도 노력을 하지 않게 만드는데, 이것은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에 대한 동기부여의 차라고 설명합니다. 학력 수준이 높고 고수익인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학력이 높은 것과 학력 수준이 낮고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학력이 낮은 이유는 각각 노력에 대한 동기부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요.
생존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가질수록 노력에 대한 보답이 즉각 돌아오기 때문에 그들은 더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력을 하더라도 그 보답이나 성과가 적은 사람들은 더 이상 노력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하강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리스크가 적은 사회계층은 보답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노력하지만 리스크가 큰 사회계층은 보답을 받을 가능성이 없으므로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되고 이는 사회계층화를 발생시킨다는 겁니다. 또한 책에서는 자기가 한 행동의 결과는 자기가 책임진다는 자기 결정론적 사회에 대해서도 지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리스크 사회에서는 자기 결정과 자기 책임을 관철할 강자는 존재하지 않으며, 자기 결정론은 결과적으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을 더 고립된 위치로 떨어뜨린다는 거죠.
이런 고립성과 기댈데 없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아무래도 저자는 공동체적 의식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는 거 같습니다. 공동체적 의식이라고 해서 전근대의 것과는 완전히 유사한 것은 아니라, 책의 글을 인용하자면 '자신의 성공을 구하는 삶과 주변 사람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하는 걸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 둘 다 사회에 필요하다'고요. 그리고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득이나 '제품'정도로 여기게 하는 현재의 시장/경제적인 관점 역시 위험하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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