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고대하던 『겨울왕국 2』가 개봉했을 때는 망설임 없이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개봉 당시 먼저 『겨울왕국 2』를 극장에서 보고 온 동생이 큰 감명을 받았는지 강력 추천을 했기 때문에 더 기대를 안고 발을 옮기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동생도 동생이지만 하도 『겨울왕국』 관련된 이야기가 주위에서 많았기 때문인지 평소에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없으셨던 어머니도 관심을 보이셨고, 이번엔 어머니와 함께 보러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침 동생이 유튜브에 1편을 결제한 것이 있어서 극장에 가기 하루 전 감상을 마치셨는데 어머니의 감상은 『겨울왕국』 1편은 재미있는데 '성(형이나 언니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동생의 이야기'라고 하신 걸 보아 이야기의 중심을 좀 더 안나 쪽으로 보신 모양. 난 엘사와 안나가 비슷하게 비중을 나눠가졌다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안나의 비중이 약간 더 큰듯해요. 하여간 재미있게 보셨고 어머니랑은 다른 영화는 같이 봤어도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러 간 건 처음이라 좀 설레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이번 『겨울왕국 2』에서 맘에 드셨던 부분은 독특한 스토리 그리고 정령으로 각성한 엘사가 노덜드라의 댐이 무너져 그 안의 물이 아렌델 왕국을 덮치기 직전 나타나 마법으로 물을 얼려 흩어버리는 장면이 멋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도 그 장면이 진심 이번 2편의 백미였다고 생각.
엘사의 각성 장면과 더불어 이번 2편의 명장면은 아토할란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물의 정령과 맞닥뜨리는 장면인데 이 장면이 티저 예고편에 등장했던 그 부분으로, 엘사가 기어이 물의 정령을 길들이는 장면에서 감탄이 나왔달까. 이번 2편의 중요한 요소였던 네 정령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정령이기도 했고요.
개인적으로 불의 정령도 굉장히 귀여웠습니다. 근데 이 불의 정령 이름이 제대로 나왔는지 보고 나서도 좀 가물가물했었는데 바람의 정령 이름은 올라프가 게일이라고 지어줬거든요.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이름을 찾아보니 불의 정령의 이름은 '브루니'라고 바로 나오더라고요.
또 이번 『겨울왕국 2』의 특이점으로는 빌런이라 할 만한 등장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문제의 시발점은 자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네 정령들의 분노와 그 분노의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었고, 두 자매 주인공이 전대의 잘못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설령 자신들의 희생을 치른다 하더라도 해결하고자 하는 것도 굉장히 인상적이었고요.
물론 모든 갈등을 제공한 인물, 아렌델의 전전대 왕이자 엘사와 안나의 할아버지 같은 인물은 충분히 빌런스러운 면모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인물로 두 자매 주인공의 앞길을 막지는 못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작품의 OST는 전반적으로 1편의 '렛 잇 고(Let it go)'의 강렬함을 따라가진 못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영상미는 대단했습니다.
가장 맘에 들었던 OST는 올라프의 소멸 이후 동굴 안에서 슬픔에 빠진 안나의 노래였는데, 지금 슬프고 앞날은 깜깜하지만 그래도 걸어가야 하며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의 현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였어요. 흔한 '미래' 혹은 '꿈'을 찬양하는 노래가 아니라 당장의 괴로운 현실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디즈니가 좀 더 현실적인 측면을 조명하여 노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가사가 허황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기에 더 와닿는 느낌이었어요. 솔직히 얼마 동안 앞날이 깜깜한 느낌이었던 저한텐 특히 더 와닿는 노래였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미래에 기댈 것이 아니라 당장 현재에 집중하고 노력해야 뭔가 바뀔 거라는 의미가 느껴져서요.
반면 중반 크리스토프 노래는 좀 지루했습니다. 남자 주인공인 크리스토프는 따지고 보면 메인 사건에 끼어들 여지가 없는 제삼자에 가까워서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제작진이 비중을 챙겨준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초반에 주인공들이 주변의 것들이 변치 않길 바라는 노래를 불렀지만 결국 후반엔 주인공들이 변화를 맞이하고 그 변화를 성숙하게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훌륭한 성장물을 보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문득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니 불변하는 것에 집착하면 그때부터 괴롭게 될 거라는 책에서 읽은 글귀가 떠올랐을 정도. 다섯 번째 정령으로 자각한 엘사는 노덜드라에서 안나는 아렌델에서 각각 여왕이 되는데, 따지고 보면 노덜드라의 땅도 아렌델에 포함되는 것 같고 두 자매가 연락도 하는 걸 보면 뭐 아예 헤어진 것도 아니니 아렌델 왕국도 두 자매도 잘 지낼 것 같았습니다.
아마 엘사는 아렌델의 수호신 같은 존재로 남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결말이었어요.
※
2편의 개그는 역시 올라프가 도맡습니다. 조금 자랐다고 나름 성숙한 척하는 것도 뭔가 현실 어린애들 보는 것 같아서 귀여웠습니다. 올라프가 소멸했을 때는 『공주와 개구리』의 레이몬드를 따라가려나 싶었지만 (다행히) 예상대로 부활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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